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행복해도 두 사람이 불행하다면

[두 책방 아저씨](7) - '숲 속 나라'를 읽고

저는 얼마전에 이원수가 1949년에 쓴 어린이 글 '숲 속 나라'를 읽었지요. 그 글을 읽고 느낌글을 썼어요.

이원수가 처음으로 쓴 긴 글이지요. 이원수는 당신 나이 15살에 '고향의 봄'을 쓴 사람이지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하며 노래로 많이 불리지요.

이원수는 해방이 되고 나서 일본 사람들에게 빌붙어 먹던 사람들이 일본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미국 사람이 차지하자 미국 사람들에게 빌붙어 사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말을 해 주려고 '숲 속 나라'를 썼다고 했어요.

나라가 잘살려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사치스런 물건을 들려오지 않아야 하고 전기도 아껴쓰고 삶에서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요. 그리고 어린이가 가진 맑은 마음으로 어른들이 만든 잘못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지요.
다음에 내가 쓴 느낌글을 옮겨 볼께요.

- * -

아이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아야지 행복할까. 아이들이 행복하면 모든 살아 있는 것들도 덩달아 행복해지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어떨 때 행복할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배고프고 아파하는데 저 혼자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일까.

"한 사람이 행복하다 해도 두 사람이 불행하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이 말은 이 책에 나오는 노마가 한 말이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기쁘게 사는 날은 언제 올까. 어떻게 살아야지 세상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일하며 뛰노는 나라를 만들 수 있을까.

'숲 속 나라'는 그런 아이들 꿈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숲에 사는 온갖 산새들, 사과나무, 샘물, 구름, 다람쥐, 토끼, 노루, 달님이 아이들과 어울려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고 있다. 그곳에는 배고픈 아이도 없고 힘든 일을 해야 하는 아이도 없다. 일하고 공부하는 것이 마냥 재밌고 즐겁다.

하지만 그런 세상이 그냥 제 발로 걸어오는 것은 아니다. 그런 세상을 만들려면 어떤 슬기가 있어야 할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사치스런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하고 먹을거리, 장난감, 학용품, 옷감 등을 스스로 만들고 기름을 적게 쓰고 전기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숲 속 나라에 들어온 아이들은 숲에 사는 것들과 말을 나눈다. 아마 아이들 맑은 마음이 자연이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옛날 우리네 조상들도 벌레가 하는 말을 들으며 농사를 지었다고 한다. 이렇듯 사람이 자연과 가까이 지내면 자연 속에 사는 목숨붙이들과 서로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사과 한 개를 노마와 나눠 먹은 영이는 노마가 돈에 눈먼 어른들에게 잡혀 가자 자기 몸에 들어온 사과가 하는 말을 듣고 노마를 찾아서 살려 준다. 막내는 어머니가 보고 싶었는데 달님이 꿈에 나타나 어머니가 되어 보게 되고, 정길이 꿈자리에도 달님이 와서 돈과 권력을 좇아 사는 엄마 아빠를 따라 숲 속 나라를 떠난 순희와 순동이가 어항 속 물고기같이 자유롭지 않게 사는 모습을 본다.

노래하는 마을, 꽃마을, 춤추는 마을, 꿈의 마을, 사랑의 마을, 과학의 마을 등은 아이들이 스스로 만든 마을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기쁜 마음으로 하고 다른 이가 하는 일도 기꺼이 도와준다. 온갖 꽃들이 활짝 핀 속에서 기쁨에 찬 노래가 끊이지 않는다.

"숲 속 나라의 행복을 온 세상에 자랑하고, 온 세상에 퍼뜨릴 날이 돌아오도록 우리는 힘써 배우고 힘써 살행하자." 1949년 노마가 한 말이 57년이 지난 지금도 맑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라가 둘로 갈라진 이 땅에서 '숲 속 나라' 같은 어린이 세상을 만드는 것은 더욱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런 세상은 꼭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그런 세상은 맑은 아이들 마음을 가진 어른들이 나서서 만들어야 한다. 갈수록 돈에 눈먼 어른들이 살아 있는 것을 다 죽이는 것을 넋을 놓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 아이가 행복하려면 가까이 있는 친구들이 행복해야 하고 세상 모든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날을 찾아서 천천히 하지만 쉼 없이 걷자.

2006년 2월 17일 금요일 따뜻한 봄이 어서 오기를 바라며 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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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전에 몇 번 도시락 얻어먹은 학생

    A4 용지로 한 장씩 주시던 글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이런 매체에 글을 더욱 많이 올려주세용.

  • 예전에 몇 번 도시락 얻어먹은 학생

    A4 용지로 한 장씩 주시던 글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이런 매체에 글을 더욱 많이 올려주세용.

  • 삼성대

    저번에 풀무질 한겨레라면서 주신 글ㅋ 잘읽었구요. 근데 개인적으로는 책에 대해 쓴 서평이 더 재미있고 좋은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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