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투본 회의를 해야 내일 지침이 나갈 수 있다. 지침이 없을 때 당황할 조합원들을 생각해 봤느냐"라며 회의실에서 나가 줄 것을 요구했고, 이에 참관자들은 "사실과 다른 과대 결과나 지침을 받느니 아예 지침을 안 받는 편이 낫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듣지 말아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뭐가 두려워 회의 공개를 못하는 거냐"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소심하게 두려워 하지 말고 회의를 공개하라
다른 민주노총의 상근간부는 "민주노총 규약상 공개와 비공개 회의가 다 가능하고 위원장이 판단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번 투본회의는 위원장님이 '비공개'를 결정한 거다. 그러니 따라 줬으면 좋겠다"라고 회의실을 비워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참관자들은 "어려울수록 머리도, 가슴도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유보가 승리라 판단할 수 있지만 많은 난관들이 남아있고, 폐지가 되지 않는 이상 비정규개악법안의 지뢰는 계속 있는 거다. 도대체 왜 같이 논의 해서 잘 해결하자는 제안을 일방적인 '참관 거부'로 거절하는 거냐"라며 '회의실을 비워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결국 오고가는 언쟁 속에 1시 17분 경 총연맹 상근활동가들은 2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그러나 이미 참관자들은 15명의 최소인원만은 남긴 채 나머지 참관대오는 1층 로비와 층계등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황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은 '단 한 명의 참관도 안 된다'라고 강수를 둬 상황이 더욱 악화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상근활동가들의 대화 중 곳곳에서는 "공개 비공개를 어떠한 기준 없이 2층 회의실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나가라'라고 결정을 하다니. 민주노총 임원들이 상층중심의 관료적인 거 아니냐"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참관을 보장해 달라. 조합원에게 숨겨 논의할 내용이 무엇인가"라고 재차 질문하기도 했다.
공무원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노동자는 "지금 우리가 순순히 회의 참관을 못하고 물러선다면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민감한 회의 때마다 규약을 내걸고 회의 참관조차 막아버릴 여지를 남기게 된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쉽게 순순히 빠질 수는 없다"라고 발언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기도 했다.
비정규연대회의 12월 2일 무기한 총파업 제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새벽으로 넘어가면서 참관을 시도한 대오도 지치고 임원들도 지쳐 갔다. 회의실과 복도 곳곳에는 쓰러져 휴식을 취하는 조합원들로 북적거렸다. 그러는 동안 투본회의를 위한 의견 조율이 이어졌다. 비정규연대회가 새벽 회의를 마치고 1층 회의실로 돌아왔고,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위원장이 "비정규연대회는 공식 내부 논의를 통해 '12월 2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을 민주노총에 문서로 제안할 것(이유는 민주노총에서 비정규연대회의 위원장들도 투본회의 참관이 불가능하다고 했기 때문에 문서로 전달하기로 한 것임)을 결정하고 대표단이 문서로 민주노총 임원들에게 입장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새벽까지 참관자들의 '회의실과 1층' 로비투쟁은 계속됐다. 4시 10분경 민주노총으로부터 "비정규노조 대표자 3인의 참관을 전제로 한 투본회의 개회"와 관련한 제안이 왔고, 참관인들은 회의를 통해 '제안 수용'을 결정했다. 회의 참관자는 권수정 아산 현대자동차사내하청노조 직무대행, 조성웅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조 위원장, 임미령 평등노조 위원장 등 3인이었다.
29일 저녁 7시에 진행하기로 한 민주노총 투본회의는 다음날 새벽인 30일 새벽 4시 20분 경 정족수 확인을 시작으로 공식 개회됐다. 54명 전체 투본 구성원 중 32명 참석으로 17차 투본회의가 정식으로 시작됐다.
가장 핵심적 쟁점은 12월 2일 파업전술인가, 하루 대규모 집회인가에 대한 판단 하나와 크레인 고공투쟁을 벌이고 있는 4인의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민주노총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는가 문제였다. 결국 이 쟁점은 29일 승리적인 2월 투쟁을 예고한 이수호 위원장의 장미빛 전망과는 배치되는 전술이기 때문에 투본회의에서 어떤 결론이 날 것인가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회의실 출입문은 회의실 안쪽에서 잠궈 이례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회의실에 들어가지 못한 신승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투본회의 참가자들이 열린 문을 찾아다니는 촌극이 연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