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인 이주노조(MTU) 전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이주노동자 샤킬 씨가 16년 간의 한국생활을 마감하고 8월 26일 방글라데시로 돌아갔다.
1992년에 한국에 들어와 숱하게 고생하다가 1998년에 산업재해를 입어 장기간 치료를 받았고 산재요양 이후 2006년에 근로복지공단에 직업훈련비용을 신청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은 외국인은 대상이 아니라면서 기각했다. 이에 그는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까지 가서 올해 3월에 소송이 기각되자 헌법소원까지 내 놓은 상태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서 어렵게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전체 이주노동자의 처지에 대해 눈떴고 이주노동자운동에 참여하면서 점차 활동가가 된 샤킬 씨는 2005년 이주노조 설립 직후 초대 아느와르 위원장이 표적단속 되었을 때, 직무대행을 맡아 위원장 석방과 노조 사수 활동에 헌신했고 지금까지 이주노조 조합원이자 활동가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비롯하여 이주운동 진영에서 법무부 면담도 하고 각계 인사 탄원서도 수백 통을 보냈으나 법무부에서는 헌법소원 기간 동안의 체류를 보장하지 않겠다며 출국명령을 내렸고, 샤킬 씨는 고심 끝에 귀국 결정을 했다. 20대 청년이 40대 중년이 되어 돌아가는 마음을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이주노동자운동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활동가의 최소한의 기록이라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긴급히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이 글은 세 번째 글이다.
정리: 정영섭 (서울경인이주노조 사무차장)
5. 이주노동자 운동에 대하여
2002년, 2003년과 비교하면 이주노동자 운동이 상태가 점점 안좋아지고 있다. 노동운동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거의 없다. 상황에 따라, 시기에 따라 자기가 받는 억압과 고통에 따라 스스로 운동하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외노협이나 이주인권연대 등등 단체들이 이주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운동을 시작했지만, 요즘에 보면 사람들이 많이 잡혀가고 죽어가고 다치는 등 이주노동자 인권이 제로 상태인데 이러한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은 아쉽다. 노동단체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이 이주노동자 정책 개선이나 단속추방 저지에 대해 제대로 사업하는 거 거의 없다. 민주노총은 조금이라도 움직이지만 한국노총은 그렇지도 않다.
안산에서 행사할 때 한 번 갔는데,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노동절’이었다. 국회의원들도 오고, 지역 인사들도 많이 왔는데 정작 이주노동자들을 거의 못봤다. 상도 많이 나눠 줬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상을 받지는 않았다. 100만 명 넘는 이주민들이 한국에 거주하기 때문에 이제라도 진심으로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생활,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와서 과거처럼 그대로 당하고 억압받고 탄압받고 가슴 아프게 본국에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내가 이주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을 할 때 많은 단체들이 함께 하면서 힘을 많이 실어줬다. 그런데 많은 단위들이 이주운동에서 빠져나가거나 이름만 걸어놓고 있다. 이런 게 이주문제만이 아니라 노동운동에서 안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주노조가 해야 할 일이 많고, 이주노조가 목소리를 내고 제대로 움직여야 그런 단체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주노조가 활동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만난 이주동지들이 그런 것은 잘 모르고 고민 잘 안한다. 예를 들어 한국 운동내의 좌, 우, 중도 등 정파 그런 거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이런 정치적인 차이를 떠나 이주민 활동에 대해서는 공동으로 협력하고 고민하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억지로 이주동지들을 자기 단체로 조직하게 되면 피해는 이주노동자들이 받는다. 그런 것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하고 지금은 우선 이주노동자 투쟁에 열심히 함께 해야 한다.
6. 이주동지들에게
이주동지들이 이주운동 하기 쉽지 않다. 자기 생계비, 가족들을 위해 돈 벌려고 한국에 들어오는 것이 사실이다. 상담을 해보면, 들어오기 전과 들어온 이후는 완전히 다르다. 고향에서 올 때는 많은 꿈을 갖고 들어오는데 들어오고 나서는 거주나 노동이나 환경이 너무 안좋다고 한다. 임금문제나 차별문제, 욕설, 폭행 등이 계속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이주운동에 많은 단체들이 관심이 적어지면 이런 문제들이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해야 하고 치료받아야 한다. 이주노동자들도 체불임금문제, 회사 내의 탄압과 억압 등을 해결하려면 스스로 나서서 투쟁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알리고 시민들에게 말해야 한다. 가만히 시키는 대로 일하고 숙이고 사는 것보다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문제는 없어지지 않는다.
이제라도 나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하면서도 시간을 내서 자기권리 찾기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법원 판결에서는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등법원에서 이주노조를 인정했는데 대법원에서 이를 뒤집지 않을 것이다. 미등록, 등록을 떠나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노동자이고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가 있다. 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 노조활동은 안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우리가 계속 요구해온 것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다. 미등록 상태에서 일하고 활동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활동가나 중앙 활동가들이 많이 잡혀가고 남아 있는 활동가들이 많지 않지만, 활동가들이 이주노조를 아끼고 사랑하고, 노조를 확대시키기 위해 제대로 나서서 활동했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이주동지들이 한국말이 잘 안되서 간담회나 기자회견, 집회 등에서 한국동지들이 많이 얘기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어디가서 얘기할 때 이주동지들이 직접 얘기하는 거랑 한국 동지가 얘기하는 거랑 차이가 많이 난다.
다른 단체들이랑 간담회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반드시 이주동지들이 결합해서 다른 운동단체들에게 함께하자고 해야 한다.
요즘 기자회견이나 집회 등에서 이주동지들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안좋은 것이다.
내가 직무대행 할 때 G1비자를 갖고 있었지만 6개월 넘게 비자연장 안해줘서 비자 없을 때가 있었다. 그 때에도 안 다닌데 없고 안 한 것 없다. 미등록 상태라서 나서기 어려울 수 있지만 계속 안나서면 이주노동자들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한국 단체들의 연대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나설 때 사회를 바꿀 수 있다.
7. 이후 계획
워낙 갑작스럽게 결정을 하게 되어서 별로 고민을 못했다. 계획이 있으려면 재정도 필요하고 시간도 필요한데 지금은 없다. 나라 가서 뭘 해야할 지 솔직히 깜깜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출국해야 하는 것도 너무 억울하다. 출국 하더라도 2-3개월의 준비기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없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아오면서 만나고 친해지고 많이 도와준 사람들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가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방글라 상황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가서 분위기 좀 파악하고 오랫동안 못 본 가족들, 친구들 만나야 할 것이다. 그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면서 뭘 할 것인지 계획을 짜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떠나서 어디에 있든 지구의 어디에 있든 노동자, 농민, 밑바닥 계층 사람들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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