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에 진정한 주거보장을

[연속기고](5)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시급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보호사업을 수행 한 정부의 주거대책은 집단합숙형태의 쉼터 제공, 즉 시설중심정책이 주가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 내 위치한 독립거처 제공은 쉼터입소 노숙인을 대상으로 하여 ‘자활의 집’이라는 전세형태주택을 제공하였으나 소량이었고, 가족 혹은 2~3명을 단위로 공급하였기에 홈리스의 주된 가구형태인 1인단독가구에 적합한 주거로서는 기능하지 못하는 한편, 지원되는 전세자금 또한 재개발로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은 시설퇴적현상이나 시설이나 거리로 재유입되는 회전문현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홈리스를 지원하는 민간에서는 거리노숙인에 대한 임시거처제공, 홈리스에 다수를 차지하는 1인가구용 주택제공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우선 탈거리숙을 위한 거처, 쉼터 이후 거처를 고민해오던 10여개의 민간단체 및 기관들은 2006년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통해 거리노숙인에게 2, 3개월가량의 주거비를 제공하여 임시거처를 마련해 지역사회정착의 발판으로 기능하게 하는 주거대책을 수행했다. 이 사업은 2009년 말 현재 연평균 500여명에 달하는 거리노숙인이 무보증월세의 거처를 확보하여 공공부조 수급권 획득, 민간과 공공의 일자리 연계, 건강회복 등을 통해 지역사회로 들어서게 했다. 거리생활을 탈피한 노숙인의 지역정착률(주거유지율)은 80%를 육박하여 그간의 여타 노숙인지원사업보다 혁신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민간자원을 동원하는 사업이라는 한계로 인하여 해마다 사업시행에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게 사업이 수행되는 지금까지도 문제다.

당초 이 사업은 “거리노숙인 임시거처제공에 대한 공공의 보장“을 목표로 하였기에 중앙정부가 이어받아 수행할 것을 계속 요구해왔다. 그러나 중앙정부는 ‘노숙인보호사업이 지방정부로 이양되었으니 책임없다.’는 말로 서울시 노숙인쉼터예산의 1/10도 안되는 약 9억여원 수준의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도 외면하고만 있다. 아마도 이 민간이 수행해온 거리노숙인 임시거처 제공 사업이 없었다면 현재 거리노숙인 수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수를 크게 상회했을 것이다. 거리노숙인은 가장 거처를 필요로 하는 국민이다. 정부는 반드시 민간의 임시주거지원사업의 성과를 인정하고 거리노숙인에 대한 임시주거제공을 책임있게 수행해야할 것이다.

  가난해서 선택한 염가숙소는 때론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기도 하다. [출처: 홈리스행동(준)]

거리생활을 탈피하는 데 가장 접근성이 높은 거처는 바로 쪽방이나 고시원 등이다. 이곳은 최저주거기준에 분명 미달하는 곳이지만, 무보증월세 혹은 일세로 이용할 수 있어서 도심 내 거처를 두어야하는 사람들에게는 노숙을 하지 않도록 하는 마지노선이 되거나, 탈거리생활을 도모할 수 있는 주거자원으로서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방정부의 지역재개발로 인한 일시해소책으로 인해 저렴주거가 위치한 지역에 지속적인 철거가 단행되고 있는가하면, 해마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야말로 이들 거처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작년 고시원 화재에 이허 올 6월에도 부산시 중구 남포동 소재 목조노후건물 여인숙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투숙객 5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하는 참변이 있었다. 현재 이러한 거처 대부분은 정부의 무관심으로 ‘도시빈민의 주거’로 기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철거가 이루어져 그 수가 줄고 있는 한편 적절한 시설설비에 대한 규제가 없어 거주민은 높은 주거비에 대한 부담뿐만 아니라 위생, 건강, 생활상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공공은 이들 거처가 갖고 있는 ‘사회적 유효성’을 분명히 인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도시빈민의 거처로 활용되고 있는 쪽방이나, 고시원 노후한 여관․여인숙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관련법률을 마련해야 한다. 선진 외국사례를 보면 이러한 저렴주거 철거가 홈리스를 유발한다는 점을 인식하여 뉴욕시 등 지방정부차원에서 저렴주거지역에 대한 한시 철거금지를 규정한 바 있고, 중앙정부차원에서는 SRO(Single Room Occupancy : 1실점유로 우리나라의 쪽방이나 고시원과 유사한 거처)에 대해 시설설비기준을 마련, 개보수비용 보조 등을 법률로써 규정한 바 있다. 일본에서도 ‘도야 (ドャ)’라는 간이숙박소를 거처로 인정, 여관․여인숙법을 통해 주거로서 적절한 시설설비기준을 마련하였다. 이렇게 도시빈민의 거처를 거리노숙을 방지하거나 탈거리노숙의 주거자원으로 인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다는 점은 분명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시설이후 거처모색의 일환으로 ‘단신계층용매입임대주택’(2006년), ‘쪽방, 비닐하우스 등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에 대한 주거지원사업’(2007년)이라는 주거대책이 도입되었다. 이 사업은 노숙인쉼터 입소자 혹은 쪽방 등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거처에 거주하는 주민의 주거상향 확보라는 측면, 특히 기존 공공임대주택의 입주대상자 외에 주거확보가 가장 시급한 홈리스를 포괄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주거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가 공식발표하는 노숙인 등의 수에 턱없이 부족한 공급량이기도 하고, 입주기간도 단기간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특히 가구규모에 적합하지 않은 주택유형인 다가구주택이 주된 형태로 배정됨에 따라 ‘사생활이 보장되고 독립된 생활공간으로서의 집’의 의미를 상실하고, ‘또 하나의 공동생활을 강제하는 거처’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20%가 단독가구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빈곤층의 경우 평균가구원수는 더 작게 분포하고 있다. 홈리스의 경우 단독가구가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빈곤층을 목표로 제공되는 공공임대주택은 반드시 소규모가구에 적합한 주택형태이어야 하며, 특히 단독가구에 적합한 다중주택 등을 매입․공급하여 진정한 주거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홈리스(the homeless)는 '무주거(無住居), 혹은 주거불안(住居不安)‘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는 빈곤자다. 단기적으로 거리생활에 처해있는 거리노숙인이나 거리생활의 위험에 직면하기 전 예방책으로서 임시거처제공은 무엇보다 시급하며, 장기적으로 홈리스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를 통해 공공임대주택공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홈리스의 안정적인 주거보장‘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홈리스의 쓸쓸한 죽음을 위로하고, 우리사회에 홈리스문제를 알리며, 정부의 각성과 책임을 촉구하는 2009년의 외침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열립니다.

2009년 12월 22일 오후 1시 서울역 광장 및 서울시 다산플라자

덧붙이는 말

김선미 님은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책임간사로 일하고 있으며 성균관대 사회복지연구소 연구원으로도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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