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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대토론 2부]-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

  사회포럼 첫날 토론회는 밤11시가 되어서야 끝이 날 정도로 열기가 높았다./이정원기자

'세상을 바꾸겠다'며 '운동을 한다'는 활동가들의 삶이 왜 이렇게 외로운가. 집회에 오는 선수들도 줄고, 눈도장 찍는 품앗이 투쟁이 아니면 연대집회도 어려운 상황. 몇 명 남지 않은 친구들과 공감할 수 없는 얘기 속에, 세상에 떠다니는 섬처럼 고립된 느낌.

술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 앞이 아닌 뒤에서 더 활성화 됐을 얘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적나라한 얘기들에 웃기도, 찔려 하기도 하고, 한숨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사회운동,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고립과 단절로 상처 입은 자신을 바라보며, 다소 불편하지만 그 상처를 확인하는 토론을 진행한다.

소통/연대/변혁 사회운동포럼 사회운동 대토론회 2부 '사회운동의 소통과 연대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는 배경내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의 사회로, 강양미(민주노동당 서대문), 김진억(민주노총서울본부), 문재현(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민혜(전국학생행진), 박진(다산인권센터), 이봉화(여성운동전략기획단), 이원재(문화연대), 이해관(민주노동자연대), 정해권(노동자의힘) 활동가 등 9명의 패널 토론으로 진행됐다.

공통 질문으로 △지금 '소통'과 '연대'가 서 있는 자리 △운동 안에서 작동하는 분할과 배제 △운동의 방식 앞에서 무릎 꺾이게 되는 지점들 △가치, 운동들 사이의 횡단 △소통과 연대를 복원하기 위한 열쇠말 등 5개의 질문이 던져졌다.

사회운동포럼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만큼, 2부 토론의 '소통'과 연대'는 사회운동 내 조직과 조직, 조직 내 활동가들 간의 '방법' 보다는 '성토'에 초점이 맞춰졌다.

노동운동은 '노동 현장'만 말할 것이 아니라 '생활 속의 현장'으로 들어오라, 10년을 해고 상태에서 투쟁했던 한 간부가 눈물을 울분을 토하더라, 사회운동은 대중의 언어로 말하라, 성과주의 형식주의를 답습하고 있다, 형식화 된 의무교육과 남성을 '수그리게' 만든다는 박제화된 페미니즘, '지역'을 강조하지만 정작 지역의 구도를 잘 모른다, 좌파가 너무 무능하다 서로를 성찰하자, 대학교 1학년인데 학내 정파구도안에서 어떻게 소통해야 겠냐는 물음도...

밤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에도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은 이날 '작정'을 하고 속을 풀어내기로 한 거 같다. 자신의 답답함, 고민들은 토론 청중들에게 마이크가 넘겨진 이후에도 계속됐다.

우리 안의 얘기를 끄집어 보자. 소통과 연대, 어떤 모양새로 우리 안에 와 있을까

박진 활동가는 "활동 오래하면 친구도 없다더니, 내 삶에 대한 얘기, 가치 있는 얘기를 하고 싶은데 외롭다. 우리 운동이 바로 그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 한다"며 "친구도 별로 없고, 사람도 많이 안 만나는 운동권. 투쟁도 품앗이니 연대가 필요하다지만 눈도장 찍기식 질 낮은 연대가 되니 선수들끼리 품 팔아주는, 적나라한 현실인 것 아닌가"를 반문한다.

말을 이은 이원재 활동가는 "철학과 삶의 방식을 확장시키는 것이 운동의 목적일 텐데 언젠가부터 운동도 '적과 싸우다 적을 닮아가는 것처럼' 자본주의를 닮아 가고 있다"라며 "목적과 지향성이 아니라, '연대'가 도구적 수단이 되고 있다. 호혜적 관계 보다, 생산력, 효율성들이 작동하면서 활동자체가 '운동'이 나이나 특정 조직 안에서 임금노동의 변형된 형태가 연대의 현 위치가 아닌가"를 자문한다.

이어 운동단체들 간에 의제선점을 둘러싼 배타성, 조직의 성과와 합리적 효율성, 뿌리 깊은 조직주의와 상층위주의 연대를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로 강양미 활동가는 "투쟁(집회)도 없는 그 사업장에는 왜 가냐. 우리 지역 미조직비정규직도 많은데 왜 남의 동네에 가냐라는 말을 들으면 참 답답하다"라며 운동내의 자기 조직 중심주의와 성과주의를 지적했다.

'사회운동'의 본원적 출발지점은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함께하고 싶은 바램이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 조직을 만들었지만, 역으로 조직과 개인은 사라지고 조직의 이해를 대변하는 도구적 '연대'만이 남았다는 진단이다.

"페미니즘은 공부하면서 알게 되는 학습만의 문제도 아니고, 누군가는 동감하고 누군가는 그렇지 못하는 취향의 문제도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시대를 보다 적확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이고 자기모순을 정정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페미니즘은 변혁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입니다 "

이봉화 활동가는 현실과 괴리된 페미니즘의 문제를 제기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많은 방안들을 마련해 놨지만 정작 페미니즘을 자신의 정치이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못했다"라며 "페미니즘이 여성할당, 성폭력, 생활문화 개선운동으로 협소해져 있고 분절적으로 얘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농담으로 얘기되는 ‘저 여성들한테 찍히면 죽는다’, '성평등 얘기하는 여성들에게 反하면 당에서 높은 자리 못간다'는 식의 금기로 치부되는 경향들의 구체 사례들이 언급되자 장내는 공감의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은 '성평등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당직을 박탈하기로 대의원대회에서 결의했다. 결의는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강양미 활동가는 "의무교육을 마쳐야 하는, 마감이 임박한 5월 6월에는 교육이 한꺼번에 몰린다"며 "형식적인 교육들로 정작 중요한 성평등의식, 여성주의의 본질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을 표했다.

민혜 활동가는 자신이 대표 발언을 하고 나서 무대에 내려오니, 노동자분들이 "며느리 삼자"라고 해서 굉장히 당황했던 사례를 들며 운동진영 내의 '페미니즘의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100인위 성폭력 사건 등 운동사회 내에서 앞으로 나아갈 이념을 만들지 못하고 분절, 단절 됐던 것"을 평가하며, "이론과 현장의 분리가 아니라 반성폭력 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전망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100인위 처음 나왔을 때 의견을 냈다가 '찍혔다'고 자기고백을 한 정해권 활동가는 "노동자의힘내에 반성폭력 규약이 있지만 활동가들이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광장의 정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안 되고 있는 부분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이해관 활동가는 "노동 현장의 경우 페미니즘이 정파구도와 맞물려 반드시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이야기하고 싶지 않지만... 현장과 멀어진 대화

이해관 활동가는 "현장중심성의 복원"을 주장했다. 사회가 변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80년대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느끼는 가치를 민중들 속에서 찾으려 했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는 것.

이에 문재현 활동가는 "공장에서만의 소통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역, 가정내 소통 등 생활, 지역현장속에서의 복원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충북 지역에서 광우병 감시단 활동을 하는데 민주노동당은 선거 때문에, 민주노총은 이랜드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제대로 결합하지 않는다"고, "삶에 대한 성찰, 의지, 생활양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결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중앙의 '지침'이 연대 활동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문재현 활동가는 "중앙에서 지침을 내리지 않으면 지역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정파나 소속단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의 5~10년의 과제를 뽑아 지역사회의 변화와 운동 단위들 간의 소통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합의 쟁의행위 기간 동안, 사내 부부 조합원이 스키 여행을 갔다고 합니다. 그 조합 간부가 노동자 의식이 없느니, 계급의식 어쩌고 하기에 제가 물었습니다. "너, 부러운 거지?"

김진억 활동가는 "노동운동의 모든 문제를 노동조합으로 치환하고 있다. 사회운동이 노동조합만 있는 게 아니라, 단체도 있고 대중 조직도 있다. 그런데 모든 것이 노동조합으로 치환돼서 얘기되는 것이 아프고 또 슬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현장의 조합원들이 왜 노동조합의 틀 안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10년간 어용노조와 투쟁하며 해고상태에서 싸워 민주 노조를 건설한 대공장 정규직 조합간부의 심정과 자판기 노조가 됐다고 한탄하며 울었다는 산별노조 위원장의 예를 들었다.

이원재 활동가는 "노동운동현장의 내용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지만, 오늘 토론참가자들의 경우도 비판의 포지션에서 노조운동을 실질적으로 옹호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거 같다"고 지적하며 "예를 들어 문화운동을 비판을 해 줬으면 좋겠는데 비판이 없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노조운동은 많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세를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옹호가 아닌 현실의 직시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문재현 활동가는 서울 중심성을 지적한다. 그는 "서울이 지역으로 자기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울을 지역으로 인식하는 실천들이 될 때, 전국적인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활동하는 김진억 활동가는 "다른 지역본부가 부럽다"고 토로한다. 서울은 연맹중앙, 민주노총이 있어 구심력이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 서울지역본부가 비집고 들어갈 곳이 없다는 것.

김진억 활동가는 "상대적으로 우파들은 울산 , 인천, 동부연합과 민주노동당을 축으로 기틀을 잡아가는 것 같다"며 "향후에 새로운 운동은 지역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서울본부는 작업장에 기반을 두되 가능한 의제부터 접근해 들어가는 방식"으로, "사회운동이 노동운동과 결합해 보편적인 운동으로 지역에서 운동을 해 보자"고 제언했다.

"소통을 위해서는 생활양식의 공유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적 활동가들이 생활 속에서 소수자, 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조하고 그 것이 대중의 공감 속에서 확산 될 때 참다운 소통과 연대의 기반이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요"

아는 척 하지만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특권화 된 운동이 아닌 생활 속의 운동을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다는 것


박진 활동가는 "운동진영내 담장 허물기와 자기 영역을 두툼하게 만들어 보자"며, "이랜드-뉴코아 투쟁에 연대하면서 민주노총은 타격투쟁만 얘기하고 있지만, 보편화 된 의제가 뭔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온도차와 대화 단절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의 고민을 내 놓는다.

문재현 활동가는 "엉덩이가 무거워 나오지 않는 운동권들이 소통의 말, 소통의 몸짓이 어색하다"며 "생활 안에 모순의 중첩성이 드러난다면 문제해결의 고리가 잡힐 수 있을 것", "그런 측면에서 내 자신의 삶을 바꾸고, 성찰하는 것, 지역과 연결되는 맥락과 연결 지점을 찾는 실천들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진억 활동가는 "노동조합운동, 민주노총으로 대표되는 운동을 제쳐두고 사회운동포럼의 초점을 두고 싶은 것은 사회운동활동가들의 자기 성찰, 비판"이라며 "이 흐름과 현장의 노동자 민중의 역동성이 모이면 못할게 없다. 사회운동포럼이 이런 흐름을 만드는 단초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이봉화 활동가는 "지역이 지금은 유행이지만, 우파의 시각으로 보면 철지난 트렌드다"라며 "지역운동을 장악하고 이미 역할을 하고 있는 우파들이 많지만 지역은 여전히 공백이 많다"고 장애인자립센터 등 지역 거점의 의제들을 예로 들며 '해야 할 역할이 많음'을 강조한다.

또한 "속도를 재구성하는 문제"를 제기하며 "연대를 함에 있어서도 속도의 강박에 빠져 성명서 이름, 집회한번 참여하는 것을 '연대하러 간다'고 말 하지 말고, 시작과 끝을 같이하는 연대를 고민하며 속도를 조절하자"고 제안했다.

지역운동이 트렌드인거 같아요. 저는 지역에서 올라왔는데요, 실상 지역단위 대중조직을 꼽으면 전농, 공무원, 전교조가 기본입니다. 전농은 지역 농협에서 노조 결성하니까 노조 해산에 앞장서더라고요. 이런 식의 지역 활동은 운동은 커녕 방해만 안 해도 좋을 상황입니다. 지역에 대해 중요하다고 강조만 하고, 피상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실사를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원재 활동가는 "자신의 삶의 방식들, 모습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나의 상태, 정치적 목적, 욕망을 잘 알고, 관심을 가져야 타자를 잘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상속의 연대 질서가 의제와 조직만이 아니라 세대, 취향, 실질적 필요에 다양한 매개를 통해 활동가간 연대 문화가 꽃필 수 있도록 예를 들어 '주위에 단체 사람들밖에 친구가 없어요- 친구 없는 활동가 네트워크', '운동의 미래가 불확실한 운동가 동맹'과 같이 풍부한 연대에 대한 상상력을 가져 보자고 제안했다.

이해관 활동가는 "노동운동이 힘이 부딪히는 공간에 있기 때문에 좀 더 완고한 거 같다. 그래서 과오 인정하는 것도 인색하고, 혁신하는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며 "더 빨리 방향을 잡을 수 있는 곳이 사회운동 진영이 아닐까. 비판을 넘어서 현장중심성을 환원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사회운동이 그런 문제의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해권 활동가는 "작년의 평택 투쟁이 한 해 싸움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반기지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반이 없는 좌파지만 그런 측면에서 지역 운동 고민할 때 돈을 모으고 전망을 모으는 공동의 축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라며 "서로의 활동을 흔들어 봤으면 좋겠다"고 기대를 밝혔다.

이런 구호를 생각해 봤습니다. '소외에 사무치다. 연설에 미치다. 변명을 외치다' 동성애자들을 마치 자본주의의 찌꺼기처럼 인식하는 단위도 있습니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해고된다면 노동자 조직이 같이 해야 하고, 중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하는 동성애자들이 있다면 지역, 학교에서 같이 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노력할 때, 운동의 성찰, 연대할 고리를 찾아내고, 우리 사회가 좀 더 인간의 보편적인 존엄을 지킬 사회로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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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 사회운동포럼 , 소통 , 확장 , 좌파 무능 ,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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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슴을 톡톡 치는 이야기들, 잘 보고 갑니다.
    계속 연재해주세요~
    '친구 없는 활동가 네트워크' '운동의 미래가 불확실한 운동가 동맹' ㅋㅋ

  • 나도

    나도 사무친다.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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