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5시 10분, 4명의 고공농성자들이 지상을 밟았다. 이들이 50미터 상공 타워크레인에 오르던 과정처럼 이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과정 역시 험난했다.
당초 이들은 4시 30분경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육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타워크레인을 내려오려 하였으나, 내려오는 이들을 맞으려는 동료 노동자들의 농성장 진입이 차단되면서 이를 조율하는 동안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결국 김진억 민주노총 미조직실 국장,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 구권서 시설노조 위원장 등 3인이 농성장으로 들어가 이들을 맞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고, 4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가와 구호를 외치고 한 사람씩 타워크레인을 내려왔다.
경찰은 고공농성장인 공사장 정문에 구급차를 배치해 두었으나, 정작 농성자들이 내려오자 바로 공사장 옆 한밭식당 쪽문으로 이들을 연행해 닭장차에 실었다. “설마 7일간 추위에 떨며 지낸 농성자들을 닭장차로 이동하겠냐”며 공사장 정문에 대기 중이던 기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밭 식당 쪽문 쪽으로 뛰기 시작했다.
미처 안부 한마디 물을 시간도 없이 농성자들은 닭장차에 실려졌고, 얼굴이라도 보고 손 한 번 잡고 싶어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느 병원으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망연자실 닭장차를 지켜보았다.
주봉희 방송사비정규직노조 위원장의 차에 올라 닭장차를 바라보던 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은 “얼싸안고 환영하는 그런 건 못 하더라도, 지상에 내려 오자마자 위원장과 동지들을 짐승처럼 끌고 가는 행태에 분노스럽고 서글프다”며 닭장차의 뒷머리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5시 50분, 닭장차가 도착한 곳은 영등포 병원 응급실 앞. 삼엄한 경비 속에 농성자들이 병원으로 들어갔고, 혈액 검사를 시작으로 불과 20여 분 사이에 4명의 농성자들에 대한 건강 검진이 이루어졌다.
농성 중간에 감기 기운을 보인 김경진 위원장 외에 농성자들은 자신들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검사 중간 중간 현재 심경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농성자들은 첫 마디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해 조합원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냈다.
김주익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조 조합원, “걱정 마십시오, 원했던 성과 못 내고 내려와서 죄송합니다”
김경진 서울경인지역사무서비스노조 위원장, “우리 조합원들 잘 싸울 거라 믿습니다”
김기식 현대자동차아산사내하청지회 조합원 “완전 저희 목표에는 못 미치는 결과 속에 내려 와서 죄송합니다. 이미 각오는 했기에 떨리는 것 없는데, 다만 추운 데 있다가 내려와서 몸이 확 달아 오르네요”
이수종 전국타워크레인노조 위원장 “성공 했어야 하는데 실패를 해서 미안하고, 조합원들이 제가 없어도 더 힘내서 조합을 더 튼튼히 해 주길 바랍니다”
김경진 위원장은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투쟁사 이후에 읽으려 준비했지만 읽지 못했던 고공농성자들의 성명서를 기자에게 전달하려 하였으나, 경황이 없는 상황이어서 성명서를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 성명서의 주된 내용은 “조합원을 믿는다”는, “우리가 고공농성을 진행하며 외쳤던 구호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투쟁해 달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건강 검진을 마치고 닭장차에 오르며 김기식 씨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산사내하청노조 조합원 등에게 “우리 와이프에게 전화 한 통 해 줘요”라는 말을 누차 남겼다.
현재 농성자들은 서울 시내 모 경찰서로 이동중이다.
김진억 민주노총 미조직실 국장에 따르면 이들은 집시법 위반, 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전담 변호사를 정하고 원만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이들에 대한 구속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김진억 국장은 전했다. 한편 고공농성으로 인한 손해배상와 관련 아직까지 업체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적어도 일용직 노동자 임금 등 일정부분 손해배상은 감수해야 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김진억 국장은 “이 부분에 대해 비정규연대회의는 연대회의 차원의 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민주노총 차원의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