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똑같은 머리, 똑같은 옷을 입은 학생들은 월요 아침조회를 한다는 방송에 모래알만 가득한 운동장으로 나온다.
마이크로 "차렷! 열중 쉬어!~ 차렷! 교장 선생님께 경례~" 라는 소리와 함께 지겨운 교장선생님의 잔소리를 듣는다. 잔소리가 끝나고 나면 근엄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목소리 굵은 아저씨가 씨부렁거린다.
그때 선생님들의 눈은 최신 레이더가 되어서 떠드는 아이, 앞을 안 보고 있는 아이, 손 안올리고 있는 아이를 찾는다. 그리고 찾아가서 뒤통수를 후려갈기면서, 아주 ‘친절한’ 욕설과 함께 앞을 보라고 하신다. 여기서 끝나면 행운이다. 방과 후 청소, 반성문, 받을 거 다 받아낸다.
이런 폭력적이고 무조건적인 강요! 내가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를 안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난 나보다 전체가 우선시 되는 것이 싫다. 그리고 국민보다 국가가 우선시 되는 것도 싫다.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롭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나보다 전체가 우선시 되는 사회, 국민보다 국가가 우선시 되는 나라에서는, 우월하다와 우월하지 못하다를 나누고, 우월한 이들이 우월하지 못한 이들을 괴롭힌다. 그렇게 죽음의 폭력은 시작된다.
그래서 난 나보다 전체가 우선시 되는 사회, 국민보다 국가가 우선시 되는 국가를 만드는, 유지시키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를 거부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받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조국과 민족의 발전을 위해서는 무조건 충성하라고 다짐시킨다. 그리고 민족! 이 민족은 도덕교과서와 사회교과서에 맨 날 나오는 '단일민족'을 말한다. 대한민국에 오리지널 단일민족이 아니면 차별 받는 거,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존재하는 한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닐까?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가 폐지되지 않는 한, 아무리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그건 가식일 뿐이다. 이렇게 학교와 사회, 국가는 죽음의 폭력을 내면화시키고 차별을 내면화시키고 있다.
나는 국기에 대한 맹세, 경례를 거부한다. 그것은 폭력적이고 무조건적인 강요에 대한 항의, 더 큰 죽음의 폭력을 막기 위한 작은 평화의 행동, 사람이 사는 세상을 위한 침묵의 외침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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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루 님은 서울 구로구 ㅇㅇ중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청소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