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베네수엘라 총선과 볼리바리안 혁명의 미래

지난 20여 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좌파는 선거에서 거의 패배한 적이 없다. 1998년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가 승리한 이후 2007년 개헌 국민투표 이외에는 모든 선거에서 좌파가 승리했다. 그러나 2013년 차베스 사망 이후 선거 때마다, 좌파의 패배에 대한 예상이 더욱 빈번해졌다. 다가오는 12월 6일 총선은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의 명운이 걸린 또 한번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사실 1998년 이후 모든 선거는 볼리바리안 혁명의 미래에 대한 국민투표였다.

베네수엘라를 흔드는 외부로부터 압력

선거정치에서 압도적 승리의 기록에도 12월 선거에 대한 불안감은 늘어가고 있다. 전반적으로 불안한 경제 외에도 마두로 정부의 취약한 지도력 때문에 반정부진영의 공세가 점차 정세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적 요인 외에도 외부적 요소가 베네수엘라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 버락 오바마는 베네수엘라를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이라고 선언했다. 라틴 아메리카를 포함한 국제기구들의 거센 항의에도 오바마 정부는 제재 입장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세계에서 1500만명의 서명을 유엔에 제출했고, 심지어 반정부 야당조차 베네수엘라는 미국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동쪽의 이웃 나라인 가이아나가 오랜 영토분쟁 지역인 에세키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면서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고 있다. 6월 새로 선출된 데이비드 그레인저 대통령은 엑슨모빌사의 에시기보 지역 석유시추를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재빨리 가이아나 정부의 조치를 지지했고 동시에 카리브해 다른 나라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맞서 베네수엘라는 가이아나 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면서 유엔의 중재를 요청했다. 엑슨모빌 사는 베네수엘라의 자산 국유화 조치에 항의해 세계은행 재판소에 16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 중이다.

다른 한편 8월 20일 마두로 대통령은 콜롬비아와 타치라 주 사이의 국경폐쇄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는 콜롬비아의 사병조직들이 밀수단속 작전 중인 베네수엘라 군인 3명에게 총격을 가한 데에 대한 대응조치였다.

국내적 요소-경제불안과 지지층의 이완

마두로 정부는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인 범죄 문제에 대해 적극 대처했다. 민중해방-보호작전이란 군-경찰 합동작전으로 현격하게 범죄를 감소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경제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높은 인플레와 이중환율 문제 외에도, 매점매석과 밀수로 인한 생필품 부족 사태는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회성 사건이긴 하지만 8월 3일 남동부 볼리바르주 산펠릭스 시에서 폭동과 약탈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요소들은 선거철이 되면 정치쟁점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마두로 정부는 여러 가지 조치로 대응하고 있지만, 석유가격 하락과 그로 인한 국가 수입 감소로 대응력은 취약해지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이 결합된 복합적 상황에서 일부에서 12월 선거에서 차비스타 세력의 패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정부 우파의 득표가 증가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전통적 차베스 지지자들 사이에서 기권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007년 국민투표에서 유일한 패배를 가져왔던 핵심 요인은 차베스 지지층 내부의 기권표였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마두로 정부에 대한 불신과 경제적 사보타지, 그로 인한 정치적 피로감 때문에 기권표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내부 비판과 기층의 힘-“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마라!”

이와 같은 우려와 마두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정부와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8월 17일 <뉴스위크>에 실린 기사에서 현역 호세 마르틴 라가 중령은 자신이 차비스타이며 볼리바리안 프로젝트를 믿지만, 부패와 비효율성, 정부 내 새로운 얼굴의 부재 등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의 용기 있는 비판은 SNS 상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

라가 중령은 “경제전쟁은 현실이지만 우리 자신의 비효율성도 일부 책임 있다”고 지적했고, 베네수엘라인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 콜롬비아 국경으로 밀수되는 상황에서 부패와 취약한 대응력 문제를 정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7월 28일 실시된 집권 베네수엘라 통합사회주의당(PSUV)의 예비경선에 30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참가자 숫자는 예상을 훨씬 넘어섰고, 일부 지역에서 투표소가 부족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숫자의 청년과 여성후보가 선출됐다. 이런 예상 밖의 결과에 대해 당과 정부 내에서는 “우리가 민중을 과소평가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표에 참가했던 한 중년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다시는 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마라. 마두로 대통령에게 우리를 과소평가 하지 말라고 전하라. 우리는 지금 상황에 열받고 있지만, 혁명과 함께 하기 때문에 여기에 와 있다.”

12월 선거-패배 시나리오?

만약 12월 총선에서 우파가 승리한다면 베네수엘라 정국은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릴 것이다. 반정부 우익이 국회를 장악한다면, 국회를 통한 마두로 탄핵을 시도할 것이다. 아니면 마두로의 임기 절반을 넘어서는 내년에 헌법을 이용해 소환투표 캠페인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반정부세력의 분열과 취약한 조직력, 그리고 예비선거에서 확인된 차비스타 진영 내 기층의 힘을 고려하면, 우파의 승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의 선거정치는 20세기 정치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현상이고 이는 우고 차베스의 정치적 상상력과 지도력에 의해 가능해졌다. 20세기 역사에서 사민주의 왼편의 좌파가 선거를 통해 집권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고, 심지어 사민주의 정당들조차 집권한 경우에도 결코 과반수 근처에 접근하지 못했다. 비록 차베스 사후 차비스모에 대한 지지가 안팎의 공세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기층빈민 중심의 차비스모의 계급적 기반은 여전히 강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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