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1일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즉각적인 철군 선언"을 촉구했다. |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되는 사건과 관련해 파병반대국민행동은 21일 오후 '아프간 피랍자 무사 귀환 및 즉각 철군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질타와 성토가 쏟아졌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납치된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납치된 이들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또한 "점령"을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규정하며 "철군이 근본적 대안"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사태해결을 위해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연내 철군이 아닌 즉각 철군을 선언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국민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에서 이들을 살릴 생각은 하지 않고 철군은 계획대로 한다는 식의 사태를 악화시키는 발언을 삼가 줄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
▲ 파병반대국민행동 21일 긴급 기자회견 참가자가 '조속한 철군'을 촉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서 있다. |
지은 참여연대 활동가는 "미국이 일으킨 아프가니스탄의 침공과 테러와의 전쟁으로 인해 한국도, 한국인들도 그 전쟁의 한 가운데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라고 참담함을 표현하며 "무장세력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거나 죽음을 전제로 정치적 요구를 달성하는 것에는 분명히 반대 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김은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테러, 전쟁, 파병 반대를 주장하며 철군을 주장해 온 국민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결국 국민들을 테러, 무장 위협의 대상으로 만든, 용서할 수 없는 정권"이라고 정부가 강행해온 '해외 파병' 정책을 비판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활동가는 "9.11 이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명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7년째, 이라크에서 4년째 점령하며, 고통이 민중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배자들에게는 패권과 이익을 안겨주겠지만, 수많은 생명들이 점령과 파병으로 희생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조사중이라고 머뭇거리고, 즉각 철군을 발표하지 않는다면 피랍된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며 조속한 "철군 선언"을 촉구했다.
또한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주둔한 동의/다산부대가 '인도적 활동에 주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김광일 다함께 활동가는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한 동의/다산부대가 국회 보고자료에는 '대테러전쟁지원부대'로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한국군이 공병지원 등 점령지의 지원 부대의 역할을 해 왔다는 것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해 있는 이상, 인도적 활동에 주력했다는 자평과 상관 없이 무장세력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발... 한국 정부, 무장세력 자극 말길
송민순 외교부장관은 21일 오전 공식 브리핑에서 "정부는 국회에 금년 말 이전에 임무를 종료하고 철군한다는 계획을 작년 말 통보했으며 그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계를 넘어'의 미니 활동가는 "과연 정부가 협상과 대화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꼬집었다.
미니 활동가는 "협상을 명확히 풀기 위해서는 사태를 명확히 볼 필요가 있다"며 탈레반을 정치조직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해야, 협상 내지는 대화의 창구가 열리지 않겠는가"를 반문했다.
지난 3월 탈레반에게 피랍됐던 이탈리아인의 경우 이탈리아 정부와 탈레반의 협상으로 풀려났다. 대화나 협상이 원천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부가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테러리스트들과 타협은 없다'는 식으로 대화를 차단하거나, 오히려 '철군하지 않겠다', '철군은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식으로 자극할 경우 사태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회견문] 아프가니스탄 피랍자 무사귀환과 즉각 철군 촉구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납치 단체는 한국군이 오늘 12시(한국시간 4시 30분) 까지 철군하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발표했다. 23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피랍자 가족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엄청난 충격과 걱정에 빠져 있다. 그 어떤 정치적 입장도 사람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 하기에 파병반대국민행동은 이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철박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우리는 납치된 한국인들의 무사귀환을 염원하며, 납치된 이들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전쟁과 분쟁의 직접당사자도 아닌 민간인 납치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또 다른 범죄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한국군 철군을 위해 노력해 온 우리는 이 같은 민간인 납치 행위가 한국군 철군을 위해서도 결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며 납치된 한국인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한다.
2. 그러나 납치된 우리 국민을 살리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 정부에게 달려 있다. 피랍자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에서 "정부가 구두라도 철군 약속 해 주길" 바라고 있다.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에서 터져 나오는 호소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송민순 외교통상부장관은 "철군은 계획대로 (연말)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납치 세력인 탈레반의 요구를 묵살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정부가 과연 피납된 국민을 살릴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김선일 씨가 피랍되었을 때 노무현대통령이 "파병 강행" 입장을 밝힘으로써 김선일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비극이 또 다시 되풀이 되지 않을 지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에게 가족들의 애타는 호소와 국민의 우려에 귀기울여 '즉각적인 철군' 입장을 오후 네시 반 전에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3. 아프간에서 피랍자들의 목숨이 위태로워진 이런 상황이 왜 벌어졌는가? 우리는 점령과 파병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7년 째 접어든 점령은 아프간을 야만적인 상태로 내몰고 있다. 침략 전쟁으로 1만여 명이 죽었고 6백 50만 명이 굶주린다. 부시 정부가 약속한 '자유와 민주주의'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프간인들의 점령 반대 저항이 확대되고 있다. 아프간의 친미 카르자이 정부는 심지어 수도인 카불조차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4. 한국 정부는 아프간 전쟁 직후부터 점령을 지원해 왔다. 동의/다산 부대가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하지만 국회의 파병 연장 안에도 '대테러지원부대'라고 부대의 성격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실제 전투를 벌이고 있지는 않지만, 점령군을 위해 의료지원과 공병지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군 또한 위험에 노출돼 있었고, 올해 2월 고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 기지에서 폭탄 공격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5. 지난해 연말 아프간 파병 부대를 올해까지 철군하기로 약속해 놓고도 최근 정부는 점령 지원의사를 계속 밝혀왔다. 미국 측은 아프간 '지역 재건팀(PRT)' 참가 등을 통한 점령 지원을 요청했고, 김장수 국방장관은 "아프간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지역 재건 팀 등 여러 방안을 강고하고 있다"며 점령을 계속 지원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긴급 대책팀이 구성됐어도, 즉각 철군에 관한 말은 한 마디도 나오고 있지 않다.
6. 피랍된 한국인들의 생명을 구하고 목숨을 살리고자 절절하고 애타게 호소한다. 즉각 철군을 표명하라. 노무현 정부에게 경고한다. 만약 비극적인 참사가 벌어진다면 그 모든 책임은 노무현 정부에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7월 21일 파병반대국민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