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아이슬란드를 보라...“신자유주의 유럽은 가라”

[해외] 위기의 주범에 책임을 물은 아이슬란드 사례를 따르자

[편집자주]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가 유로존을 다시 흔들고 있다. 키프로스 예금 과세안을 포함한 공공기관 매각 등 유럽연합의 구제조치는 일반 예금자부터 키프로스 은행에 예금을 비축한 외국 자본과 러시아 정부에 이르는 대규모 저항에 부딪혔다. 유럽연합과 IMF는 새로운 구제조치를 찾기 위해 분주하고 있지만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경제위기 아래 유럽 사회적 상황을 연구해온 제롬 로스(Jerome Roos)는 '예금 과세에 대한 의회의 반대는 고조되고 있는 사회적 저항의 결과'라고 보고 있다. 키프로스와 유럽의 사회적 상황에 대한 그의 의견을 전한다.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의 국회의원들이 대중적 분노에 직면해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가 부과한 은행 예금 과세에 극적인 반대표를 던지며 유로존을 휘청이게 하고 있다.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분명하게도 유럽 내 채무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용기를 가지고 있고 탐욕스럽고 난폭하며 오만한 외국 채권자들에 저항할 능력이 있다. 19일, 압도적 다수의 키프로스 국회의원들은 보기 좋게 채권자들의 트로이카가 부과한 은행 예금 과세에 반대표를 던졌다. 키프로스 대통령은 예금 과세안에 반대한다면 [이 나라가] 금융 아마겟돈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어떠한 의원도 동의하지 않았다. 예금 과세안은 유럽연합과 IMF로부터 100억 유로의 구제기금을 받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공개적으로 저항한 키프로스의 극적인 행위는 이제 단일 통화권에 영향을 미치며 유로존을 흔들고 있다.

[출처: http://roarmag.org]

물론 유로존 전체 GDP의 0.5%에 불과한 170억 유로 규모의 GDP를 갖는 극소국 키프로스가 신자유주의 유럽 골리앗에 반항한 것은 유럽 자신의 책임이다. 그들은 16일 부유한 예금주(대부분 러시아 집권층)에 대해서는 9.9%, 10만 유로 이하의 예금을 가진 보통의 키프로스 예금주에게는 6.75%를 과세하라고 키프로스 정부를 협박했다. 이들 유럽연합과 IMF 관료는 100억 유로 규모의 EU-IMF 구제기금에 더해 70억 유로를 키프로스가 충당하기 위해서는 은행 예금 과세가 필요하다고 몰아 부쳤다. 이들은 만약 부족한 전체 170억 유로를 채권자들이 부담해야 한다면, 독일 유권자들의 분노를 살 것이며 키프로스 부채도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합의”가 발표되자마자 바로 구제조치가 틀어졌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100억 유로 긴급 구제금융만으로도 이미 키프로스 GDP 대비 부채 규모는 지속하기 힘든 수준인 130%로 밀어 넣을 것이다. 이 정도의 정부부채규모는 그리스에서 벌어진 긴축은 공원에서 산책쯤으로 보이게 할 정도로 이 나라에 전례 없는 수준의 긴축을 강제한다. 하지만 아마도 보다 중요한 것은, 키프로스 예금주들은 자신이 어렵게 일해서 모은 예금을 정부가 갈취하기 쉽게 한 이 조치에 제대로 분노했다는 것이다.

부유한 채권소유자들은 다시 한번 면죄됐고, 은밀한 역외 금융부문의 무모한 행위 그리고 유럽연합과 IMF가 주도한 무책임한 위기 관리 정책의 대가를 보통의 키프로스인들만 지불해야 할 상황이다.

키프로스 수 천 명은 거리를 점거하고 [정부에게] 외국 채권자들의 요구를 철회시키도록 촉구했으며 동시에 자신의 예금을 찾기 위해 수만 명이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이러한 키프로스 민중의 반응은 정치체제에 대한 대규모의 신뢰 상실로 이어졌고, 유로존 도처의 예금주들이 자신의 예금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깨닫게 하는 극적인 반향을 낳고 있으며, 잠재적으로 자기파괴적인 국제적 전염성을 갖는 뱅크런과 다름 없는 현상을 유발했다.

그러니까 이제 니코시아[키프로스의 수도]의 시위대가 거리에서 스페인어와 이탈리아어로 “이는 오늘 우리의 문제일 수 있지만, 다음 차례가 당신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쓰여진 플래카드를 드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엄청난 대중의 압력 아래 그리고 키프로스 정부가 은행에 보다 많은 유동성을 공급하도록 강요할 수 있는 뱅크런과 자본이탈의 위협 아래, 56명의 국회의원 중 전체 36명이 예금 과세에 반대했고 19명의 여당 의원들은 기권했으며 다른 한명은 참석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의원도 찬성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의원들은 그들 유권자의 뒤통수를 쳤는데, 키프로스 의회는 왜 갑자기 그들 자신의 민중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정했을까?

아마도, 순진하게 보여도 진짜 원인은 데모포비아, 민중들에 대한 공포에 있다. 보수적인 시장 분석가조차도 키프로스 긴급구제는, 지난 2007년 서구 경제를 구출하고자 했던 노력이 “일반 대중”을 어떻게 멸시했고 금융부문의 기득권은 어떻게 보호했는지를 두드러지게 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태도는 무엇보다 아랍의 봄에서 목격됐던 것처럼 여전히 사회 혁명을 유발시킬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부주필 볼프강 뮌차우는 “누군가 남유럽 반란 사태의 정치적 분위기를 키우고자 한다면, 이렇게 하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행히 다른 방법이 있다. GDP의 약 8배인 키프로스 은행 부문의 총 가치로 키프로스 입법자들은 단지 그들 은행을 파산하도록 허용하고 이후 부패한 은행가를 추적한 아이슬란드로부터 단서를 얻을 수 있다. 지금, 키프로스 경제는 러시아 지배층과 역겨운 그리스 부자에 대한 돈세탁 기계 이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이런 기이한 체제는 끝나야 한다. 키프로스 정치인들이 그 자신의 민중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다른 마피아 기업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처럼 자국 금융 부문에 대해서도 그래야 한다.

이 점에서, 일반 시민에 대한 예금 과세를 거부한 키프로스 의원들의 극적인 결정은 유럽연합과 IMF가 요구하는 다른 긴축조치로 이어져서도 안 되며 세금도피처로 사용하는 러시아 지배층과 외국 기업에 계속된 특혜를 보장해서도 안 된다. 그 대신 이는 훨씬 더 급진적인 무엇인가의 시작이 돼야 한다. 은행가를 규제하고 외국 자본의 요구를 거부하는 범지중해적 연대운동이 필요하다. 결국 주권국은 그들 자신의 사회 경제적 의제를 설정할 수 있을 때만, 적어도 민주적으로 책임지는 사회라는 환영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개량주의의 빵부스러기가 자신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유럽민중에게 충분할지 여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유럽민중들은 매일의 양식인 빵을 갈취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복수로 피로 물든 제빵소 전체를 요구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제롬 로스는 활동가이자 영화감독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유럽대학연구소에서 유럽 부채 위기 연구에 박사 학위 연구자로 참여하고 있으며 RoarMag.org 설립자이자 편집장이다.
[원문]http://roarmag.org/2013/03/cyprus-bailout-tax-eu-imf-bailout/
[원제]Tiny Cyprus tells neoliberal Europe to get lost
[게재]2013년 3월 20일
[번역]정은희 기자
태그

유럽경제위기 , 아이슬란드 , 키프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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