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경제 지난해 5월1일 30면 |
한국 신문은 해마다 메이데이만 되면 비키니만 걸치고 인공폭포 아래서 물장구치는 여성 모델을 등장시킨다. 이런 버릇은 여러 해 계속됐다. 올해도 여지없이 메이데이 전야제가 열리는 4월 30일자 도하 여러 일간지에 시원한 물보라치는 파도와 폭포 속 남녀의 사진이 실렸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캐리비안베이 인공 파도 풀에서 남녀가 즐기는 사진이다. 이 파도 풀은 매년 5월 1일 개장을 앞두고 늘 4월 말에 여성 모델과 남자 직원들을 동원해 홍보용 연출사진을 찍을 기회를 여러 신문에 제공한다.
대재벌의 계열사 상업광고를 매년 신문에 싣는 이들에게 언론의 공공성은 어떤 의미일까. 신문들이 이런 쓰레기 같은 상업광고를 사진보도라는 이름으로 실으면서 붙이는 ‘사진설명’은 압권이다. 매일경제신문은 지난해 5월1일자 30면에 옆의 사진을 실으면서 사진설명으로 “전국적으로 평년보다 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달 30일 경기도 캐리비안베이를 찾은 시민들이 시원한 물줄기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고 달았다. 매경은 외국인까지 포함돼 동원된 여성 모델을 ‘시민’이라고 했다. 매경은 사진설명에 “지난달 30일 경기도 캐리비안베이를 찾은 시민들”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30일 일반 시민들은 캐리비안베이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아직 개장을 안했기 때문이다.
같은날인 2008년 5월 1일자 서울신문 15면에 실린 사진설명은 그래도 정직했다. “야외시설 개장을 하루 앞둔 30일 용인 애버랜드 캐리비안베이에서 모델들이 인공파도에 부딪히며 즐거워하고 있다”가 서울신문 사진설명이었다.
▲ 노동절 전야제가 열린 올해 4월30일자 여러 신문 |
바보야, 문제는 사회복지정책 전달체계야.
▲ 조선일보 4월29일 12면 |
이런다고 비리가 근절될까.
국내에서 정부와 지자체를 통해 시행중인 사회복지행정 업무가 무려 264개나 된다. 264개 업무는 중앙정부가 100개, 광역자치단체가 154개, 기초단체가 10개 등으로 나눠서 담당한다.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 돈을 주는 급여 종류만도 기초생활보장 7종, 장애인 6종, 아동 9종, 한부모 9종 등 10개 분야에 걸쳐 46종에 달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300종류가 넘는다. 한마디로 중구난방이다. 물론 총액으로 따지면 여전히 이 나라의 사회복지 예산은 OECD 나라 가운데 바닥을 헤맨다.
몇 푼 되지도 않는 사회복지 예산의 설계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현장 공무원들 사이에 비리가 안 생길 수 없다. 사회복지정책의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 이런 식의 대증요법으론 비리 근절은 물론 사회복지행정의 발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