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약값 연간 2조 원 국민 주머니 털어갈 것

보건의료단체들 경고, "약값은 누적적으로 추가 부담 발생할 것"

환자권리를위한환우회연합모임, 한미FTA저지보건의료대책위, 한미FTA저지지재권공대위는 9일 한미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하얏트 호텔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FTA 체결에 따른 5년간 피해 예상 추정액수를 발표했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알려진 내용대로 한미FTA 협상이 체결 될 경우 연간 국민보험료 약값 부담이 2조원씩 증가하게 된다. 당연히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통해 부담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공언은 휴짓조각이 되는 셈이다.

현재 한미FTA 협상에서 의약품 협상의 쟁점은 △특허기간연장 △처방의약품 대중광고 허용 △의약품 신약허가기간 단축 △자료독점권 강화 △식약청-특허청 연계 △독립적 이의제기기구 설립 등이다. 물론 대부분 미국 협상단이 요구하는 내용대로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국장은 △4대 선결 조건 인정 논란 끝에, 결국 정부가 인정한 점 △싱가포르 별도 협상 당시 정부는 미국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수용했다고 선전했지만 오히려 제도를 무력화 시킬 16가지 구체 요구를 미국이 밝혔던 점 △'빅딜'이 언급됐을 김종훈 수석대표가 부정적으로 답변했으나 7차 협상 당시 미-호주FTA를 예로 들면서 '빅딜'을 공론화 했던 전례들을 꼽으며, "한국 정부는 말로는 의약품 분야를 지키겠다고 얘기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다 수용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특허기간 연장으로 피해금액만 1년간 1조 2천억원 추정

보건의료단체들은 이와 같은 미국 협상단의 요구들, 현재 한국 협상단이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는 내용을 근거로 약값 부담이 얼마나 증가할 것인가를 계산했다.

의약품 비용의 증가는 의약품 특허기간이 최소 5년간 연장돼, 특허기간연장으로 인한 추가의약품비용부담이 5년간 최소 7조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에 약제비 적정화방안이 무력화된다면 최소한 3조원의 추가피해가 발생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부실특허비용, 처방의약품의 대중광고허용 등 미국의 요구가 대폭 수용 될 경우 국민보험료의 추가 부담은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하게 될 것이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 중 약제비로 지출되는 돈은 약 7조 2천억원으로 약 30%를 차지한다. 다른 나라의 의료보장비용에서 약제비 비율이 10~15%임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비중이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 약제비는 이미 건강보험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한미FTA로 인해 추가부담 연 2조원이 가중 된다면 건강보험은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96년부터 2005년까지 등록된 의약품 특허 전체를 대상으로, 출원 후 등록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35개월이 소요된다. 실제 존속기간은 이 보다 짧지만, 여하튼 현재 의약품 특허권의 평균 존속기간이 205개월(약 17년)이다. 한미FTA협상에서는 특허청의 심사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초과분 만큼 특허기간을 연장할 것을 논의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특허기간은 평균 18년이 된다. 한미FTA로 인해 특허기간이 평균 1년은 늘어나는 셈이다.

2006년 말부터 특허청이 자발적으로 특허심사기간을 줄이고 있는 분위기를 반영해 계산하면 평균 1.7년이 늘어나는 것으로 특허가 12개월 증가한다고 가정할시 1년에 1조2천억원 정도의 피해금액이 발생하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수익자 부담금을 통한 허가기간을 단축할 경우, 6,000억 정도의 피해금액이 발생한다.

제품허가 후 45일 이내 오리지널사가 제네릭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30개월까지 제품발매를 막을 수 있는 해치-왁스만법과 유사한 법령이 도입될 경우 오리지널 특허의 허점을 이용한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복제약) 전략이 원천 차단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결국 소송제기 여부와는 무관했던 품목허가 제도 자체가 바뀌게 되는 셈이다. 최대 30개월이 연장된다고 가정한다면 3조원 가량의 부담이 추가 발생하게 된다.

나아가 현재 한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자료독점권 보다 더 강력한 자료독점권 보장을 미국 협상단이 요구하고 있고, 이런 정책이 실시될 경우 ‘특허 연장의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만약 자료독점권 기간내에 의약품 허가와 생산, 보험등재의 과정이 중단된다면 실제로 자료독점권이 풀려도 실제로 복제의약품이 진입하는데는 12개월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피해금액이 발생하게 된다.

자료독점권 인정의 문제는 특허가 끝난 의약품에 대해 별도로 사실상의 특허를 연장시켜주는 것일 뿐이며, 제네릭(복제) 의약품의 생산을 늦추어 값싼 의약품을 복용할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액의 돈으로 산출된 계산이다.

특허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특허청의 특허허가업무담당 직원 1인당 특허허가업무는 1인당 2건 정도. 보건의료단체들은 “의약품 특허심사기간을 단축시킨다는 것은 부실특허를 양산하는 것이며 의약품 특허의 심사를 사실상 포기하고 신청하면 특허를 내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의약품 신약허가기간단축의 경우도 "현재 허가된 약품들 중에도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는 약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이 허가기간을 6개월 더 단축한다는 것은 의약품의 안전성 검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라"라는 것이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는 보건의료 단체들의 입장이다.

식약청-특허청 연계할 경우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미국이 주장하는 식약청-특허청 연계는 약품의 주성분에 대한 특허만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회사가 걸어놓은 의약품의 제법, 용법 등 수많은 특허 중 단 하나만 남아있어도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내주지 않는 제도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 제도는 제네릭제약사가 다국적 제약사에게 재판에서 승소해야 제네릭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제도로 변질되었다. 평균 소송기간이 30개월 정도 소요된다. 이 소송에서 제네릭 제약회사의 승소율이 80%정도 임을 감안할 때 결국 이 제도는 30개월의 특허연장제도일 뿐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허가기간단축, 자료독점권연장, 식약청-특허청 연계. 이 기간을 합산하면 한미 FTA의 특허기간연장효과는 최소 5년"이 될 것을 추정하며 "값싼 제네릭 약품생산은 지연되고 한국 국민은 값비싼 특허약을 먹어야만 한다면 이 피해액이 5년간 최소 7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들에 의해 봉쇄된 하얏트 호텔(협상장) 앞에서는 기자회견도 쉽지 않았다. 결국 호텔 아래 공원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독립적 이의제기기구.. 진정 수용할 것인가

미 협상단은 ‘독립적 이의제기 기구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구의 역할은 의약품/의료기기위원회를 두어 상시적인 FTA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이를 한국 협상단이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약가적정화정책은은 '심사평가원'에서 경제성 평가를 하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와 약가협상을 하는 수순이다. '독립적 이의제기 기구'라 함은 협상이 끝난 후에도 보험적용 여부나 약값이 맘에 안들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최종심의기구를 따로 만들자는 것과 다름 아닌 셈이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런 기구를 둔다면 약제비적정화제도의 기본 형태만 남을 뿐 정작 중요한 경제성 평가나 사용량 연동제, 협상력을 통한 약가인하 등 핵심적인 제도는 무력화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미국측이 요구하는 처방의약품의 대중광고허용을 하게 되면 의약품 사용량은 천정부지로 뛸게 될 것은 분명하다. 한 예로 미국의 바이옥스라는 의약품 하나를 팔기위해 지출한 광고비용이 펩시콜라나 버드와이저 회사의 광고비용보다 많다. 광고를 보고 각인되 듯 의약품 남용은 저절로 따라오게 부수적 사회 현상이다.

보건의료 단체들 .. 한미FTA 협상 중단 해야 한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7차례의 협상을 통해 국민이 얻을 이익은 모호하거나 거의 없는 반면 피해는 구체적이고 엄청나다"는 내용을 확인하며 "의약품에서의 추가부담은 누적적으로 발생할 것이므로 처음에는 작아보일 수 있으나 결국 건강보험재정을 위히고 몰아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기종 환자권리를위한연합회모임 공동대표는 "한미FTA의 피해는 당장 약을 두고도 돈이 없어 치료를 받을 수 없는 환자들, 그리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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