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에서 독일인들이 피랍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독일에서도 아프간 철군을 놓고 논쟁이 불붙고 있다. 10월 독일 의회에서는 아프간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불멸의 자유작전(Operation Enduring Freedom)’에 파병을 연장할 것인지 투표가 진행될 예정에 있다.
독일, 피랍 후 ‘파병논란’ 본격화
의회는 10월 아프간 연장 투표 예정
2001년 말 아프간에 독일이 파병한 이후 현재까지 21명의 독일 군인이 사망했다. 또, 2006년 3월 독일인 재건사업 기술자독일인 1명이 피랍되어 살해되었고, 올해 6월에 1명, 7월에 2명을 피랍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7월에 피랍된 독일인 중 한 명은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현재 독일은 약 100명의 군인이 미국 주도의 불멸의 자유작전에 투입하고 있으며, UN국제안보지원군에 3,000여명의 군인들을 파병하고 있다. 독일군의 역할도 주로 재건 사업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프간 북부지역을 정찰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독일 민사당(민주사회당:PDS)는 아프간의 군사작전이 “조율되지 않고 부적절하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민사당 외교정책 담당자는 “10월 파병연장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이 외교정책 담당자는 아프간 전에서 발생한 높은 민간인 희생자 수에 대해서도 우려하면서 “높은 민간인 희생자 수는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을 훼손시켰고, 테러범들이 새로운 지지자를 모으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고 아프간 상황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했다. 아울러 “이런 형태의 테러와의 전쟁은 긍정적 결과를 낳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사민당(사회민주당:SPD)도 “테러와의 전쟁 결과 아프간에서 너무 많은 희생자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병 찬성했던 사민당과 민사당은 입장 선회
좌파당은 파병 헌법소원 제기도
사민당과 민사당은 모두 2001년 파병 당시에는 탈레반의 통치를 끝내고 알카에다를 해체하는 목적을 위해 국제사회의 군사개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던 정당이지만, 최근 납치사건을 비롯해 아프간 상황이 악화되자 파병연장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녹색당도 1998년에서 2005년까지 해외 군사 개입을 승인한 바 있으나, 현재는 10월 의회에서 아프간 파병 연장안을 두고 특별 당 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53명의 의원을 낸 좌파당은 아프간 전쟁을 가장 앞서서 반대하고 있다. 독일 헌법은 해외에서 군사작전을 금지하고 있다. 좌파당은 독일의 아프간 군사개입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7월 3일 아프간 파병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기민당(기독교민주동맹) 출신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독일인 피랍사건을 경과하면서도 철군 요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파병연장을 하겠다고 나서 앞으로 독일 의회 내에서의 공방이 주목된다. 현재 기민당은 의회에서 224석, 사민당은 222석을 갖고 있다.
아프간 전쟁 실패 책임 공방 수면위로
이태리 외무부장관, “미 주도 불멸의 자유작전 끝내라”
아프간 전쟁의 실패를 놓고 책임시비도 수면위로 떠오르고 이다. 25일 마시모 달레마 이태리 외교장관은 아프간에서 높은 민간인 사망자 수를 언급하며 미군 주도의 불멸의 자유작전을 끝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레마 장관은 “탈레반을 겨냥한 최근 작전들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들이 발생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며 미국에 책임을 묻는 발언은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프간 정부는 올해 들어 아프간에서 약 300명의 민간인이 직접적인 교전과정에서 아프간 정부군 및 파병군인들에 의해서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아프간에는 37개국 3만 9천명의 병력과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1만 1천명이 주둔하고 있다.
한국인 인질 석방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서도 탈레반 소탕 작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24일 하루 동안에도 미군과 나토군의 공습, 아프간 정부군의 소탕작전으로 탈레반 무장 세력이 75명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 날 탈레반의 폭탄매설 지역에서 나토군이 6명 사망하기도 했다.
美, 파키스탄에 책임돌려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파키스탄 서부 와지리스탄 등이 탈레반 지도부의 근거지라며, 파키스탄이 이들을 소탕하지 못하면 직접 공격에 나서겠다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과 EU, 캐나다 등 아프간에 군대를 파병한 국가들은 아프간의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저항세력의 반격이 거세지자 그 책임을 파키스탄 정부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아프간 침략전쟁이후 탈레반이 최대로 세력을 넓혀가면서, 미국과 나토군, 그리고 미국이 직접 세웠던 카르자리 정부의 패색이 짙어 지고 있다. 아프간 철군 논란뿐만 아니라, 파병국가 내외에서 아프간 전쟁 자체에 대한 정당성 및 책임공방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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