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법안'이 각 당의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청와대가 "거부권 검토는 여전히 유효하다"며 "특검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피했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공직부패수사처법(공수처법) 국회 처리'와 '특검법안 재조정'을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거부권 행사를 강력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는 공수처법 처리는 고사하고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또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삼성 특검법안에는 수사 대상과 기간 등에 있어 청와대의 요구가 사실상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청와대가 밝힌 당초 입장대로라면, 국회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된 삼성 특검법안이 다시 국회로 돌아올 수도 있어 청와대의 입장에 관심이 모아졌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금 통과된 특검법안이 원칙에서 많이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말 이외에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다.
천 대변인은 '청와대가 제시한 전제조건 두 가지 모두 충족이 안됐는데, 논의되고 있는 과정이라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정부에 입법안이 넘어올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충분한 시간을 갖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며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청와대, "이용철 이외에 비서관들 돈 받은 사실 없다"
한편, 천 대변인은 이날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폭로로 삼성 로비 의혹이 청와대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금 (청와대와 삼성의) 유착설, 이런 게 있는데 밝혀진 사실은 참여정부에 있었던 비서관이 아는 사람을 통해서 돈을 받고 바로 돌려주었다는 것"이라며 "그 사실 하나가 삼성과 청와대가 유착돼있다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내부적으로 당시에 근무했던 민정수석실 비서관들에게 (돈 받은)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며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내부에 추가적으로 삼성 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인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경훈 전 삼성그룹 법무실 변호사가 이용철 전 비서관에게 뇌물을 준 사실과 관련해 "아직 그것이 삼성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일어난 것인지, 아닌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며 "검찰의 수사를 통해 밝혀 수 있고, 이를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청와대가 내부 상황에 대해 성찰이나 재점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천 대변인은 "본인이 빙산의 일각이라고 한다면 나머지 부분에 대한 증거를 내놓고 이야기를 하면 되는데, 본인이 받은 것 이외에 알고 있는 사실이 아무 것도 없지 않냐"며 "어디서 무슨 반성을 시작해야 된다는 것이냐"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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