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권은 충성노동자, 저항노동자, 일반노동자로 분할

[박영자의 북쪽이야기](2) - 산업화 시기 북한의 노동자 정책에 대한 비판적 고찰

  개성공단 시범단지 내에 있는 (주)신원 공장에서 북측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 사진출처 - 통일부 뉴스]

개성공단을 비롯해 남북 경제협력이 현실화되고 북한체제의 위기수준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 관련 연구는 상당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북한 노동자에 대한 연구는 초보적 수준이며, 소위 진보진영에서의 접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20세기 사회주의의 노동현실과 노동자 문제는 20세기 사회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분석되야 할 사안이다.

더욱이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본축적의 논리와 강대국 건설의 의지로 자본가와 국가권력에 의해 추진되는 남북경협과 통합의 흐름 속에서 남한의 노동자계급은 북한의 노동과 노동자문제를 알고 있어야 한다. 남한에 비해 강력한 인적․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통합 후 노동문제를 많이 고민하였던 독일노총(DGB)은 통합 이후 아직도 그 정치사회적 비용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교훈을 남한 노동운동진영은 되새겨야 할 때이다.

기간 남한 내 북한관련 연구는 김일성과 김정일 중심의 ‘수령체제’나 ‘권력관계’에 초점이 맞춰지거나 총론적인 정치경제나 경제관련 연구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었다. 남북 경협에 대한 남한 노동자의 입장정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노동과 노동자 관련 연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현실 사회주의가 노동자 다수의 이해와 권리가 실현되는 ‘노동자 국가’ 실현에 실패하였으나 아직도 노동하는 다수의 이해와 권리실현은 인류의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노동하는 다수의 이해와 권리가 실현되는 공동체 건설을 위하여 오늘은 북한의 노동자 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북한의 노동자 정책이 제도화된 시기는 북한의 산업화시기인 1953년~1970년이다. 즉 1953년 한국전쟁이후 전후 복구 건설 시기부터 1970년 북한정권이 공식적으로 사회주의적 공업화의 완성을 선언한 기간이다. 1953년부터 중공업 중심의 산업화를 추진한 북한정권은 1958년 생산수단의 국유화와 농업집단화, 개인상공업 등의 국유화를 완료하여 ‘생산관계의 사회주의적 개조’ 완수를 선언했다.

이 시기 이후 사회주의적 경제관리 문제가 중심적으로 대두되고, 농촌 및 공장관리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제도화되어 사회주의 경쟁운동인 ‘천리마 작업반운동’(59년)과 공장 내에서 조선로동당의 당적․사상적 지도가 주도하는 공장당위원회를 통한 ‘대안의 사업체계’(61년)가 전면화 되었다. 그러나 노동자의 주체성을 강조한 대안의 사업체계가 정권의 의도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경제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경제성장률이 정권의 의도만큼 이루어지지 않음에 따라, 북한정권은 개혁개방의 흐름을 선택했던 사회주의국가와는 달리 통제를 강화하는 ‘계획의 세부화’(64년)와 ‘계획의 일원화’(65년)제도를 수립하였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은 계획에 따라 이루어지지 못하였으며, 따라서 북한정권은 1966년 ‘1차 7개년계획’ 완료기를 1970년으로 3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당시에 초래된 경제성장의 위기와 침체는 비단 4대 군사노선의 추진으로 인한 군비증강에만 그 요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더 구조적인 요인은 ‘정치사상적 동기부여’와 다양한 ‘사회주의적 경쟁운동을 통한 대중동원체제’ 곧 전인민적 총동원체제를 통한 양적 생산과 계획달성이라는 성과주의적 목적론이 핵심이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계획 달성을 위한 결과주의적 사고는 생산증대를 노동자들의 헌신성과 충성에 기대게 했으며, ‘자주 또는 주체’라는 기치는 불면불휴의 헌신적인 노력영웅을 요구했다. 이러한 노력영웅 양성사업은 다양한 노동자의 희생을 강제했다.

북한정권은 급속한 산업화를 위해 3가지 전략을 활용하였다. 첫째,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와 결합된 당-국가주의 전략이다. 둘째, 급속한 국유화와 사회주의 경쟁운동을 제도화한 발전주의 전략이다. 셋째, 광범위한 경제계획의 완수를 위한 관료적 직접통제, 관료의 대리주의이다.

산업화 전략과 관련하여 현실 사회주의와 남한의 박정희정권과 같은 ‘관료적 권위주의 체제’가 어떻게 다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가장 기초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유무를 들고, 더 미시적으로는 생산과 노동자를 통제하는 조직화 방법에 차이를 주목한다.

예를 들어 박정희정권 시절 노동자들의 반발과 저항에 직면한 정권은 한편으론 좌익 노동운동을 파쇼적으로 탄압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론 정권에 우호적인 노동자집단을 후원하고 한국노총에 막대한 국가지원금과 건물사용권 등 실질적인 이권을 주어 체재내화 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자조직인 직업동맹을 국가기관화 하였으며, 공장내 작업반까지 당 라인을 구축하였다.

이들 작업반 내 당원들은 공장관리자이며 동시에 당원으로서 일상적인 생산과 생활을 통해 노동자들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서적이고 감정적인 연대감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데올로기의 교양학습제도와 각종 총화시간을 통해 노동자를 체제내화 했다.

이들은 대부분 작업반장이거나 노력영웅이며 당원이었기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회주의 경쟁운동을 주도했으며 김일성과 조선로동당에 충성을 맹세한 이들이다. 이들은 작업반원들인 동료 노동자들의 공장생활 뿐만 아니라 가정생활까지 깊숙이 개입하였다. 일상생활에 항상적으로 결합하면서 일반 노동자들의 이해와 당-국가의 이해를 일치시키려 했으며, 생산성 증대를 위한 경쟁운동과 당정책․충성 교육 등을 주도했다.

한편 계획에 기초한 당-국가관료의 대리주의와 사회주의적 경쟁운동으로 외현화된 테일러주의적 생산방식은 시간이 지속되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낳았다. 첫째, 생산의 파동성(생산량의 불규칙성), 둘째, 기관본위주의와 노동력․자재 비축 현상, 셋째, 형식적 생산과 형식적 지도, 넷째, 허위보고와 재정 유용, 다섯째, 계획의 혼란과 번복, 여섯째, 흥정과 안면주의, 일곱째, 설비의 극심한 마모, 여덟째, 부족과 잉여의 공존 등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결국 북한의 경제성장 저하를 초래했다.

또한 생산과정에서 통제는 강화되고 작업량은 늘어나면서도 경제적인 인센티브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생산과정과 생산물, 그리고 노동자들의 이익을 보호할 단체 결사권, 그리고 노동 자체에 의미를 상실하면서 생산으로부터의 ‘소외’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동자 소외는 북한정권의 분할통치 전략과 어우러져 노동자들을 충성 노동자(노력영웅)․저항 노동자․수동적인 일반 노동자로 분화되게 하였다.

모든 노동자들이 노력영웅이 될 수는 없었고, 출신성분에 의한 차별정책 때문에 충성심이 높거나 생산성이 높다고 모두가 당원이 될 수도 없었다. 북한정권은 모든 주민을 출신성분과 이력을 기준으로 분할통치하였으며, 노동자 역시 분할통치하였다. 이러한 노동자 정책이 노동자 계급의 분화와 소외를 촉진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노동자 정책으로 인하여 북한의 노동자들은 크게 충성 노동자와 저항 노동자, 그리고 수동적이고 냉소적인 노동자들로 분화되었다. 충성 노동자들은 당원으로 발탁되고 당의 지도에 더욱 충성하여 자신을 후원하는 상층간부와 후견-피후견 관계를 공고화하였다. 이러한 후견-피후견 관계를 통해 사회주의적 부정부패가 외현화 되기도 하였다. 직접적으로 당과 국가에 저항한 노동자들은 처벌과 감시를 받게 되었다.

다수를 차지하는 수동적인 일반노동자들은 한편으론 생존을 위해 개인적 이해를 추구하면서, 불만 특히 정치적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들은 당-국가 사업에 냉소적이었으며, 태업이나 형식적인 생산, 오작품 양산 등으로 수동적인 저항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노동자계급은 분화되었고 노동생산물인 분배, 생산과정, 노동권리인 계급의 이해를 대변할 단체형성권 등으로부터 소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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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석호

    저는 작년말까지 금속연맹에서 일했던 한석호라고 합니다. 현재는 '전진'이라는 정치조직의 회원으로 있습니다. 한반도와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능력이 부족해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님의 논문을 구해서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얼마전 감옥에서 읽었던 북한관련 글들과 작년 평양에서의 5.1절 행사 때 보았던 북의 모습에 고민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 이메일주소 jshannnn@hanmail.net )

  • 한석호

    저는 작년말까지 금속연맹에서 일했던 한석호라고 합니다. 현재는 '전진'이라는 정치조직의 회원으로 있습니다. 한반도와 통일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능력이 부족해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님의 논문을 구해서 읽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보고 싶습니다. 얼마전 감옥에서 읽었던 북한관련 글들과 작년 평양에서의 5.1절 행사 때 보았던 북의 모습에 고민을 많이하고 있습니다.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 이메일주소 jshannnn@hanmail.net )

  • 필자

    잘 모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sister1102@hanmail.net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메일로 주소를 보내주시면 이후 논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필자

    잘 모르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sister1102@hanmail.net으로 보내주시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고민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메일로 주소를 보내주시면 이후 논문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레포트

    수동노동자....
    그 구성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궁금하군요
    북한의 노동자 구성에 대해서 어떠한 실증적 근거도 없이
    주관적으로 분류한 것은 아닌지....

    실증적 자료를 주시오

  • 레포트

    수동노동자....
    그 구성을 어떻게 조사했는지 궁금하군요
    북한의 노동자 구성에 대해서 어떠한 실증적 근거도 없이
    주관적으로 분류한 것은 아닌지....

    실증적 자료를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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