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을 유치했다고 이명박 정부가 호들갑을 떨 때만 해도, TV 광고에서 ‘아임 프롬 코리아’라고 말해도 외국 아이들이 코리아가 어떤 나라인지 몰라서 지구본을 들고 다녀야 했던 꼬마가 지금은 코리아를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는 관제 광고를 볼 때만 해도, G-20과 이주노동자의 상관관계를 크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저들 1세계 제국의 침략과 착취, 그들이 강요한 신자유주의 자본 자유화로 인해 오늘날과 같이 강요된 이주가 전 세계에 횡행하게 되었으니 G-20 국가들이 제3세계의 경제와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에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 정도?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G-20이 무슨 정권 성공의 승부처가 되는 것 마냥 몰아가는 세태를 보면서 ‘아,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겠구나’ 했다. 아니나 다를까, 법무부와 경찰이 경쟁적으로 이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조치를 내놓았다.
지난 5월 초 법무부는 소위 ‘불법체류자 자진출국 지원대책’이랍시고 정책을 내놓았는데 5월을 계도기간으로 설정하고 6월부터 8월까지 정부 합동 강제단속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즉, 그 기간에 자진출국을 하면 벌금도 면제해주고(지금도 벌금은 면제해 주는데 이를 다시 부활시킨단다) 입국금지도 유예해주고 고용허가제 응시자격도 주겠단다. 그러나 강제단속에 걸리면 벌금(150~200만원)을 내야하고 사업주도 강력하게 처벌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있어봐야 재미없으니 G-20 이전에 다 나가라는 얘기다.
경찰청은 5월 2일부터 50일 동안 ‘외국인 범죄 선제적 대응’으로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겠다고 하고 특히 서울경찰청은 중국인 밀집지역인 영등포, 구로, 금천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범죄에는 미등록 체류도 포함된다. 즉 길거리나 지하철역에서 무차별 불심 검문을 해서 비자 없는 사람들을 잡아내겠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조치 모두 G-20 회의의 안정적인 개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정부의 논리는 이러한 것 같다. “미등록 체류자=잠재적 범죄자, 이들은 G-20에 도움 될 것이 없고 만에 하나 뭔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니 불안요소들을 사전에 뿌리 뽑아야 한다.”
미등록 체류와 범죄와는 별 연관이 없다는 연구도 있었지만 정부는 의도적으로 미등록 체류를 범죄시 해 왔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자들 대부분은 묵묵히 산업현장의 밑바닥에서 노동하고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며 소비자로서 물품을 구매하고 사회와 교류하는 평범한 이들일 뿐이다. 오히려 경찰서 같은 관공서에 가면 신분먼저 확인하여 출입국으로 넘겨 버리기 때문에 범죄 피해를 입거나 부당한 일을 당해도 억울함을 호소할 수도 없다. 인권을 더욱 신장시켜도 모자랄 판에 왜 G-20을 앞두고 이들을 때려잡으려 한단 말인가? 진정 국격을 높이려면 무고한 이들에게 전쟁을 선포할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우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닐까?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대표적인 인종차별이자 인권탄압이라는 것이다. 만약 경찰이 외국인을 불심검문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외모를 보고 구분하려 할 텐데, 이는 현재 미국에서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아리조나 주의 이민단속법과 똑같이 인종주의 프로파일링이 된다. 비자를 갖고 있는 외국인들도 검문에 걸릴 것이고 피부색이 짙은 내국인도 걸릴 가능성이 크다. 작년에 어떤 내국인 여성이 외국인으로 오해받아 무작정 단속되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던 것이다. 또한 법무부, 노동부, 경찰 등 정부의 합동단속은 그 강도가 세지는 것과 비례하여 단속과정의 인권침해를 키울 것이다.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집에서, 공장에서, 길거리에서, 상점에서, 식당에서, 지하철역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터미널에서 그 칼바람에 내몰릴까.
사문화 되었던 벌금을 부활하고 자진출국을 하면 그 벌금을 면제해 주겠다는 발상도 치졸하기 짝이 없다. 돈없고 힘없는 노동자에게 돈으로 협박하는 것도 그러려니와 오랫동안 없던 것을 되살려 그걸 면제해 주는 걸 무슨 선심쓰는 양 얘기하는 이 나라의 국격을 뭐라고 해야 할까?
입국규제를 유예해 준다거나 고용허가제 응시자격을 준다는 것도 달콤한 사탕발림이지 현실성은 없다.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본국에서 대기하고 서 있는 줄이 너무나 길기 때문이다. 또한 40살이 넘으면 고용허가제를 신청할 자격도 없는데 미등록 체류자들은 보통 나이들이 많으니 이 또한 현실성이 없다.
결국 당근은 공문구이고 채찍은 너무나 강력하니 결과는 안봐도 비디오다. 강력한 단속을 통해 공포분위기를 극대화시켜서 나가게 만들려는 것이다. 인권이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은 내팽개쳐도 G-20 성공적 성사만 잘 선전하면 뭐 그 정도는 일반 시민들이 감수할 것이고, 더욱이 시민도 아닌 이주노동자 문제니 시민들이 신경이나 쓰겠는가 하는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통령 경호실장이 군대까지 동원할 수 있는 G-20 특별경호법도 발의되었다고 하는데 가히 G-20 계엄령이 선포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그것을 참아주고 허용해 줄수록 그 강도는 세질 것이며 더 극악한 공안통치가 부활할 것이다.
“깨어나 일어나야 합니다.” 14일 규탄 기자회견에서 한 이주노동자가 호소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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