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해마다 고용허가제 쿼터 조정을 통해 국내 이주노동자 숫자를 통제해 왔다. 해마다 연초에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는 그해의 쿼터를 결정하고 이를 발표한다. 2010년에는 3월 31일에 올해 도입될 숫자를 발표하였다. 그 숫자는 24,000명. 2008년에는 13만 2천 명이었고 2009년에는 3만 4천 명이었다. 2008년 말 경제위기 여파로 인해 2009년 도입 쿼터가 전년도의 4분의 1로 줄어들었거니와 올해에는 그마저도 1만 명이 더 축소된 것이다. 경제위기가 가시지 않았기 때문에 내국인의 일자리 보호를 위해서는 이주노동자를 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을까?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놓고 내국인과 경쟁하고 있고 심지어는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정부의 논리는 맞는 것일까?
우선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일하고 있는 영세 사업장들을 보자. 이 사업장들은 보통 3D업종이라고 불리는 공장들로서 내국인들이 구직을 기피하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보다 더 돈을 주고 내국인을 구하려 해도 노동력을 잘 구할 수가 없다. 실제로 이들 사업주의 대부분은 내국인력을 구할 수 없어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한다고 한다. 농업이나 어업 같은 업종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같은 고용허가제 비자라 하더라도 농업이나 어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에게는 휴일이나 휴게시간, 초과근로 수당 같은 근로기준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어서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정도가 훨씬 심하다.)
2008년 12월 정부는 사업장의 환경개선에 시설투자를 하여 외국인력을 내국인력으로 대체하는 경우 시설투자비를 최대 50% 지원하고 대체하여 고용하는 내국인력 1인당 120만원을 지원한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동안 이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지난 시기 IMF 직후에도 정부는 외국인력을 내국인력으로 대체하면 1인당 100만원을 지원한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러한 정책이 실업률을 감소시키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어떠한 보고도 된바 없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이데올로기를 조장하는 것이다. 정부와 자본 측이 이주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은 값싸고 착취와 통제를 하기 쉬운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함이고 또한 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전반적인 하향압력으로 작동시켜 전체적인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정부가 이주노동자 도입쿼터를 줄이면서, 내국인력을 그러한 사업장으로 취업하도록 유도하겠다고 한 데에서도 드러난다.
또한 이러한 이데올로기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정당화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이들이 노동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고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으니 추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업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최근의 지방 중소기업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93%가 ‘외국인 고용을 확대하거나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또 일부 제조업체들은 인력배정 증원을 위한 국회로비에도 나선 형편이다.
결국 정부는 쿼터제를 통해 수급을 조절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3D업종 현장의 인력수요조차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고 내국인을 그러한 영역으로 이동시키지도 못한다. 남는 것은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정치적 이미지뿐이다. 그러니 이주노동자들은 “우리가 필요할 때 쓰다가 내버리는 일회용품이냐”라는 항의를 지속적으로 제기한다.
자본 측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는 효과적인 정책이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노동력 부족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 이주 노동을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금융위기와 외국인 고용환경의 변화’) 조차도 “불황으로 인해 외국인 정책이 지나치게 경직될 경우, 향후 수급 유연성 회복은 물론 장기적 사회통합에 더 큰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리고 UN도 한국이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면 2050년까지 1,159만 명의 이민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그렇다면 쟁점은 쿼터제 하에서 조금 늘이느냐 줄이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행과 같이 몇 년 쓰고 내보내는 단기순환식 이주 노동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장기적인 노동이민을 받아들일지가 아닐까?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민들이 10년, 20년 장기체류 하면서 가족들도 함께 들어와 가정을 이루고 이 사회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과연 이 땅의 사람들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러한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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