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상의 폭주는 현병철 인권위 시즌2?

[INTERNATIONAL2]

[출처: 인권정책대응모임]

현병철 인권위의 기억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정권은 인수위 시절부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를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두겠다고 발언하며 인권위의 독립성을 위협하였다. 인권위는 1993년 비엔나 인권대회를 통해 국제사회가 설립을 약속한 국가인권기구(National Human Rights Institution)로서, 독립기구로서 활동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독립적인 업무를 보장하고 있다.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둔다는 것은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인권활동가들은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시작했고,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결국 대통령 직속계획은 철회되었다. 하지만 인권위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서 경찰폭력을 감시하는 인권감시단 활동을 하자, 결국 이명박 정권은 조직규모를 대폭 축소하였다. 그 결과 당시 안경환 인권위원장이 사퇴하고, 인권에 전혀 문외한이었던 현병철 씨가 새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하였다.

현병철 인권위에서는 독립성이 심각하게 후퇴한 사례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인권위 내에서 좌파 직원을 색출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이었다. 실제로 이 블랙리스트에서 지목된 직원들은 인권위를 그만두어야 했다. 또 하나는 우동민 열사의 죽음이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2010년 12월 3일 인권위에서 점거농성을 했을 때, 인권위는 추운 날씨에 난방을 끊었고, 결국 이 추위가 우동민 열사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된 이 두 사건은 2019년에서야 인권위 자체 조사를 통해 당시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받을 수 있었다. 현병철 인권위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인사들은 인권위가 정권에 비판적인 권고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거나, 직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활동하지 못하도록 통제하였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발언도 이어졌다. 현병철 인권위는 국제적으로 모범이라 평가받았던 한국 인권위의 위상을 추락시켰고, 여전히 인권위의 흑역사로 남아 있다.

폭주하는 이충상 상임위원

윤석열 정부가 취임하면서, 2022년 10월 국민의힘 몫으로 경북대 법대 이충상 교수가 상임위원에 임명되었다. 이충상 씨는 취임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이충상 씨가 윤석열 대통령 선거캠프에서는 ‘사법개혁위원회 위원장’을,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조배숙 전북도지사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력 때문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보은성 인사였을뿐더러, 지난 2005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후배 재판관의 재판에 개입한 의혹마저 있었다. 이충상 씨에 대한 우려는 곧 현실이 되었다. 상임위원은 차관급으로 총 11명의 인권위원 중 3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인권위의 활동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중대한 역할을 하는 자리에 취임하자마자 이충상 씨는 갖은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물론,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까지 부리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윤석열 대통령 풍자 만화 진정 건에 대한 ‘셀프 주심’ 사건이다. 이른바 “윤석열차”가 상을 받자 정부가 경고하고 나섰고, 이런 정부의 경고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인권위에 진정한 건에 대해서, 이충상 씨는 스스로 이 진정 사안의 주심을 맡았다. 그리고는 이 진정 건에 대한 안건을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대해 담당 조사관이 인권위 내부 게시판에 “부당하다”고 글을 올리자, 이충상 상임위원은 “담당 조사관은 쟁점을 모른다”며 공개적으로 담당 조사관을 비난하기까지 하였다. 인권위 조사관이 이 비난으로 인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올해 2월 이충상 씨를 인권위에 진정하자, 이충상 씨는 “이 조사관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며, 만약 징계가 안 되면 자신이 인권위원장이 되어서 징계하겠다”고 발언까지 하였다. 인권위 상임위원이 직원에게 진정을 당한 것도 초유의 사태이지만, 자신이 인권위원장이 되면 공무원 신분인 직원을 징계하겠다고 공개적으로 협박까지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암울한 인권위의 미래

이충상 씨는 올해 4월 13일에 있었던 상임위원회에서 ‘해병대 훈련병에게 짧은 머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을 신병에게 알리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권고에 반대하며 결정문에 소수의견 게재를 요구하였다. 그러면서 ‘군대 내 두발규제가 인권침해라는 것을 해병대 훈련병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반대하며, ‘항문성교로 인하여 남성 동성애자의 항문이 파열되는 것도 인권침해라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인식시켜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병대 훈련병들에게 두발규제가 인권침해라고 인식시켜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다른 인권위원들의 만류로 이충상 씨의 소수의견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이충상 씨의 도발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지난 5월 23일 그를 인권위에 진정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의 독립적인 업무를 보장하기 위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다면 임기를 보장하고, 인권위 업무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충상 씨는 이러한 인권위의 독립성 보장을 방패 삼아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인권위는 국제사회의 약속으로 설립된 기관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성격을 가진다. 실제로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은 5년마다 세계 각국의 인권기구들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등급을 심사하여 공개하고 있다. 현병철 인권위의 퇴행으로 2015년 등급 심사 당시에, 이례적으로 등급 심사 결과 발표가 3번이나 연기된 적도 있다. 당시에도 가장 높은 등급인 ‘A’등급을 받긴 했지만, 세 차례에 걸친 등급 심사 연기 자체가 인권위와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였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 인권위는 아시아에서 모범적인 국가인권기구이고, 그 결과 현재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인권기구연합(APF)의 의장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병철 인권위 시절에도 볼 수 없었던 폭주를 지속하는 이충상 씨의 행태가, 현재 인권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집권 세력의 의중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충상 씨의 말대로 2024년 9월에 새로운 인권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지명된 이후,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성소수자와 장애인, 노동조합에 대해 벌어지고 있는 혐오와 공격이 인권위에서도 나타날까 우려된다. 인권위의 상황을 우리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권정책대응모임 등은 지난 5월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충상 위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한편, 그의 차별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내용의 진정을 인권위에 제출했다. [출처: 인권정책대응모임]

<각주>
(1) '혐오표현' 이충상 인권위원, '보복성 징계' 발언 논란 | 연합뉴스 (yna.co.kr)
https://www.yna.co.kr/view/AKR20230524027500004
(2) ‘혐오발언’으로 인권위에 진정된 인권위원…“이충상 사퇴를”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29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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