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 이전부터 방송3사는 각종 월드컵 특집을 배치하고 월드컵의 열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월드컵이 개막된 이후에는 더욱 심각해 졌는데, 방송 내용 하나하나에도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건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이미 방송시간 편성부터 시작되고 있다.
공중파 방송국, 종일방송에 60%이상 월드컵 특집
문화연대가 토고전이 열렸던 13일 01시부터 24시까지 방송3사 월드컵 방송 편성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단 KBS1과 KBS2의 월드컵 특집프로그램 시간은 각 각 14시간 40분, 11시간 으로 61.1%와 45.8%의 편성률을 보였다. KBS는 방송이 없는 낮 시간을 제외하면 방송 편성 전 시간대를 월드컵 방송을 배치했던 것이다.
KBS이 이러하니 MBC, SBS는 말할 것도 없다. MBC, SBS는 13일이 평일임에도 종일방송을 배치하고 월드컵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특히 MBC는 도를 넘어섰다고 생각될 정도로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을 배치해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항의에 부딪히기도 했다.
13일 MBC는 24시간 종일방송 중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만 18시간 30분, 77%의 편성비율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MBC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도 아침 6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하는 뉴스프로그램과 아침드라마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그램은 월드컵 특집 방송으로 방영했으며, 뉴스데스크 등 뉴스프로그램도 월드컵 특집 방송으로 편성했다.
본분을 망각하고 돈만 쫓는 공중파 방송국
이에 문화연대, 다산인권센터, 인권운동사랑방 등 6개 문화인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 본분을 망각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 상업주의를 조장하고 있다”며 “비이성적 월드컵 방송편성 중단하라”고 방송3사의 행태를 강력히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이들의 우려는 공중파가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방송 편성에서의 공공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독점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보도해야 할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공중파 방송들이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연대는 “월드컵 광기에는 미디어의 책임이 막중하고, 특히 중계권료 회수와 막대한 광고 이익을 노리는 극악무도함이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돈 되는 월드컵 보도로 한 목 톡톡히 챙기겠다는 공중파 방송들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신문도 다르지 않다. 신문들은 월드컵 대표팀 선수들과 감독의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연일 헤드라인을 가득 채웠다. 한겨레도 다르지 않았는데, 한겨레는 월드컵 시작 하루 전 부터 스포츠면을 두 배로 늘리며 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겨레, 월드컵 보도 중심 사회적 문제 끼워넣기 그쳐
한국과 토고전 다음 날인 14일, 한겨레의 보도를 살펴보면 24면 중 전면광고 4면을 빼고 헤드라인을 포함해 나머지면의 40%인 8면을 월드컵 보도로 채웠다. 내용에서도 보수언론과 다르지 않았다. 14일 한겨레의 1면은 토고전의 열기를 그대로 담은 선수들의 사진과 ‘보인다 16강, 붉은 신화 다시 열린다’라는 헤드라인 기사로 채워졌다.
이런 한겨레의 보도에 대해 독자들의 우려가 많았는지 한겨레는 14일 ‘편집국에서 독자에게’ 란에 한재승 편집기획팀장은‘균형 있는 월드컵 보도는?’이란 글을 통해 한겨레에서 지금의 보도방향을 결정하기까지의 고민을 밝혔다.
한재승 편집기획팀장은 “고민거리는 보도의 균형감”이라며 “국민들의 최대관심사가 월드컵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충족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는 이유로 현안을 묻어버리는 것은 언론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우려와 다르게 한겨레의 보도는 다른 언론과 보도형태에서 차이점이 많지 않았다. 차이라면 한겨레는 14일, 사회면 가득 월드컵에서 붉은악마들의 움직임에 대해 다루면서 하단에 ‘대추리 주민, KTX여승무원, 시각장애인들, “한국팀 잘 풀려 우리문제도 잘 풀렸으면”’이란 제목의 기사를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균형감이 있기 보다는 끼워 넣기 이상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월드컵 아직도 반 이상 남았는데 언론들의 월드컵 보도 어떻게 되어야 할까.
2002년 월드컵 때 주한미군에 의해 두 중학생이 죽었으나 이는 월드컵 열기에 묻혀 제대로 보도한번 되지 못하고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지 못했던 바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 한미FTA, 평택대추리,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 중요한 문제들이 광기 속에 묻혀 사장되지 않도록 언론들의 공정한 보도가 필요한 시기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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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재구성은 피플파워에서 방송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