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사고치는 맘으로 들이대 보자"

[사회운동포럼- 열쇠말4] 지역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대안 찾기

이번 사회운동포럼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사회공공성'과 '지역' 일 것이다. 특히 '활동 공간'으로의 '지역'에 대한 강조는 어느 워크숍에서도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모 활동가의 지적처럼 지역은 이미 지나간 유행. 뒤늦게나마 지역의 '공백'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늦었지만 그 만큼 유의미하다.

  1일 사회운동포럼 4번째 열쇠말 토론, '지역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대안찾기' 토론회가 진행됐다.

'지역이 중요하다'는 것 외에 합의된 것이 거의 없는 '지역운동' 워크숍의 경우, 그 어느 토론보다 '모아지지 않는' 다양한 내용들이 나왔다. 각 지역에서 진행되는 현황도 다르고, 사업의 성격도 격양지차였다.

물론 '지역'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과 '지역운동'의 절실함을 느낀 사람들이 참가한 만큼 지역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 것인가'와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의 결론은 '지역'을 바라보지만 말고 '들이대자'는 것. 너무 당연한 내용이지만 '들이대자'는 결론을 얻기까지 이어지는 실패의 경험, 외면당하면서도 '공력'을 키우며 지역에서 뿌리를 내린 '가늘고 길게 사는 법', 결실의 기쁨들을 공유했다. '탁상 테이블'이 아닌 발로 뛰는 현장으로의 '지역'. 그 활동의 첫걸음이 시작된 셈이다.

사회운동포럼 4번째 열쇠말 '지역운동의 새로운 전망과 대안 찾기' 워크숍은 이진숙 사회진보연대 인천지부 활동가의 사회로, 최준영(문화연대), 안성민(민중의집), 홍성준(이랜드일반노조월드컵분회지원대책위), 이광호(영등포역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 최영선(위례시민연대), 권혁문(민주노동당 용산구) 활동가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사회운동포럼의 화두 '지역'에 대한 공론

변혁적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공장'의 현장을 포함한 '삶의 공간'인 지역. 생산과 재생산의 영역이 공존하는 '지역'에 대한 강조는 끊이지 않았다.

주 발제를 한 최준영 활동가는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지역 간의 불균등한 발전은 내적 배제를 심화시킨다 △중앙정부의 책임전가와 분화된 지방정부가 지역을 신자유주의적으로 재편한다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고착화와 사회서비스를 시장화가 이뤄지는 공간 △상업적 지역발전과 생태파괴의 부분을 착목하며 '지역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지역'이 주요 의제로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운동의 위기에 대응해 지역이 등장한 측면 △ 지역산별노조, 정당 등 주체 형성의 맥락 △사회적 재생산 위기에 대한 대응 운동이 가능한 곳의 의미 △풀뿌리 자치운동으로의 공간적 의미 △삶의 제영역에서 운동을 만들어 보자는 '대안세계를 실험하는 구체적인 장'으로의 '지역'이 주목받고 있음을 강조했다.

최준영 활동가는 "운동이 안 되니까 딴 곳에 가서 해 보자는 문제의식이 아님"을 강조하며, "생활의 실천과 담론 분리를 경계하며, 생태, 페미니즘, 인권, 평화 등 지역사회운동에 관점을 갖고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운동 기획단] 풀뿌리 운동에 대한 평가

풀뿌리 운동은 주민들의 보육이나 주거, 교육, 예산 등 구체적인 삶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며 그들을 지역의 주체로 세우고 역량을 강화시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도록 지원해 왔다. 그러나 수도권/비수도권의 심각한 정치, 경제, 문화적 격차나 사회적 양극화, 개발주의로 인한 많은 문제점들에 접하며, 새로운 고민을 요구받고 있다. 또한 주민들의 직접적인 욕구나 이해관계와 잘 연결되지 않는 이슈들에 관해서는 그 운동의 한계를 보였다.

더구나 주민들의 욕구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거나 대규모 개발사업 등 노골적으로 이익을 내세우며 주민들을 유혹할 때 풀뿌리운동은 사회적 공공성이나 사회적 필요를 설득하고 대안을 유도하는 데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여론을 조작하고 이용해 지역사회의 욕구를 자신들의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지역사회 내에 깊이 뿌리내린 토호세력은 풀뿌리운동이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풀뿌리 운동이 단순히 작은 자족적인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면, 이제 새로운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토론과정에서 '공공역사'의 문제의식으로 접근했던 '영등포역 공공성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 활동 보고와 민주노동당 지역활동가들이 결합했던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례로 '이랜드 일반노조 월드컵 분회 지원 대책위' 활동이 소개됐다. 활동을 시작한 서울 마포 '민중의 집' 사례와 준비되고 있는 용산구 지구당 활동가의 '도시농업' 사업 구상들이 발표됐다.

홍성준 활동가는 "민주노동당과 노동조합의 사업 연계"에 대한 고민을, 최영선 활동가는 "지역을 행정구역으로 구분하지 말고 자발성이 요구되는 공간으로 사고하자"고 제언했다. 아울러 지역운동의 접근 방식에 있어 '감성을 움직이는 운동'과 '자기 운동의 성찰'에서부터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영등포공공역사공대위에 결합해 활동했다는 김하늬 민주노동자연대 활동가는 "현안이 불거지면 결합하는 운동이 아니라 현안을 만들어 내는 운동으로, 지역운동이 출발점이자 매개가 됐다"고 자기 경험을 소개했다. 그녀는 "의미 있게 평가받겠다는 높은 기대에서 시작하기 보다는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그 자체에서 많은 고민과 실천이 태동했다"고 강조했다.

중앙의제를 지역에서 소화시키겠다면 그것은 '지역운동'이 아니다
지역운동이 중앙 의제와 함께가지 않는다면 그것은'전략'이 없는 것이다


하승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운영위원은 "중앙에서 하는 것을 지역에 내려가서 하면 그건 지역운동이 아니라 중앙의제를 지역에 소화시키기 위해 '지부'를 만드는 것"이라며 "유행 처럼 갖는 관심이 '지부'를 만드는 관심인지, 다른 소통, 다르게 만나는 방식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숍에서 주로 논의되는 방식은 중앙의 의제와 활동방식을, 지역을 거점으로 재조직화 하는 것 같다"고 해석하며, "동의를 구하는 식의, 어렵고 긴 '과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근본적인 고민 없이 마치 지역이 새로운 공간처럼 논의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반론도 제기됐다. 최인기 활동가는 "지역단위들이 지역에 근거하고, 주민소환제, 예산감시 등 지역의 미세한 문제에 대응할 수 있지만, 그 안에 국한되면서 오히려 전체 차원에서 요구되는 투쟁이나, 주요 의제는 간과해 버리는 문제점이 있다"며 부산 APEC 반대 투쟁 당시의 사례를 들었다. 지역의 풀뿌리 조직들이 주요한 중앙차원의 이슈에는 참여하지 않는 문제, 이를 '전략이 부재한 지역운동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관련해 최영선 사무국장은 "FTA나 이랜드 투쟁의 경우 어느 지역에서 몇 명이 오는냐를 숫자적으로 판단하지만 '지역운동'의 경우 생활 속에서 의식을 변화시키는 활동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빨리 드러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이어 지역운동을 하기 위한 가장 큰 덕목으로 "가늘고 길게 가는 활동"을 역설하며, 인내심과 '내공'의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활동을 시작한 안성민 활동가는 "지역에 풀뿌리 자치운동 단위들이 많이 있다. 이 운동들에 대해 섣불리 평가하면 이후 어려움을 많이 남기게 되겠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며 이미 토착화 된 지역단체들과의 관계 설정에 대한 고민도 밝혔다.

토론 과정에서 기획단이 놓쳤던 부분들도 지적됐다.

김헌주 경북일반노조 조합원은 "지역운동을 얘기하는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얘기는 구색 맞추기로도 안들어 있다"고 지적하며,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소통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이주노동자의 쪽방과 생존권, 노동과 삶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충남 공주에서 올라온 박일훈 씨는 "공통 의제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며, 공주대학교 이전 사례와 지역 관변단체들이 반FTA 집회로 모아지는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지혜를 모아내고 공통점을 만들고, 찾으려 하면 같이 할 수 있고, 통로도 열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역'이 화두임은 확실하나 '어떻게'의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장기적 전망'이 없이 맹목적으로 '지역'의 주문을 외우는 것, '중앙 지부'를 만들 듯 '지역'을 사고하는 한계도 지적됐다. 사회운동이 강조하는 무게감에 비해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은 취약해 보인다.

토론자들과 참가자들은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성과로 만났으면 좋겠다'는 말을 이었다. 사회운동 포럼이 내년을 '확실히' 기약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말하는 '내년'은 지역을 바라보는 '긴 호흡'에서 나온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각 지역에서 다양한 의제들과 활동들이 꽃피우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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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사회운동포럼 , 열쇠말 , 영등포 공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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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걱

    제목만 보면 난감하네요. 지역을 그렇게 사고하면 진짜로 사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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