산업단지 구조고도화는 부동산 재개발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공단 뉴타운 법, 그 실상과 폐해

한때는 공단, 지금은 산단(산업단지)이라고 불리는 곳이 전국에 1,082개 있다(2015년 1분기 기준). 2015년 1분기에만 244조가 넘는 생산 활동이 산업단지에서 이루어졌다. 산업단지에 입주한 업체는 8만1천여 개에 이르고, 2백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특히 10인 이상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35%가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고 있다. 산업단지는 가히 대한민국 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과 일자리의 근간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산업단지도 나이가 들고 있다. 처음 만들어진 때로부터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낡고 노후화된 산업단지는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산업단지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고 일할 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그런데 그동안 국회와 정부는 잘못된 처방을 해 왔다. 겉으로는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정비였지만 내용을 보면 산업단지의 색깔을 앗아가는 부동산 재개발과 다름없었다. 여기에 결정타를 날린 것은 작년 12월 9일에 만들어진 “노후거점산업단지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이하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이다.

제조업의 위축과 노동자들의 삶의 질 저하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의 첫 번째 문제는 규제 완화에 있다.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따라 기존의 산업단지 관련 법령은 제조업체에의 공장부지 제공과 입주기업에 대한 엄격한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는 산업단지에 대한 규제를 점점 완화해 왔으며,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무분별한 토지 개발과 건축을 막기 위하여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용도지역별 건폐율과 용적률의 한도를 설정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조례에 구애됨이 없이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하여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어떤 기업이나 시설이라도 산업단지 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상 사업계획을 승인 받으면 총 28개 법률상의 인․허가가 의제 처리되는데 그중에는 “유통산업발전법” 제8조에 따른 대규모점포의 개설등록이나 “관광진흥법” 제52조에 따른 관광지 및 관광단지의 지정도 포함되어 있다. 백화점, 대형 유통마트, 관광지까지 산업단지 안에 들어올 수 있다는 말이다.

비제조업체가 산업단지에 들어오면 제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입주할 수 있는 기업과 시설의 폭이 넓어지면 입주 희망 기업 간의 경쟁 심화가 생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은 상승하고 기존의 제조업체는 부동산 매매를 통해 이익을 실현한 채 산업단지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본을 가진 업체들(백화점, 대형 유통업체, 극장 등)이 산업단지에 들어오는 대신 진짜 생산을 하려는 업체들은 진입 자체가 어렵게 된다. 한편 산업단지 본래의 취지 역시 퇴색될 수밖에 없다. 산업의 특화를 저해하고 인력파견업체, 임대업체 등 질 나쁜 기업의 입주로 인해 산업단지가 공동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국회와 정부는 고부가가치화 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IT, 정보통신 업종으로 산업단지의 업종을 재편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제조업 포기나 다름없다. 제조업을 포기하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일터를 잃게 된다. 국회와 정부는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백화점 판매직원이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기에 더하여 산업단지 안에 주거시설도 설치까지 가능하게 되면 노동자의 삶은 더 퍽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근거리에 주거공간과 일터가 있다는 것이 편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정부도 이런 이유로 직장과 같은 공간에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들여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업지역,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의 분리는 단지 조성의 원칙이다. 이들 지역은 각각의 고유한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거지역은 거주의 안녕과 건전한 생활환경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고, 상업지역은 상업이나 업무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하며, 공업지역은 공업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에 이에 맞춘 배치와 구성이 필요하다. 직장과 주거가 혼합되면 노동자의 일과 가정 역시 분리될 수 없고 노동자는 쾌적하지 않은 주거 환경에서 살게 된다.

실상은 공단 뉴타운 정책

다음과 같은 점을 보면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산업단지라는 부동산의 재개발을 위한 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개발 사업의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이 세부 사업으로 열거하는 것에는 「역세권의 개발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역세권개발사업과 “항만법” 제2조제8호에 따른 항만재개발사업이 있다. 역세권개발이나 항만재개발은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재개발 정비와 상관이 없다. 설사 산업단지 내에 철도역이나 항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철도역 항만 주변 지역에 주거, 교육, 보건, 복지, 관광, 문화, 상업, 체육 등의 기능을 가지는 단지조성 및 시설설치를 위하여 시행하는 사업은 산업단지의 기능 향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역세권개발사업이나 항만재개발사업이 필요한 때에는 해당 법령에 따라 추진하면 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업들이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에 들어온 것은 결국 노후 산업단지 경쟁력강화라는 명분하에 사실상 산업단지라는 입지의 포괄적인 재개발을 꾀하기 위함이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 하에서 산업단지의 기능은 그다지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다만 산업단지를 포함한 해당 지역의 재개발이 중요할 뿐이다.

또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민간영리사업자가 재개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개발이익의 일부만 재투자하도록 함으로써 민간사업시행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경쟁력강화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사업의 시행 여부가 수익 가능성에 좌우된다는 것, 즉 노후화가 심해서 재배치가 절실한 산업단지라도 수익의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사업이 시행되지 않고 아직은 보수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도심과의 거리 등을 이유로 개발 시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 산업단지는 사업이 시행되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 있는 산업단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으로는 사업시행자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사업시행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 산업단지는 개발이 되더라도 수익이 창출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산업단지의 노후화가 심각해도 사업시행자를 찾지 못해서 노후거점산업단지의 지정 신청조차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설사 사업시행자를 찾아 지정 신청을 하더라도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경쟁력강화사업 추진을 위한 재원 확보 방안”을 평가 지표로 하기 때문에 지정이 안될 가능성이 크다. 균형 있는 지역발전을 목적으로 제정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이 오히려 지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둘째, 수익을 내기 위해 산업단지의 기능과 본질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사업시행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분양률이 높은 상업시설을 짓고 시설의 분양가 및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후화된 산업단지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며 정부는 투자 재원의 부족을 이유로 민간영리사업자에게 점점 더 의지하고 있다. 민간영리사업자에게 유리하게 규제를 완화하면 할수록 공급 용지의 가격은 상승하고 공공시설의 설치 재원은 감소하며 산업단지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부동산 재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토지소유자나 입주기업은 고려 대상이 되어도 입주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입주기업과 토지소유자는 경쟁력강화관계자협의회의 설립 주체가 될 수 있으나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물론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노동자를 위한 정주여건 등 근로자 생활환경 개선이나 문화 환경 개선을 언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역시 결국 부동산 재개발 사업의 일환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은 부동산 재개발에만 매진을 하는 것일까. 첫째는 산업단지의 입지에 있다. 예전에는 도심과 떨어져 있던 산업단지가 도심이 커지면서 점점 도심과 가까워지나 아예 도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재개발 후 부동산 매매 수익을 챙기려는 자들이 산업단지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들의 왕래가 잦고 교통이 발달하다 보니 백화점과 극장 등의 대형 소매업체도 눈독을 들이기 마련이다. 산업단지는 그저 노른자 땅으로만 보이게 되는 것이다. 둘째 산업단지 재개발 = 지역 경제 살리기라는 환상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표심을 생각하며 내 지역구 경제 살리기에 혈안이 된다. 이때 단기간에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 재개발이다. 국회 재석의원 210명 중 199명도 이런 생각에서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을 통과시켰을 것이다. 국가 산업 전체에서 산업단지가 가지는 의미는 도외시되었다.

노동자들을 왜 외면하는가

지금까지 클러스터, 구조고도화, QWL밸리 사업 등 다양한 형태의 산업단지 지원 및 노후 산업단지 정비 및 보수 제도가 실시되어 왔다. 그러나 명칭만 다를 뿐 실상은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복적이다. 그러면서도 제도의 성공 여부에 관한 정확한 평가 없이 계속해서 비슷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 역시 마찬가지다. 구조고도화사업이 가지는 문제점, 즉 부동산 개발사업에 불과하다는 한계는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산업단지 구조고도화 특별법 하에서는 노후거점산업단지로 지정이 되어도 문제고, 지정이 안 되어도 문제다. 지정이 되면 지가 상승, 입주기업의 이탈, 해고 노동자의 양산, 산업단지의 기능 퇴색의 문제가 발생하고 지정이 안 되면 산업단지의 노후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정책의 부재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는 정책, 기업과 노동자가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만드는 정책, 그리하여 우리 산업의 기반인 제조업을 더욱 강하게 다질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하기 보다는 기존의 제도를 답습하면서 모든 것을 토지 개발의 논리로 접근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노후화된 산업단지 개발 및 기능 향상의 핵심은 입주기업의 역량을 강화하여 입주기업이 건강하게 생산 활동에 매진하고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인간적인 노동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와 연구 생산 활동의 지원, 안정적인 일자리 및 쾌적하고 인간적인 업무 환경 확보가 핵심이다. 지금처럼 하청 업체가 확대되고 기업 간 불공정 거래가 심화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다. 대신 특별법은 부동산 재개발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구조고도화사업을 시행하도록 할 뿐이다. 정작 기업과 노동자가 원하는 내용은 빠져 있고 노후화된 산업단지의 발전 가능성은 부동산 개발에만 초점을 맞춘 제도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입주기업은 구조고도화사업을 부동산 매매를 통한 이익 실현의 기회로밖에 여기게 된다. 이익을 챙겨 떠난 기업의 빈자리에는 해고된 노동자와 높은 가격에 책정된 부동산만 남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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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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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이번에 10.19일에 인천지법에서 한국GM 부평공장에서 근무중인 금속노조 비정규지회에서 인천지법에 제출한 비정규 정규직화 소송인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재판 날짜가 잡혔다고 하네요 현대는 8년 넘게 걸리고 창원지회소송도 4년 넘게 걸렸는데 그에비하면 엄청 빨리 재판날짜가 잡힌거라고 하네요 기사좀 써주실수 있을까요? 점심시간이네요 맛점 하시구영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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