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시사IN 전문기자는 시사저널 편집인의 기사 삭제 사건부터 소개했다. 폭력적인 과정이 이루어졌고, 다시 시사저널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시사인을 만들게 되었단다. 삼성을 다룬 기사가 아니었다면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장영희 기자는 나름대로 삼성 문제를 집요하고 집중적으로 10년 가까이 다뤘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기자를 하면서 삼성에 대한 두 가지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한다.
우선 삼성이 기업으로서 경기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기업이 따라야 할 규칙들, 가령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 등에 대해 삼성은 자기 입맛대로 규칙을 바꾸려는 여러 정황과 시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하나는 삼성이 어떤 필요에 의해 우리 사회 유력 인사에게 전방위 로비를 하는 여러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영희 기자는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을 이재용 씨로 보았다. 이재용의 후계 구도를 완성하기 위해 처절한 마지막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용철 변호사를 만나 취재하면서 느낀 생각은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한다. 큰 틀은 여러 차례 걸쳐 언론, 시민단체, 정치권을 통해 이미 제기된 문제여서 새로운 게 없었고, 다만 6하원칙을 어느 정도 짤 수 있었고, 이빨 빠진 부분, 어디서 뭐했다는 등의 내용을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장영희 기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증언이 앞으로 삼성을 변화시키고 폐해를 시정하는 계기로 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삼성이라는 기업을 이건희 일가와 구조본 핵심 인사들과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과 기업인을 분리한다는 뜻인데, 삼성 문제에 있어 이걸 분리하지 않으면 '삼성이 한국에서 얼마나 중요한 기업인데'라는 이상하고 왜곡된 결과를 낳게 된다고 했다. 기자로서 삼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유도 삼성이 한국 사회에 대단히 중요하고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삼성이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 문제의 핵심은 이건희 일가에 충성하려는, 이건희 일가의 이해를 위해 일부 가신 그룹들이 편법과 불법을 저지른 것이고, 그들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여론을 무마하고 그래왔다는 이야기다.
장영희 기자는 또 하나, 김용철 변호사를 알게 되었을 때 걱정부터 생겼다고 했다. 삼성은 한 달 전부터 김용철 변호사의 동선 파악과 접촉 시도를 했는데, 이게 실리면 삼성은 바로 증거인멸에 들어갈 것이고 이러저러한 물타기를 할 텐데, 이 사안을 어떻게 하면 잘 끌고 갈 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다고 했다.
장영희 기자는 시사인의 예를 들어 우리 사회 주류에 저항하는 건강성이 살아있음을 확인했다며 소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그 길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데, 언론들이 김용철 변호사 보도를 안 하기도 하고, 하더라도 양쪽의 공방을 다루는 양비론으로 가는 언론이 대부분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여러 문제를 검증하는 그런 류의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의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말미에 법과 제도로 삼성을 제어할 수 없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소신을 내비쳤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과 제도가 아니면 무엇으로 할 수 있나. 결국 법과 제도로 해결하지 않으면 정치적 담판을 하자는 이야긴데 사회적 대타협을 하는 자리에 삼성을 끌고나올, 추동할만한 강력한 무기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부나 국가권력이 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의지는 없어보인다며, 따라서 삼성 문제는 법적으로 다스릴 수밖에 없지 않냐는 게 장영희 기자의 주장이다.
전규찬, 삼성자본 자체의 문제도 짚어야
장영희 기자의 토론 발언이 끝나자 경청하던 전규찬 교수가 문제제기를 건넸다. 장영희 기자의 주장이 삼성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이건희 가벌의 비리를 제어하자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데, 이건희 가벌의 비리 부패는 응당 징계해야 하지만, 삼성권력 문제도 그 자체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가전제품을 팔기 위해 중국 농산물을 사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통신과 전자산업 팔아먹기 위해 문화 빈곤 가져오는 것도 삼성의 축적 논리에 기인한다. mbc 9시뉴스 끝자락에 삼성이 나오는데 그것도 삼성 재벌 신화의 한 증거다 등의 사례를 들어 삼성자본 자체의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는 문제를 던졌다.
이건희 가벌에 대한 징계와 더불어 삼성의 제국적, 초국적 권력에 대한 해체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어야지, 이건희 가벌에 대한 제약으로 삼성을 보호하자는 방법론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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