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마스크 한 장 안주면서 대량해고 하려고?

[연정의 바보같은사랑](111)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의 직접고용 투쟁 이야기 ①

지난 2월 7일부터 대구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 20일 간의 파업 투쟁을 했다. 3일 동안 채희봉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 농성도 진행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노동자들은 2017년 7월 정부가 발표한 상시·지속 업무 종사자에 대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2년 넘게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전환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한국가스공사 측은 자회사 전환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연말에는 전 직종 직접고용 안을 냈다. 하지만 정년을 60세로 단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이 ‘청년선호 일자리’라며 공개채용을 하겠다고 했다. 단서들에 관한 의견을 좁혀볼 틈도 없이 한국가스공사 측은 최근 다시 소방·파견을 제외한 전 직종에 대한 자회사 전환을 주장했다. 직접 고용 안은 ‘개인의 안’이었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는 대구지역 코로나 19 확산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조합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20일 만에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물 출입을 막고, 화장실에서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손 씻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역 경영 안정을 위해 200억 원의 ‘상생펀드 특별 지원’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억 3천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살균소독제를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마스크 한 장, 손소독제 한 통 지급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5일차 파업투쟁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삶과 직접고용 투쟁 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
- <필자 주>


  대구시 동구 신서동, 한국가스공사 본사 [출처: 연정]

정규직이 영원한 정규직이겠습니까?

“투쟁으로 투쟁으로 직접고용 쟁취하자!”

2월 21일 오전, 대구광역시 동구 혁신도시 한국가스공사 본사 앞. 붉은 조끼를 입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공공운수노동조합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이 15일 차 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이들은 2월 7일,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른 한국가스공사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직접고용 전환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2월 18일 대구에서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나온 후 급속도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어, 파업 중인 노동자들도 마스크를 쓰고 손 세정제로 손을 닦아가며 농성을 하고 있었다.

이태용 지회장(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대구본사지회)이 “정규직이 영원한 정규직이겠습니까? 우리 비정규직이 이 불평등한 사회에 저항하지 않으면 우리를 도와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하는 이야기와 함께 마틴 니뮐러 목사의 시를 낭독한다.

나찌가 노동조합 조합원원을 잡으러 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므로.
나찌가 유대인을 잡으러 왔다.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나찌가 나를 잡으러 왔다. 나를 위해서 저항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7년 11월 이후 최근까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15차례의 노사전문가협의회와 9차례 집중협의가 열렸다. 사측은 자회사 전환을 주장해 오다가 지난해 말 전 직종에 대한 직접고용을 안을 제시하면서 단서를 붙였다.

“미화를 제외한 나머지 직종을 다 공개채용으로 하고, 정년은 다 60세로 하겠다고 했어요. 여기에 대해 쟁점을 좁혀가면서 토론을 할 단계였는데, 가스공사가 그 안이 한 개인의 안이라면서 다 뒤집어버렸습니다. 가스공사는 소방·파견만 직접고용 하고, 나머지(미화·시설·특수경비·전상 등)는 다 자회사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자회사도 두 개를 만들어 특수경비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쪼개놓겠다고 하고요. 사장하고 면담하고 나면 거꾸로 돌아가고 사장하고 면담하고 나면 또 거꾸로 돌아가고 이게 세 번째 입니다. 협의회 사측 인원이 계속 바뀌면서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아무 말이나 하고 빈정거리고 조롱하면서 파토를 내고 있어요. 말하다 막히면 ‘공사지부(정규직 노동자들,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에서 직접고용을 반대해서 그렇다.’ ‘직접고용을 하면 정규직의 고용불안이 발생한다.’ ‘우린 어쩔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하면서.” (홍종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공동지부장)

홍종표 지부장은 비정규지부가 별도 직군, 별도 임금으로의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규직 노동자들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일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섞이고 갑의 위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자회사를 만들어 정규직 노동자들이 퇴직 후에 간부로 들어올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겠냐고 했다.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가 ‘정규직 퇴직자들의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홍 지부장은 23년 전인 1997년, IMF 구제금융 시기에 1~2주 내에 정규직이 된다는 말을 믿고 한국가스공사의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에 임시직으로 입사했다. 그동안 자회사에서 용역회사로, 심지어는 가스공사의 손자회사에 근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종표 씨는 끝내 가스기술공사 정규직도, 한국가스공사 정규직도 되지 못했다. 회사가 서울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그리고 대구로 이전하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비정규직 신분이었다. 3년 전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제는 용역에서 다시 자회사로 가라고 하니 돌고 도는 비정규직 인생에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업무는 원래 정규직이 하다가 1997년 IMF 이후 외주화가 된 것인데 말이다.

  2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 초기, 한국가스공사 로비 집회 [출처: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직접고용하면 대량해고 자회사 가면 비정규직으로 고용승계?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파업과 사장실 농성 등에 들어가자 한국가스공사는 2월 10일 “정규직 전환 정책에 적극 공감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17.7.20)’ 을 준수하여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자회사 방식의 경우 직종별 현행 정년(미화·시설관리 65세, 그 외 직종 60세)을 그대로 인정하고, 채용방식에 있어서도 전환채용을 실시하여 고용안정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2019년 12월 말 현재 정규직 전환대상자 1천명 이상인 공공기관의 81.8%가 자회사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했다며, 자회사가 사회 분위기에 반하는 게 아니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이는 직접고용을 할 경우, 정년은 60세로 줄이고 공개채용을 해서 대량 해고를 할 것이니 자회사에 가라는 강요나 협박에 가깝다. 정년이 60세로 하향 될 경우 150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스공사를 떠나야 하고, 공개채용 역시 현장에서 일만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게는 해고통보나 마찬가지다.

홍종표 지부장은 이러한 한국가스공사의 정규직전환 입장은 상시·지속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규직 전환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상시·지속 업무를 해온 노동자들의 자리를 온전히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60세 이상자가 근무하는 직종이 청소ㆍ경비 등 고령자 친화 직종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이 별도의 정년을 설정’할 수 있게 했고, ‘현재 근로하는 중인 근로자 전환 원칙’도 명시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노동자들은 1월 말에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으나 사측이 “최적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 이틀 만에 파업을 종료했다. 이번 파업 중에는 채희봉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에서 농성을 했고, 성영규 부사장이 한국가스공사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단독 협의를 약속해 3일 만에 사장실 농성을 해제하기도 했다. 사장실 농성을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가스공사 측이 계속 ‘외부인’ ‘불법점거’ 등의 발언을 해서 서럽고 속상했다고 했다.

용역회사에서 떼 가는 돈만 돌려달라는데 왜?

다음 발언자는 한국가스공사 본사가 대구로 이전해 온 2014년부터 이 곳에서 건물 청소 등의 미화 업무를 해온 박현숙 씨다.

“저는 이렇게 나서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고 노조 하는데 크게 관심도 없었던 사람인데, 마이크를 들게 되고 조장을 하게 되고 지역순회도 하게 되고 여러 가지를 하면서 이 자리에도 서있네요. 화장실 문제 때문에 제가 많이 격분하고 속이 상했습니다.”

한국가스공사가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화장실 이용조차 막아 여성노동자들이 인근 산 밑에 가서 볼일을 보았다는 것이다. 일주일 전까지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건만, 아무 설명도 없이 건물 출입을 막고 건물 입구 안내소에 있는 화장실조차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현숙 씨는 화장실까지 이용 못하게 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출입차단을 중단하라고 지도했음에도 한국가스공사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해서 출입 차단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많은 거 바라는 거 아니잖습니까. 별도 직군, 별도 임금 한다는데, 왜 우리말을 안 들어 줍니까? 우리는 그냥 지금 하는 일 그대로 직접고용으로 하게 해주고 원래 했던 것처럼 65세까지 일하게 해달라는 것 뿐 입니다. 용역회사에서 떼 가는 돈 우리한테 돌려주는 걸로 만족한다고 얘기하는데도 왜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겁니까?”

현숙 씨는 정규직 전환에 논의 테이블에 책임을 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꾸 나온다며 개탄한다. 또,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힘들어도 참았는데, 정부지침 대로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라고 하자 60세로 정년을 낮추겠다는 건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파업투쟁 15일 차, 한국가스공사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출처: 연정]

용역 사장님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현숙 씨는 새벽 6시에 출근해서 화장실과 사무실 회의실 등 한국가스공사 건물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청결하게 관리하는 일을 7년 째 하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 밖에서 하는 제초 작업과 정규직 노동자들이 운동시설에서 사용하는 운동복과 수건을 세탁 하는 일도 해 왔다. 그사이 용역업체가 3번 바뀌었지만, 현숙 씨는 그 회사들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지금 우리를 맡은 회사는 인천에 있어요. 우리는 우리 사장님 이름도 몰라요. 주소도 모르고. 명함 한 장 주면 필요할 때 쓰려고 사진을 찍어두거나 적어둬요.”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용역회사에서 현숙 씨는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새로 써야 했다. 한국가스공사가 위장도급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만든 현장 대리인(소장,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퇴직자)은 미화 노동자들에게 고용을 미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갑질을 했다. 미화 노동자들이 한 달 내내 모은 폐지 판매비용을 독식하고, 노동자들이 휴가를 쓰거나 자녀가 결혼 할 때 각각 5만 원과 20만 원을 내게 했다. 현숙 씨는 어쩌다 3,800원 짜리 콩나물 국밥 사줄 때가 있었는데, 그게 그 돈이었다며 나머지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게 해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기도 했다. 지금은 일반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습관이 돼서 자꾸 화물칸으로 가는 노동자도 있다고 했다. 임금은 호봉 없는 최저임금. 이마저도 초기에는 다른 곳보다 많다며 깎더니 4년간 동결한 적도 있었다. 문제제기 하는 사람은 큰 고초를 겪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재계약 못 한다 협박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그러니까 전부 다 입은 있는데, 말은 못하는...”

현숙 씨는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미화노동자들을 갑질 할 상대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늘 그림자 취급하고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그냥 청소하는 사람이구나. 별로 관심이 없어요. 무관심한 것 그것도 갑질인가? 저희들이야 일을 하러 왔으니 우리 일만 열심히 하는 편인데, 그런 경향은 있어요. 그림자 같은 느낌. 화장실에서 변기 닦고 세면대 닦고 있어도 남자 분들은 바지춤을 올리면서 들어와요. 처음 일하는 사람들은 당황하기도 하고... 본사 젊은 신입 직원이 백 명 씩 와서 교육받을 때는 엘리베이터나 식당에서 줄 쫙 서 있다가 우리를 보면 깍듯이 인사를 해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근데 한두 달 지나고 서너 달 지나면 바뀌어요. 위에서 그렇게 하니까... 그런 예우는 바라지도 않아요. 인사해도 상관없고, 안 해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직접고용이에요. 우리가 어떤 식으로 하자고 계속 얘기를 해도 관심이 없잖아요.”

현숙 씨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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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문재인 정부와 더민주당이 자신들의 권력기반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네요. 언젠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 튼튼하게 할 텐데. 현재까지는 경제가 후퇴해도, 영욕을 누려도 견제할 야당이 없는 것 같네요. 냉정하게 볼 때 여야의 지지율은 50대 50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야당들의 인물부재가 문재인 정부와 더민주당의 독주를 계속 허용할 것 같습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군대만 꽉 잡아놓을 수 있다면 큰 걱정은 없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다양한 난제를 더 키우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하지만.

  • 아저씨

    아, 또 미국의 엄청난 "수"를 봐야지요. 미국은 민심도 밀고, 정보기관도 밀고, 군대도 미는 등 그 수가 아주 많잖습니까. 지금 해외에서 한국인을 막는 것도 미국의 영향이라고 보여집니다.

  • 아저씨

    홍준표도 날라가붓네. 더민주당으로서는 근심덩어리였을 텐데 말이여. 더민주당이 총선을 압승하고 프레지던트가 차기를 노리는 더민주당의 거물들만 눌러놓으면 정치적 난제도 없겠네. 다른 당들은 "뾰족한 수"만 찾아헤매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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