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9개월째에 접어든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자주 아프기 시작하더니 지난주에는 올봄에 유행한다는 지독한 열감기를 앓았다. 40도에 가까운 열에 시달리다 급기야는 입술이 파래지며 열경기까지 해서 응급실로 뛰기도 했다. 지금은 열은 내렸지만 이제 나와 애 아빠까지 세 식구가 모두 콧물을 훌쩍거리고 있다.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이렇게 고단한가..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몸뚱아리 건사하는 일에 단연 먹고 사는 일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복지관에서는 거동이 힘든 어르신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한 끼 식사 단가가 2,000원이다. 2,000원으로 대체 밥과 반찬, 도시락 용기에 배달서비스까지 가능하기나 한 걸까?
재밌는 사실 한 가지. 같은 도시락인데도 결식아동들의 한 끼 식사 단가는 3,000원이다. 물론 이 액수로도 질 높은 식사를 제공하기에는 어림도 없지만, 어르신 도시락에 비하면 무려 50%나 높은 가격이다. 왜일까? 아동들이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해서인가?
아마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몇 년 전 쓰레기도시락 파동. 단무지와 건빵이 반찬으로 나온 사진이 공개되면서 결식아동의 도시락이 문제가 되자, 그때부터 아동들의 도시락 단가가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인상되었다. 그런데 같은 도시락인 어르신의 몫은 여전히 2,000원 그대로이다.
이는 복지예산이라는 것이 사회적 이슈에 얼마나 민감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임과 동시에, 그나마 이슈화되지도 못하면 이처럼 비참한 상태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민중들의 현실을 뻔뻔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겠다.
어르신들의 도시락에서 더 큰 문제점은 단가가 낮은 것도 모자라 일요일은 아예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가난한데다 몸까지 불편하여 매일매일 복지관에서 배달되는 도시락을 드시는 분들은 모두가 쉬는 일요일에는 밥 먹는 일까지도 쉬어야 한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복지관은 이 어르신들을 위하여 지역 교회의 후원을 받아 부족하나마 구에서 지원받는 2,000원 예산을 3,000원 단가에 맞추어 도시락을 제작하고 있고, 일요일에도 이들 교회에서 어차피 하는 밥 조금 더 넉넉히 하고 성도들이 배달하여 일요일에도 식사를 드실 수 있게 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하는 것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당장에 봄이 와서 발을 녹여줄 수 없다면 길고 긴 겨울. 차가워진 발에 오줌이라도 누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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