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전 승리, 우리가 이긴 건 우리의 과거였다

[월드컵 너머 연속기고](6) - 토고전 승리를 보며

6월 13일, 본선 1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토고 대표팀을 이겼다.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나라 밖에서 거둔 승리였고, 게다가 1 대 0으로 뒤지다가 후반전에 역전시킨 명승부였다. 16강 진출의 첫 단추를 잘 끼운 것도 기쁘지만 원정 첫승이자 역전승이라는 점이 가슴 뿌듯한 기쁨을 준다. 2002년의 4강 진출이 홈그라운드의 이점만이 아닌, 세계적인 ‘실력’의 산물이었음을 절반쯤은 증명한 셈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안다. 월드컵에서의 축구 실력이란 단순히 개개인의 능력이나 조직력만이 아닌, 국가마다 유전되어 각인된 집단적 인프라의 총화임을. 이길 것 같다가도 꼭 막판에 어이없는 실수로 비기거나 황당하게 진 것이 결코 우연이나 실수가 아님을. 그건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의식적 자신감이며, 그 유전된 자신감이야말로 ‘우승의 맛을 본 놈이 우승한다’는 비논리적인 명제를 설명해 준다는 것을.

그럴수록 상대팀 토고의 모습에서 우리의 과거가 보인다. 경기전 의식에서 우리 나라 국가가 두 번 연달아 울린 해프닝이 그들에게는 단순한 해프닝은 아니었을 게다. 그건 ‘가난한 나라’에 대한 행사진행자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무시’였음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감지했을 것이고, 이 우연 아닌 우연이 그라운드에서도 심판의 휘슬과 자신의 발목을 걸고넘어지리라는 것을 예감했을 것이다.

국가 횟수만큼의 스코어로 지고 있을 때 그들의 수비진과 미더필더의 자포자기한 듯한 걸음걸이에서 저개발 독재국가의 축구대표팀에 드리워진 ‘후진’ 운명의 그늘을 느꼈다면 오버일까?

그도 그럴 것이, 이상하게 토고의 미더필더와 수비는 처음부터 ‘근성’이 없어 보였다. 아니, ‘의욕’과 ‘성취동기’가 없어 보였다는 게 정확할 게다. 월드컵 출전수당을 둘러싼 토고축구협회와 대표팀간의 갈등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38년간의 독재자의 아들이자 현 독재자의 동생인 토고축구협회장 냐싱베의 FIFA 지원금(최빈국에게 준 축구발전지원금과 본선 진출 후 쏟아진 수십억 원) 횡령은 못 본 체하고 ‘애국심은 온데간데 없고 돈만 밝힌다’는 여론의 화살을 맞아 그들의 어깨는 벌써 쳐져 있었다. 토고의 독재자 가족은 ‘애국’이라는 명목으로 대표님에게 국제적인 앵벌이를 강요한 게 아닌가?

비싼 국제항공료 때문에 자국민의 응원도 변변히 받지 못한 토고대표팀에 비해, 우리는 더 이상 ‘고국에 계신 동포 여러분’이라는 말을 들을 필요도 없이 400명의 붉은악마 원정단과 여행객, 이민자, 유학생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아 홈그라운드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다. 물론,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즐거운 건 ‘애국심’에만 기댄 악바리 근성이 아니라, 순수한 축구 실력과 유전된 자신감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6월 13일, 우리는 가난한 독재국가의 축구대표팀 토고, 아니 가난한 독재국가였던 우리의 과거와 싸워서 이겼다.

4년 전 2002년 6월 13일 한일 월드컵의 열기 속에서 ‘미순이 효선이’를 잃었다. 길가의 돌멩이처럼 미군장갑차에 깔아뭉개졌고 길가의 돌멩이마냥 아무렇지도 않게 그 사건은 잊혀졌다. 월드컵 4강의 기쁨 속에서.

이번 토고전에서처럼 우리는 우리의 과거와 싸워 이겨야 한다. 월드컵의 열광은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열광이라는 것을, 우리의 열광은 여타의 사회적 이슈가 끼어들면 방해받을 만큼 약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자신에게 보여줘야 한다.

2006년 월드컵의 구호는 <어게인again 2002>가 아니라, <더모어the more 2002>이여야 하지 않을까?

월드컵을 사랑하는 분들, 우리의 월드컵 열기는 강합니다. 한미 FTA에 대한 부릅뜬 비판의식 속에서,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를 위해 자국민의 삶터를 빼앗은 정부에 대한 치욕과 분노의 열기 속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우리의 열기는 결코 방해받지도,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더 모어 2002!
덧붙이는 말

박정수 님은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자로 일하고 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박정수(수유+너머)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한심한 참세상

    한심한 참세상 쓰레기 같은 기획시리즈 ...

  • 한심한 참세상

    한심한 참세상 쓰레기 같은 기획시리즈 ...

  • 참나원

    2002년보다 더..? 무엇을 더 하자는 것인지.. 응원을??

  • 참나원

    2002년보다 더..? 무엇을 더 하자는 것인지.. 응원을??

  • 본인도 뭔가 헷갈리신듯...
    "월드컵을 사랑하는 분들, 우리의 월드컵 열기는 강합니다. 한미 FTA에 대한 부릅뜬 비판의식 속에서,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를 위해 자국민의 삶터를 빼앗은 정부에 대한 치욕과 분노의 열기 속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우리의 열기는 결코 방해받지도,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더 모어 2002!"
    요 마지막 부분 특히 뭔 소립니까?

    애국주의적인 열광을 넘어서 이제 월드컵에 대한 열정은 순수한 축구 사랑으로 가져가고 월드컵 기간에 여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우리는 충분히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그렇게 하자..모 요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텍스트가 전혀 그렇게 읽히지가 않네요.

  • 본인도 뭔가 헷갈리신듯...
    "월드컵을 사랑하는 분들, 우리의 월드컵 열기는 강합니다. 한미 FTA에 대한 부릅뜬 비판의식 속에서, 미군의 전략적 재배치를 위해 자국민의 삶터를 빼앗은 정부에 대한 치욕과 분노의 열기 속에서도 월드컵에 대한 우리의 열기는 결코 방해받지도, 줄어들지도 않습니다. 더 모어 2002!"
    요 마지막 부분 특히 뭔 소립니까?

    애국주의적인 열광을 넘어서 이제 월드컵에 대한 열정은 순수한 축구 사랑으로 가져가고 월드컵 기간에 여타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도 우리는 충분히 함께 가져갈 수 있다, 그렇게 하자..모 요런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텍스트가 전혀 그렇게 읽히지가 않네요.

  • 하하

    한미FTA나 평택같은 이슈를 잠재울려는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월드컵을 보는 열정을 갖자는 것인지..

    독재의 잔재, 애국심을 넘어섰다?
    어찌 내 눈에는 맹목적인 애국심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보이는지..

    순수한 축구 실력과 유전된 자신감?
    앞의 모든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돈 달라고 태업까지한 최약체 토고를 상대로 뻥차기로 일관하다가 요행으로 한명 퇴장당한후에 가까스로 역전시킨후 월드컵 역사에 길이남을 문전 프리킥 뒤로 돌리기로 추악한 승리를 거둔팀에게 너무 과찬이 아닌가?

    유전된 자신감의 승리가 아니라 2002년 상대편 숙소앞에서 새벽에 꽹가리 쳐서 잠못자게 해서 일구어낸 4강신화가 뽀록난거지..

  • 하하

    한미FTA나 평택같은 이슈를 잠재울려는 정부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순수하게 월드컵을 보는 열정을 갖자는 것인지..

    독재의 잔재, 애국심을 넘어섰다?
    어찌 내 눈에는 맹목적인 애국심에 사로잡힌 사람들만 보이는지..

    순수한 축구 실력과 유전된 자신감?
    앞의 모든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돈 달라고 태업까지한 최약체 토고를 상대로 뻥차기로 일관하다가 요행으로 한명 퇴장당한후에 가까스로 역전시킨후 월드컵 역사에 길이남을 문전 프리킥 뒤로 돌리기로 추악한 승리를 거둔팀에게 너무 과찬이 아닌가?

    유전된 자신감의 승리가 아니라 2002년 상대편 숙소앞에서 새벽에 꽹가리 쳐서 잠못자게 해서 일구어낸 4강신화가 뽀록난거지..

  • 어허허...

    뭐하는 시츄에이션인지.....
    이번 축구에서의 승리가 억지스런 '애국심'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가난한 독재정권의 나라라는 우리의 과거와 싸워 승리한 것이라고라고라고라고라...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과 집단화된 인프라의 총체 때문이라고라고라고라?
    도대체 이게 무슨 어이없는 말인가.... 도대체 이 텍스트가 이해가 안간다....
    월드컵에서의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민주화의 성과란 말인가? 이게 무슨 아전인수란 말인가??
    돌려말하지 말고, 글쓴이는 똑바로 자신의 의도를 밝히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러니 수유+공간너머가 욕을 먹죠.
    포스트모더니즘 공부하면 이렇게 되는겨? -_-

  • 어허허...

    뭐하는 시츄에이션인지.....
    이번 축구에서의 승리가 억지스런 '애국심'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가난한 독재정권의 나라라는 우리의 과거와 싸워 승리한 것이라고라고라고라고라... 거기서 나오는 자신감과 집단화된 인프라의 총체 때문이라고라고라고라?
    도대체 이게 무슨 어이없는 말인가.... 도대체 이 텍스트가 이해가 안간다....
    월드컵에서의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민주화의 성과란 말인가? 이게 무슨 아전인수란 말인가??
    돌려말하지 말고, 글쓴이는 똑바로 자신의 의도를 밝히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이러니 수유+공간너머가 욕을 먹죠.
    포스트모더니즘 공부하면 이렇게 되는겨? -_-

  • 조윤희

    재밌는 글입니다. 마지막 단락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건지 확실히 나와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러한 씁쓸함에 동감합니다.

  • 조윤희

    재밌는 글입니다. 마지막 단락을 보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건지 확실히 나와있지 않습니까? 저도 그러한 씁쓸함에 동감합니다.

  • 알쏭달쏭

    토고 선수들은 거의 프로들로 유럽 시장에서 뛰던 사람들이라 사실 토고 현지의 빈곤, 독재를 얘기하기엔 거리가 좀 있지 않을까요.

  • 알쏭달쏭

    토고 선수들은 거의 프로들로 유럽 시장에서 뛰던 사람들이라 사실 토고 현지의 빈곤, 독재를 얘기하기엔 거리가 좀 있지 않을까요.

  • 이슬이

    정치적 이성과 긴장을 강조하지만 그 근거로는 무한한 감성과 반성, 회한을 들고 있으니 참으로 거북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쨋든 무엇을 말씀하려 하시는지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는 거니 참세상이 쓰레기같다는 건 좀 심하네요. 한결같으면 재미없잖아요.

  • 이슬이

    정치적 이성과 긴장을 강조하지만 그 근거로는 무한한 감성과 반성, 회한을 들고 있으니 참으로 거북하기 그지 없습니다. 어쨋든 무엇을 말씀하려 하시는지 의도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글도 있고 저런 글도 있는 거니 참세상이 쓰레기같다는 건 좀 심하네요. 한결같으면 재미없잖아요.

  • 한수 아랫것

    어케 줄 좀 서서 '연구자' 소리 듣는 양반인가 봅니다. 월드컵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요따위 해괴망측한 말들 만들어 내는 연구자들 더 짜증납니다.
    그리고 이 기사 좀 아래에 이 연구자의 다른 기사 제목 보고 어이가 없네요. 링크가 이상해서 열리진 않는데...
    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한미FTA저지 연구자의편지](6) - 박정수가 월드컵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박정수(수유+너머)
    제목부터 무쟈게 오만하고, '연구자의편지' 엄청 구리고, '박정수가 ~에게' 가짢습니다. 안 읽어봐도 뻔하겠죠. 그렇게 하면 연구자의 권위와 명예가 서나요?

  • 한수 아랫것

    어케 줄 좀 서서 '연구자' 소리 듣는 양반인가 봅니다. 월드컵 때문에 짜증나 죽겠는데, 요따위 해괴망측한 말들 만들어 내는 연구자들 더 짜증납니다.
    그리고 이 기사 좀 아래에 이 연구자의 다른 기사 제목 보고 어이가 없네요. 링크가 이상해서 열리진 않는데...
    니네들이 축구를 알아? [한미FTA저지 연구자의편지](6) - 박정수가 월드컵을 사랑하시는 분들에게 /박정수(수유+너머)
    제목부터 무쟈게 오만하고, '연구자의편지' 엄청 구리고, '박정수가 ~에게' 가짢습니다. 안 읽어봐도 뻔하겠죠. 그렇게 하면 연구자의 권위와 명예가 서나요?

  • 꼬뮤니

    "에게인 2002? 또다시 2002년처럼 월드컵 열광에, 민족주의 열광에 사로잡혀 미순이효순이 같은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를 묻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월드컵 열광을 마냥 부정하고 이성을 찾자고 말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축구 열기가 긍정적이고 '강한 것'이라면 그것은 여타의 사회이슈에 대한 감정들과 사고와 더불어 즐거워야합니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한미FTA나 평택기지 문제에 대해 사고하고 분노하는 것을 '잔치집의 초상집개'마냥 꺼려한다면, 그 기쁨은 '약하디 약한' 감정에 불과합니다. 축구의 기쁨이 능동적이라면 그것은 다른 감정들과 이성적 사고/와 더불어, 그것으로 변이될 수 있어야 합니다. 06/15 12:36"

    필자가 쓴 이 글에 대한 부연설명입니다.
    이렇게 썼다면 정말 다행인데.. 너무나 많은 오해가 가게끔 글을 쓰신 듯 하네요.

  • 꼬뮤니

    "에게인 2002? 또다시 2002년처럼 월드컵 열광에, 민족주의 열광에 사로잡혀 미순이효순이 같은 우리 사회 중요한 이슈를 묻혀버려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월드컵 열광을 마냥 부정하고 이성을 찾자고 말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축구 열기가 긍정적이고 '강한 것'이라면 그것은 여타의 사회이슈에 대한 감정들과 사고와 더불어 즐거워야합니다. 월드컵 기간이라고 한미FTA나 평택기지 문제에 대해 사고하고 분노하는 것을 '잔치집의 초상집개'마냥 꺼려한다면, 그 기쁨은 '약하디 약한' 감정에 불과합니다. 축구의 기쁨이 능동적이라면 그것은 다른 감정들과 이성적 사고/와 더불어, 그것으로 변이될 수 있어야 합니다. 06/15 12:36"

    필자가 쓴 이 글에 대한 부연설명입니다.
    이렇게 썼다면 정말 다행인데.. 너무나 많은 오해가 가게끔 글을 쓰신 듯 하네요.

  • kjg

    뭔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남의 일기장 보는데도 아닐텐데.... 참세상! 좀 선별좀 하시지

  • kjg

    뭔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여기가 남의 일기장 보는데도 아닐텐데.... 참세상! 좀 선별좀 하시지

  • ㄹㄹ

    이거 뭔 말도 안 되는 허접한 소리야?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더 모어 2002!?
    이봐요, 문제는 이미 2002년도에 있었다고.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 ㄹㄹ

    이거 뭔 말도 안 되는 허접한 소리야?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더 모어 2002!?
    이봐요, 문제는 이미 2002년도에 있었다고.
    헛소리 좀 하지 말라고..

  • 파트라슈

    수유+너머엔 위대한 게르만민족의 인종주의가 있나요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