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득표율 3%의 선거 참패로 창당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가운데,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심상정 의원은 21일 “민주노동당은 재창당의 각오를 해야 한다”며 “국민들로부터 새로운 기대를 모을 수 있는 진보정치 주체들을 새롭게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주체, 외연확대보다 내용 우선”
심상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보정당답지 않게 변화에 둔감하다, 당내에서는 이제 책임지지 않는다, 진보 정치세력으로서 비전과 대안보다는 반대와 비판운동에 머물러있다, 정파 대립구도와 정파 패권주의가 지배하는 정당이다”고 비판 지점을 열거하며 “민주노동당 체제에 위기를 가져온 문제들을 어떻게 실천적으로 극복하느냐 하는 문제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당 주체의 쇄신과 광범한 정치주체 형성”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어떤 외연확대의 측면보다는 진보정당으로서 국민들에게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내용 변화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이나 민주노총과의 관계를 재검토한다는 뜻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아니라, 노동자를 기반으로 한 정당이기 때문에 민주노총만이 아니라 870만 비정규직을 포함해서 명실상부한 노동자 정당으로 거듭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노동전략이라든지 비전이라든지 또는 조직화에 대한 어떤 계획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전면적으로 검토를 해봐야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이 비정규직을 끌어안지 못한 채 ‘대기업-정규직 노조’로 고착되어 있는 만큼, 당이 나서서 비정규직 포섭을 위한 독자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선 패배, 외부 환경보다 당내 요인 커”
심상정 의원은 이명박·이회창 후보 득표율 합산이 63%를 넘는 보수우파의 압승에 대해 “진보개혁세력에 대한 배신”이라고 평가하며 “노무현정권에서 비정규직 양산, 한미FTA, 이라크 파병 등 진보개혁세력에 요구했던 국민들의 기대에서 정말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졌고, 그에 대한 신호를 지난 선거에서 여러 차례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 않으니까 실정에 더해 반성하지 않는 태도까지 이번에 아주 단호한 심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사이비 개혁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을 딛고 한나라당 대 민주노동당 구도로 가야 된다는 원래 목표였다”며 “그런 대안세력으로까지 성장하지 못한 것은 차치하고, 미래를 위해서 키워야 될 정당으로서의 평가도 대단히 인색하게 나온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충격은 이 지점에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여러 가지 외부적인 요건 이전에 민주노동당 자체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본다”면서 “짧게는 선거 전략의 실패로 볼 수 있지만 크게는 7년간의 민주노동당 활동, 민주노동당 체제의 위기로 당원들이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상정 의원은 “민주노동당에 대해 국민들이 엄중한 평가를 해주셨지만 진보정당의 필요성이라든지 진보정당의 대안세력 성장에 대한 기대라든지 이걸 져버리신 건 아니라고 본다”며 “민주노동당이 얼마만큼 우리 국민들의 주문에 걸맞게 자기변화를 모색하느냐 하는 것이 이후 진보정당의 전망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권영길, 모처에서 휴식 중..선대위 해단식도 불참
민주노동당은 이날 문래동 당사에서 해단식을 열고 선대위를 공식 해체한다. 권영길 후보는 현재 모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으며 이날 해단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권영길 후보는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권영길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당원과 지지자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창당 정신으로 돌아가 백의종군하겠다”는 짧은 메시지를 전해왔다.
앞서 민주노동당은 20일 총선 비례대표 등록을 포함한 2008년 당직공직선거 일정을 연기하고, 29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대선 결과 분석과 수습 대책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당내에서는 한때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대체 인력이 없고 향후 총선 일정을 고려해 현재 체제를 유지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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