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청소, 누가 할 것인가?’, 교육부가 '깨끗한 학교 만들기' 사업을 위해 학교 식당 및 화장실 청소용으로 238억87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삭감논란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학교환경은 비위생적이고 이에 대한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하며 학교청소용역도 그중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시험감독보조 등 용무가 있어 내 아이가 다니는 고등학교를 방문해보면 학급 내부도 그렇고 학교 내외부를 막론하고 ‘더럽다’ 라는 생각이 먼저 들고 뒤이어 ‘이런 데서 어떻게 공부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학급 내를 둘러보면 불필요한 물건들이 버려지지 않은 채 여기저기 널려있고 교실 뒷부분으로 갈수록 어지러이 모든 것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아이들이 청소하는 요령도 모르는 채 담임교사가 부재한 가운데 먼지만 피우다가 청소를 마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 일상적으로 행하는 집안청소건 대청소건 청소도 요령이 필요하고 필요한 도구도 있어야 하는데 학교는 양동이와 대걸레, 빗자루가 청소와 관련된 모든 것이며 교실이라는 공간넓이가 아이들이 청소하기에 벅찬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서 초등학생 1학년 엄마들이 3월 한 달은 억지로 교실청소에 동원된 것이 그리 낯선 일이 아니었다.
오래전 내가 초등학교다닐 때 나의 어머니가 내청소를 도와주기 위해 학교를 오셨으며 30년후 나 또한 아이 교실청소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방문했었다. 화장실 청소의 경우는 더하다. 아이들은 화장실 냄새 때문에 코를 움켜쥐고 양동이로 물만 퍼부어대는 것이 보통이었다. 현재 수세식화장실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학교다닐 때 화장실 청소당번이 있기는 했지만 경우에 따라 학급내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 대한 벌로 화장실 청소라는 벌이 주로 가해졌다. 벌받는 것중 하나가 화장실 청소였으며 초등학생이 화장실 청소를 할 때 그 효율성이라는 것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박계동 의원은 "지금 학생들의 경우 가정에서 과보호되어 왕자병, 공주병도 있고 대부분 청소를 해본 경험도 없는데, 학교에서의 청소 경험이 협동과 공동체 의식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청소도 교육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며 일본의 경우 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이 어떻게 하건 말건 우리 나라에서 화장실 청소를 아이들이 하는 것이 맞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만약 그 의원의 주장대로 학교 때 청소경험이 그리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면 고교 이후 대학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데 왜 대학에서는 건너뛰고 군대에서 이어지는가? 이는 단체생활과 규율을 강조하는 한국의 학교와 군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일례로 외국의 학교는 대부분 청소용역을 주어 기본적인 청결은 유지된다. 청소용역을 주어 하루종일 학교가 학생들이 지내기 쾌적한 곳으로 만들려고 학교 구석구석 청결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군은 청소를 직접하는 반면 미국군대는 청소용역을 주고 있다. 지금도 용산에서 미 8군은 청소용역을 주어 그에 소속된 한국군은 청소가 면제되지만 같은 용산기지 내라도 한국군 소속 군인들은 청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의 철학과 아이들을 보는 태도와 살림살이 규모가 따라 청소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다르다. 나라가 돈이 없어서 학생들에게 청소시키며 이를 정당화시켰다면 이제 나라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만큼 생각도 변해야한다. 주변을 청결히 하는 것, 청소하는 것, 협동하는 것은 평상시 교육과 가정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몸에 배야할 과제이지 학교청소를 통해서만 배워지는 것은 아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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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