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 홈페이지] |
39년만의 민간정부 수립
지난 한 해 동안 버마에서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2011년 3월 선거를 통해 39년 만에 민간정부가 설립되었다. 지난 12월에 신정부는 그 동안 선거에 배제된 수치의 민주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이 정당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고, 올해 4월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수십 년 동안 가택 연금을 당한 수치 외 민족민주동맹 후보 44명이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민간정부는 1962년부터 2011년까지 버마를 통치한 군부세력의 괴뢰정부로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개선 조치를 취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은 조금 완화되었고, 2011년 10월에는 노조설립과 파업권을 보장하는 노동조직법이 의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노동조직법은 3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업(장), 지역과 전국단위의 노조를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또한 정부와 사용자에게 2주 전에 사전신고를 하는 조건으로 파업을 허용하며 해고 등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다.
활발해지고 있는 노동자의 활동
노동조직법이 통과된 후 노동자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제조업, 농업, 언론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노동자들이 조직을 만들어서 노조등록을 신청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작년에 대통령이 법을 실행시키는 행정명령에 사인하지 않았고 노조설립 담당 부서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부분 등록신청을 불허했다.
올해 이 태도가 바뀌어서 3월 이후에 노조등록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2012년 5월 현재 15개 노조가 등록된 상태이다. 민주화와 노동권을 실현하기 위해서 1991년에 설립된 망명 버마노총인 버마노동조합연맹(FTUB)은 20년만에 귀환해서 노조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공식노조가 없더라도 많은 노동자들이 보다 자유로운 환경을 기회로 삼아 투쟁에 나서고 있다. 노동조직법이 시행된 다음 달인 5월에 버마 수도인 양곤에 위치한 흐라잉 태르야르(Hlaing Tharyar) 공단에서 23건의 파업이 발생하였다. 이 공단에 입주한 사업장은 대부분 의류, 신발 등 경공업 공장이다. 일부는 한국인들이 소유하고 있다.
5월 초에는 한국계 회사인 히모가발공장에서 여성노동자 2000여명이 임금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 투쟁에 나섰다. 2차례의 파업과 공장점거운동의 끝에 6월 초에 임금인상협정과 폭력과 폭언 재발금지 약속을 쟁취하였다.
여전히 민주화되지 않은 노동 탄압과 착취
작은 진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마에서 심각한 노동권 침해와 탄압이 광범위하다. 새로운 노동법은 결사의자유권이나 단체교섭권을 충분히 보호하기엔 많이 부족하고 아직까지 법적 최저임금이 없다. 또한 민주노조 조직화를 방해하기 위한 어용노조 설립이 곳곳에서 보도되고 있다.
최근에 버마 정부는 ILO와 강제노동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양해각서에 따라 버마는 강제노동을 2015년까지 근절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민간부문과 군사부문에 걸쳐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사례가 광범위하다. FTUB는 ILO 양해각서가 사실상 앞으로 3년 동안 강제노동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 2012년 2월 버마의 섬유공장 노동자들 파업 모습 [출처: Burma VJMedia(http://www.youtube.com/watch?v=CMBT-YSPWTQ&feature=relmfu) 화면 캡처] |
해외투자의 열풍
수치 의원의 연설을 하루 앞두고, 노동조직법 실시와 강제노동 관련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ILO는 노동기본권 위반을 이유로 13년 동안 유지된 버마에 대한 제재를 철회하고 버마에 정회원국 자격을 부여했다. 그럼으로써 버마정부와 다른 회원국 간의 정상적 교류가 허용되었다.
이에 따라 버마의 풍부한 천연자원 개발과 값싼 노동력 활용을 목표로 하는 외국인투자가 늘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경제적 관계를 자제해 투자·무역 규모가 중국에 많이 뒤떨어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버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자 계획 중이다. 버마정부도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관련 법률 제정과 경제특구(SEZ)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수치 의원의 ILO 총회 연설은 버마의 민주화만큼 버마의 경제개방과 이에 복무하겠다는 ILO의 태도를 상징한 것이다.
서구 국가와 달리 한국은 민주화 전부터 버마와 경제적 관계를 형성하고 한국기업들이 벌써 버마경제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 해 중국, 홍콩, 태국 다음 4번째로 한국은 버마에 많은 투자(26억달러)를 한 나라이다.
한국정부는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버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자 한다. 지난 4월에는 코트라는 삼성, 대우, 포스코 등 대기업 관계자를 포함해 120명 한국인 기업인 대표단을 조직해 버마에서 무역투자촉진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버마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 노동권 탄압은 예전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대우인터내셔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한국가스공사와 같이 진행되는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스개발 사업에서 발생한 환경 파괴 문제, 주민에 대한 인권침해가 8년 동안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 측은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이 사업에 동원된 버마노동자들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버마에 진출한 다른 한국기업 노동자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버마의 노동권 보장이 미비하고 노조는 이제야 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에서 노동자의 임금은 매우 낮고 노동 착취는 매우 쉽다. 한국 대기업들을 비롯한 초국적기업들이 버마의 민주화를 노동비용 절감의 기회로 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노동자는 조직화와 투쟁에 나서기 시작하고 있지만 초국적 기업에 대응하려면 많은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에서는 최근에 태국에서 FTUB 간부를 만난 적 있다. 그는 한국기업을 비롯한 해외투자 확대를 언급하면서 “(버마노동자들이) 전혀 준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노동법은 취약하고 최저임금이나 노동권 보장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기업의 투자행보에 대한 주의가 중요하다. 우리는 앞으로 많은 지지와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