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사건으로 구속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가 접견인을 통해 심경을 털어놓았다. 지난 18일 임종인 의원과 약 1시간 정도 이루어진 접견에서 김명호 교수는 석궁 발사가 우발적으로 이루어졌고, 활을 겨누어 발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임종인 의원실에 따르면 김명호 교수는 당일 접견에서 ‘하고싶은 말’과 함께 '교수지위확인 청구 관련 쟁점사항'과 '석궁 사건의 구체적 사실 관계'를 털어놓았다.
김명호 교수는 “법을 무시하는 무법자 판사들에 의한 재판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국민에 의한 재판을 받겠다”고 말하고 “박홍우 부장판사의 항소 기각은 나에게 사형판결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김명호 교수는 “이길 것이라고 100% 확신했다”는 말을 남겨 항소심 판결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재차 피력했다.
한편 김명호 교수는 이날 접견에서 교수지위 확인 청구와 관련, 2005년 7월부터 한 달간 재임용 관련 판례를 공부한 후, 87년 판결(86다카262 : ‘임기가 만료되면 교수직위를 상실하고 재임용은 학교의 재량이다’라고 판결)이 77년 판결(선고77다300 : ‘재임용 관련 사립학교법 해석에서 “대학교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임용 되어야 한다고 보여진다’고 판결)의 법률해석을 변경하면서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이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공개질의 했다고 밝혔다.
공개질의는 △대법원 판결(77다300)에서 사립학교법 해석을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고 법률해석 변경을 한 이유 △대법원 판례검색 홈페이지에서 77다30에 명시된 판시사항2, 판결요지2와 참조조문이 삭제된 이유 △사립학교법 제53조의2제3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위헌법률 자체만 이용하여 법률해석을 하는 이유 등이었다고 밝혔다.
김명호 교수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상훈 판사를 포함 4명의 판사를 고소하였으나 이상훈 판사는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일을 늦게 잡은 뒤 형사 5부로 옮겨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훈 판사가 이광범 사법정책실장의 형이라는 연고 문제를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상훈 판사는 재판을 4개월간 지연하고, 재판을 성대 쪽으로 유리하게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박홍우 판사를 직접 찾아가 석궁을 발사한 사건과 관련, 김명호 교수는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에서 박홍우 판사가 사는 아파트를 알게 됐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아파트 동수를 알게 되었다"며, 사전에 박홍우 판사의 주거지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김명호 교수는 사건 당일인 15일 "박홍우 판사를 만난다는 확신을 갖고 찾아간 것은 아니"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석궁, 노끈, 칼을 소지한 데 대해 임종인 의원실에 전해진 바에 따르면, 김명호 교수는 "합법적인 모든 수단을 다 동원했으나 안 돼서, 마지막으로 국민저항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 기각 이유를 알고 싶어 위협용으로 석궁을 가져갔다는 주장이다. 또한 "노끈은 1인 시위할 때 피켓을 목에 걸려고 쓰기 편하게 잘라놓은 것"이고, "칼은 27일 이사 준비를 하다가 마땅히 넣어 둘 곳이 없어 가방에 넣어 둔 것"으로 그날 당시에는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이 김명호 교수의 진술이다.
석궁이 발사된 정황과 관련 김명호 교수는 당시 상황을 비교적 자세히 전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호 교수의 말에 따르면 화살이 장전된 데 대해 "당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었고, 언제 올지 몰라 석궁을 장전하고 내려놓고 있다"고 말해 박홍우 판사를 만나기 전에 이미 석궁이 발사될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을 시인했다.
김명호 교수는 당시 정황에 대해 "사람소리가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뒷모습이 박홍우 판사였다. 그래서 석궁을 든 채 박홍우 판사를 불렀고, 계단으로 내려가면서 '항소기각 이유가 뭐요'라고 반복해서 물었다. 박홍우 판사는 가방으로 활을 막았고, 나는 활로 가방을 치웠다. 당시 활대를 잡고 있던 박홍우 판사와 실랑이 중에 화살이 발사됐고, 둘 다 쓰러졌다. 나는 활이 어디로 날아갔는지 몰랐고 겨눠서 발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박홍우 판사가 '사람 살려' 라고 외치자 경비원과 기사가 현장으로 왔고, 내가 잡혀서 어리둥절하는 사이 박홍우 판사는 올라가서 파카 같은 것으로 갈아입고 내려와 구급차를 타고 갔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임종인 의원은 접견 후 진상조사단을 구성, 법원과 교육계의 구조적 문제점과 원인을 밝혀나가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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