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거부권 행사와 별개로 '삼성 특검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 모두 '특검 찬성'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도, 정작 삼성 특검법안은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는 것.
임채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증인 채택 논의 때부터 "어느 누구도 반대하는 사람이 없는데, 왜 안 되냐"는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의 볼멘소리가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회 법사위, 삼성 특검법안 상정도 못하고 산회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회의를 열어 삼성 특검법안 상정을 논의했다. 그러나 시종일관 신당과 한나라당의 공방만 난무하다 아무런 성과 없이 양당 간사 간 협의해 의사일정을 정하기로 하고 산회됐다.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신당 측에서 일방적으로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양당 간 협의가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발목을 잡았기 때문.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한나라당 측에 '발목'을 내 준 신당의 행태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이날 신당 의원들은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3당(신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이 공동 제출한 삼성 특검법안 외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도곡동땅과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또 한나라당이 독자적으로 제출한 '삼성 특검법안'은 소집요구서에서 제외했다.
삼성 특검 뿐만 아니라 이 후보의 의혹 사건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자는 안건에 대해 한나라당의 반발은 당연지사. 이에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양측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신당 서로에게 “삼성 특검법안 처리할 의지 있냐” 공방
김명주 한나라당 의원은 "왜 신당 측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안 하나만 올려놓고 한나라당을 매도하냐"며 "한나라당과 협의해서 특검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의도가 없는 것 아니냐"고 쏘아 붙였다.
그는 "한나라당은 이미 당론으로 삼성 특검 도입을 정했고, 법안도 제출했다"며 "그러면 양당 간 협의를 거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신당 측 법사위 간사인 이상민 의원이 회의 중간 도곡동땅과 BBK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법안은 철회하기로 했으나, 한나라당은 20일 간의 계류기간을 거치는 규정과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처리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최병국 법사위 위원장은 양당 간사 간 협의해 의사일정을 합의하라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간사 간 협의'라는 결론을 냈으나, 국회 폐회 전 까지 남은 법사위 일정은 21일 하루. 이때까지 일사천리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23일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상민 의원이 BBK 등의 안건을 철회한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뒤 "본질적으로 두 개(3당과 한나라당)의 안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조속히 안건으로 상정하고, 본회의에 넘기자"고 제안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법사위 회의 결과에 대해 최재성 신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을 겨냥해 "한나라당은 삼성 관련 특검법을 처리할 의지가 없다"며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특검법안을 제출한 것은 물타기이자 위장전술"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이) 신당에서 일방적으로 개의했다며 상정요구를 묵살한 것은 어설픈 핑계"라며 "이것은 그야말로 생트집 잡기"라고 한나라당을 맹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신당, 이상야릇한 안건 상정해 한나라당 탓하며 피해가려 하냐”
한나라당과 신당이 삼성 특검법안을 두고 책임 떠넘기기 '핑퐁게임'을 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동당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용진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신당을 향해 "지금 신당은 청와대의 삼성특검 반대 행태를 두고 표정관리하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 있는 듯 하다"며 "개혁적 이미지를 가져올 요량으로 특검법 들여왔는데, 이제와 어쩔 수 없으니 지금 법사위에 이상야릇한 안건을 상정해 한나랑을 탓하며 피해가려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정동영 후보가 직접 삼성 특검 도입에 합의한 것을 거론하며 "경제에서 부도수표 남발한 사람은 감옥가고 책임져야 하듯 정치권에서도 공수표 남발은 마찬가지로 취급받아야 한다"며 "정동영 후보가 책임지면 될 일이지 애매한 법사위 의원들에게 뭐라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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