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질문은 노사정 3자 교섭전술에 대한 것이다. 비정규 관련 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처리되면서 노사정 교섭전술에 대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교섭전술에 대한 평가는 이번 5기 지도부 선거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후보들에게 노사정 교섭전술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과 법안들의 통과로 현장으로부터 많은 혼란과 어려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자본의 공세에 민주노총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물었다. (답변의 양은 A4 반으로 규정했으나, 각 선본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사무총장 후보가 보내준 그대로를 싣는다.)
기호 1번 김창근 사무총장 후보
"개악안 의제로 하는 교섭은 필요없어“
지금껏 펼쳐왔던 구체적인 교섭전술에 대해 일반적인 노조간부나 조합원대중은 전혀 알지 못하므로 그에 대한 평가는 생략하겠다. 다만 앞서 1번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표현했듯이, 지금껏 민주노총이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하기에 한계가 있었던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자면, 자본과 정권이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기 위해 제출하는 각종 개악안을 민주노총의 방침만으로 전 조직을 가동해 막아내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들이 제출하는 개악안을 의제로 해 임하는 어떠한 교섭이라도 완전 개악될 것이냐 덜 개악될 것이냐만 남게 된다.
이수호 위원장 때부터 제출돼 왔던 사회적 교섭 참석에 대한 제안은 바로 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반대해왔다. 이런 시기에 민주노총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은 교섭이 아니라, 자본과 정권의 개악안을 무슨 수를 쓰더라도 막기 위해 투쟁을 조직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 투쟁에 패배하더라도 투쟁과정에서 차후에 투쟁할 수 있는 또 다른 불씨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현장을 조직하는 것. 이것만이 민주노총의 유일한 활동방식이어야 했다. 물론 투쟁을 조직하는 수단으로 교섭전술을 활용하려 했다는 변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산별교섭 제도화 등 우리가 제출한 민주적 노사관계법 등을 쟁점으로 만들지도 못했다.
조준호 위원장이 ‘무조건 총파업’ 방침으로 투쟁하려 했다는 선명성만 천명했지 과연 투쟁조직에 최선을 다했는지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해볼 일이다. 한편, 잇따른 법안 통과가 ‘패배’로 동일시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악법 따위야 힘이 있으면 어기면 될 일이고, 그 힘이 있다는 전제라면 언제든 우리에게 좋은 법안으로 개정투쟁을 벌여 바꾸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안 통과 따위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현장 구석구석을 돌면서 계급의 힘을 키우는 일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그 길은 역시 기업별노조를 극복하고 산별노조로 대응하는 길 말고는 없다.
기호 2번 이용식 사무총장 후보
"노사정 교섭 전술 통해 쟁점화, 부분적 정부 법안 저지 성과“
노사정교섭은 전술이다. 투쟁은 전략이며 교섭은 투쟁을 위한 전술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민주노총 내부에는 그동안 노사정교섭이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라고 오해하거나, 과도한 교섭중심주의적 태도가 일부에서 나타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투쟁과 교섭은 함께 가는 것이지 교섭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로 치부되는 것은 노조운동조직인 민주노총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노사정교섭전술을 통해 쟁점화하고 부분적이나마 정부 법안을 저지하는 성과가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정권과 자본의 야합 추진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력한 총파업투쟁이 전개되지 않는 한 교섭전술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연이은 법안 강행처리국면은 교섭전술뿐만 아니라 투쟁력의 한계를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특히, 노무현정권 아래에서는 더 이상 교섭이나 대화는 무망한 것이다. 정권과 자본의 공세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책은 △현장조직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전조직이 함께 투쟁할 수 있는 전략전술을 더 많이 개발해야 한다 △노농연대와 같은 사회적 연대전선을 강화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공세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을 부단히 강화해서 사회정치적 영향력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 △노동운동 자체의 사회변혁, 집권전략을 수립해 내야 한다고 판단한다.
기호 3번 임두혁 사무총장 후보
"노사정 교섭, 민주노총 활용 당했을 뿐“
1월 11일 대전유세에서 이석행 후보는 비정규법안의 국회 노사정협상이 매우 성과 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안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인권위 안을 끌어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이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인권위 권고는 노사정협상과는 무관한 것이다. 오히려 국회에서의 노사정협상이 진행되면서 인권위 권고안은 협상의 기준도 되지 못한 채 관심에서 멀어져버렸다.
조준호 집행부는 노사관계로드맵 정부안을 폐기하고, 민주노총 안을 논의의 중심으로 만든다며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갔다. 결과는 무엇인가? 정부의 개악안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다. 9.11 노사정야합도 애초에 예정된 수순이었다. 노사정대표자회의를 통해 ‘노사정 합의안’이며, ‘노동계의 분열’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 민주노총은 활용한 것이 아무것 없고 활용 당했을 뿐이다.
노사정 3자 협상 구도의 문제는 단순히 협상형식이나 구도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노사정 3자 협상이라는 것은 노동조합의 교섭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서로 주고받기 즉 노동의 양보를 전제하는 것이다. 조준호 집행부는 이 본질을 잘 알고 있었고, 실재로 그렇게 했다.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들어간 후 노자는 각각 4가지의 추가의제를 내놓았다. 민주노총은 경총의 추가 개악안 4가지를 추가의제로 받아들였다. 민주노총의 추가 의제 중 공무원노조 문제와 특고문제는 분리하는 굴욕적 합의를 했다. 노사정 3자 협상은 사회적 합의주의가 아니라고 극구 주장하고 있으나 노자가 상호양보를 통한 합의라는 전형적 사회적 합의주의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것뿐이 아니다. 12월 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하자 민주노총은 국회 앞 상경투쟁을 진행했다. 12월 7일 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에게 수정안을 제안했다. 수정안의 내용은 9.11 노사정 야합안 중 대체고용 범위를 50% 정도로 줄이는 정도였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개악안에 지나지 않는 이 수정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상경투쟁 대오를 방치한 채 연이어 중앙집행위를 소집하여 수정안을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 결국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이 형식적 반대의사를 표명 했을 뿐 수정안 통과를 저지하지 않았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민주노동당이 ‘합의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으나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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