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시민들을 위한 대체식량 생산 사업

[INTERNATIONAL]

[출처: 해외주민운동연대]


군부쿠데타 이후 2년…
벽에 부딪힌 미얀마


지난 4월 11일, 미얀마 군부는 현재 미얀마 민주진영의 거점인 중부 사가잉(Sagaing)주의 버찌지 마을을 공습했다. 미얀마 시민방위군(People's Defense Force, PDF)을 비롯해 마을 주민 150여 명이 마을 공동체 사무실 개소식을 위해 오전부터 모여 아침 식사 중이었다. 전투기와 공격헬기를 이용한 폭격으로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150명 이상의 시민이 사망한 이번 폭격은 미얀마 군부가 지속적으로 사가잉주의 민주진영에게 가하는 공격의 일환이었다. 현재 미얀마 민주진영의 PDF와 미얀마 소수민족 무장세력들은 지속적으로 군부에 맞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지만, 군부의 공군력을 앞세운 공격에 전황은 교착상태다. 군부도 민주진영이 장악한 지역에 대해 통제권을 회복하지 못하고, 민주진영도 군부가 장악한 대도시를 탈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UN과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에게 가하는 살해와 고문을 포함한 잔혹한 반인도적인 전쟁범죄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말, 미국은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미얀마 민주진영에게 무기 지원이 아닌 교육과 같은 기술적인 지원을 통해 군부와 맞서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쪽에선 미얀마 군부 역시 중국,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군부쿠데타 이후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시진핑 주석의 4연임으로 미얀마 상황은 점점 출구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쏠리면서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미얀마 군부가 다시 국제무대로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출처: 해외주민운동연대]

한국 시민사회의 미얀마 지지 활동

한국에서는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부산과 대구 및 광주를 중심으로 2년 넘게 주말마다 미얀마 이주민과 한국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선전전을 벌여왔고, 전국 106개 시민단체가 모인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이하, 미얀마 지지시민모임)은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대응 캠페인을 해왔다. 국내의 미얀마 통합정부(NUG) 한국지부를 비롯해 미얀마 공동체들도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많은 나라에서 현지 미얀마 이주민들이 미얀마 민주주의 지지캠페인을 주도한 것에 비춰볼 때, 한국에서는 시민사회의 활동이 꾸준히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꾸준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는 이뤄지지 못했다. 물론, 2022년 국회에서 미얀마와 같이 인권침해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자원개발사업을 하는 기업의 인권실사를 의무화하는 법률이 발의되는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대규모 가스개발사업을 비롯해 한국 기업의 미얀마 투자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 기업들의 미얀마 투자, 특히 군부와 협력하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문제에 대해선 해결을 요구하는 국제 사회의 압박도 있었다. 2022년 11월 한국을 공식 방문했던 토마스 앤드류 유엔 미얀마 인권상황특별보고관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부가 경제제재를 포함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 모두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국과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더욱 미얀마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우크라이나에 집중되면서 미얀마 민주진영도 미얀마 군부와 맞설 수 있는 무기 지원을 포함한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체식량 생산 사업에 역량 모아야

러시아로부터 침공당한 우크라이나는 논외로 하더라도, 군부의 잔혹한 전쟁범죄에 맞서고 있는 미얀마 민주진영에 무기를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선 한국 시민사회는 반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해 즉각적인 사업철수를 끌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얀마 군부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지원할 방법으로 대체식량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 군부쿠데타 초기부터 활발하게 활동해 온 해외주민운동연대1)는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인 태국 메솟에서 쿠키를 생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비가 자주 내리고 습한 미얀마의 기후와 안전하고 편리한 식량 운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쿠키를 만들어 국경지대 난민 및 미얀마 현지에 보급하는 사업은 군부와 맞서고 있는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메솟에서 미얀마 난민들이 직접 생산에 참여해 생산되는 이 대체식량 생산 사업은 사실 한국의 한 시민단체가 나서기 쉽지 않은 사업이다. 당장 생산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시민사회가 지난 2년 동안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연대하겠다고 다짐해 온 만큼, 이 대체식량생산 사업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현재 상황에서 한국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중의 하나로 보인다.

그동안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고 미얀마 민주주의와 연대해 왔던 한국 시민사회를 대상으로 이 사업에 대한 온라인 설명회가 5월 초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이후 본격적으로 이 사업의 지속을 위한 홍보 및 모금 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군부의 공격을 피해 국경지대로 피신한 수많은 난민을 포함하여 식량에 접근하기 힘든 이들을 위해 벌이는 이 사업에 한국 시민들과 노동자들의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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