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책, 노동-복지 관계 재설정해야"

사회운동포럼 시민강좌 '가난한 이들의 몫소리' 열려

지난 17일 성균관대에서는 사회운동포럼 행사의 일환으로 시민강좌 '가난한 이들의 몫소리'가 개최되었다. '빈곤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정책과 공공성'이라는 부제를 단 이날 강좌에는 김종건 동서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민중복지연대 운영위원)가 연사로 나섰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빈곤은 '빈곤의 사회화'"

이날 강연에서 김종건 교수는 현재 나타나는 빈곤의 양상과 이에 대응하는 사회정책의 한계 그리고 빈곤운동의 대응방향 등을 중심으로 강연했다. 김 교수는 우선 IMF 경제위기 이후의 빈곤이 이전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IMF 경제위기 이후에 발견되고 있는 빈곤은 단순히 '소득이 없는' 현상이 아니라 그것으로 인해 공공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와 가스가 끊기고, 세수도 못하고 학교에 가는 공공서비스로부터 배제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오늘날 우리사회가 경험하는 빈곤은 '빈곤의 사회화'라고 부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빈곤의 사회화' 개념을 "사회를 시장중심의 사회로 재편하려는 전략으로 인해 절대적 빈곤뿐만 아니라 상대적 빈곤이 사회 전방위에서 일상화·보편화되고, 그래서 사회화되고 있는 빈곤"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일시적인 빈곤이기에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하기에는 미래가 보이지 않고, 어울려 살아가는 가치를 강조하기에는 현재의 삶이 너무 고달프고 버겁게 됐다"며 "이것이 빈곤화와 양극화 시대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사회, 근로빈곤층에 대응하는 제도 없었다"

IMF 경제위기 이후에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빈곤화와 양극화의 제도적 원인을 김 교수는 △고용불안정에 따른 기본생활 위협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사회복지제도로 진단했고, 이에 따라 "사회복지제도가 양극화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는 근대적인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한 1960년대 이래 무노동-유복지, 유노동-무복지 관계를 고수해왔기 때문에 복지는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고 설명한 김 교수는 "IMF 이후에 일을 해도 빈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제도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복지제도는 불안정한 고용과 저임금으로 인한 소득하락 효과를 상쇄시켜 주어야 하는데, 그 기능이 원활하게 수행되기 위해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이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IMF 경제위기 이후 근로빈곤층이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의 사회복지제도는 '무노동-유복지, 유노동-무복지'라는 기존의 틀에 갇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없었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복지제도 통해 재생산"

김 교수는 또 현재 한국사회의 사회복지제도가 오히려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용보호만큼 확실한 사회정책은 없지만, 당장 실현이 어렵다면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삶의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주는 통합적인 사회정책이 필요하다"며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강할수록 기본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은 더 강화되는 원리가 제도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한국사회의 경우 유연한 노동시장과 사회보험 중심의 사회보장체계로 그런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오히려 보험료 부담능력이 되는 사람에게만 작동하는 사회보험 중심의 사회보장체계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복지제도를 통해 재생산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안정된 고용과 나은 사회보장의 내부자와 불안정한 고용과 부실한 사회보장의 외부자로 분절시킨다"며 '복지의 양극화 시대'의 도래를 경고했다.

참여정부의 사회정책과 관련해 김 교수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분배와 연대, 계층통합을 강조해왔고 그것을 참여복지로 정책화했지만, 그 실상은 전혀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빈곤-사회공공성 강화투쟁 결합되어야"

김 교수는 이날 강좌에서 향후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빈곤운동의 방향과 관련해 "빈곤화와 양극화는 이론적으로는 노동과 복지의 관계, 제도적으로는 노동시장과 사회복지의 연계를 통해 제도적으로 실현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정책의 제일 요건은 노동과 복지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사회복지제도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그 목표는 기본생활을 보장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기본생활 보장'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두 가지 빈곤운동의 경향으로 '반빈곤 투쟁'과 '사회공공성 강화투쟁'을 소개하며 "이 두 운동의 결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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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 복지 , 사회공공성 , 사회운동포럼 , 김종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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