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1주년을 맞으면서 여러가지 추모 행사가 벌어지는 한편에서는 아직 진상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다. 해군에 복무하던 당시 함정병과의 장교로서 사고가 터졌던 해역의 섬에서, 또 작전 쪽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볼 때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다. 처음 소식을 듣고 동료 교수들과 이야기하면서 배를 저렇게 칼로 자르듯 두동강 낼 수 있는 무기는 아직 없다고 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미사일을 맞으면 갑판 쪽이 파손되고, 어뢰를 맞으면 배 밑에 구멍이 나지만 배는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침몰시키는 것은 힘들고, 파손이 커서 침몰되더라도 천천히 가라 앉는다. 성능이 좋다는 엑소세 미사일 같은 경우에 바다 위를 떠서 낮게 날아가 수면 위 옆에 구멍을 내기 때문에 가라 앉을 확률이 크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폭파된 흔적이 있고, 날아오는 동안 미리 탐지된다. 무엇에 맞았는지도 모르는 채 배가 두동강이 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인간어뢰나 최신형 어뢰 및 수뢰에 피격되었다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난무하다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백서에서도 결국은 직접 타격이 아니라 버블 제트에 의해 침몰한 것으로 정리하였다. 폭탄에 직접 맞아 폭발해서는 두동강이 날 수 없다고 이야기하면서, 배 밑에서 터져 그 충격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버블 제트설도 문제가 있다. 배 밑에서 터트리는 가상 실험에서는 가능하다지만, 어뢰로 배를 맞추기도 힘든데 – 북쪽은 모든 포를 수동으로 쏜다고 한다 –, 어뢰가 배 밑을 지날 때 정확히 폭발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야말로 가공할 군사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도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수행하고 있는 배가 여기저기 떠있는데, 음파탐지기를 피해 몰래 잠입하여 레이다에 잡히지도 않는 어뢰를 쏴서 말이다.
북쪽 해군의 군사력은 기술 수준이 낮아 전투력이 떨어지고, 이러한 사실은 1999년 연평해전, 2002년 서해교전에서 확인된 바 있다. 그 사이에 전대미문의 최신의 군사력을 갖추었다는 말인가. 사실이라면 온 세계가 경악할 만한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직접 폭발의 흔적이 없이, 무엇에 당했는지 탐지되지 않은 채 두동강 날 가능성은 우주 에서 신무기로 레이저 같은 것을 쏘아 자르는 경우나, 내부에 힘 받는 곳 여러 곳에 -건물 폭파의 경우처럼- 소형 폭발물을 장착해 동시에 터뜨리는 경우를 상상해 볼 수 있으나, 모두 개연성이 떨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 공개된 정보만 가지고서는 침몰 원인에 대해서는 각종 의혹만 제기될 뿐 유보적일 수 밖에 없다.
지금 다시 침몰 원인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으나, 오히려 문제는 서해5도에서 계속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국제정치학자인 서재정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지난 23일 창비주간논평과 레디앙에 쓴 글에서 KPA Journal이 공개한 미 중앙정보부의 비밀문서를 인용하면서 NLL(Northern Limit Line, 북방한계선)을 그은 이유가 국경선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방지 조치’라는 아이러니를 폭로하고 있다.
문서에 따르면1974년 1월<서해한국도서>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이 비밀문서에는 마크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 해군의 북진을 규제하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1953년 8월 30일 한국 해군에 전달했다는 통념과 달리 1965년 1월 14일 대한민국 해군사령관의 명령으로 설정되었고, 이 북방한계선의 명백한 선례는 같은 사령관(한국 해군사령관)이 1961년 다른 이름으로 설정한 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 교수는 문서를 인용하면서 "북방한계선의 유일한 목적은 특별한 허가 없이는 유엔사 해군 단위가 이 선 이북으로 항해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북방한계선이 적어도 두 군데에서 확실히 북한영토라고 추정되는 수역을 가로지른다"는 이유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NLL이 애초에 가지고 있었던 위험성을 지적하였다는 점에서 서 교수는 중요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미CIA의 비밀문건을 엄밀히 읽어 보면 몇 가지 점에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문건에서는 한국 해군 사령관이 1965년 1월 14일 NLL을 설정하였다고 지적하면서, 아래에 주를 달아 한국 해군 사령관-미군 기함 장교-은 유엔사령부(UNC) 해군 구성군의 지휘관으로서 대한민국 함대의 작전통제권을 가진다고 쓰고 있다. 한국군인지 미군인지 유엔군인지 혼동될 수 있다. 그러나 유엔사령부(UNC)는 한미연합사(CFC)와 같은 것이고, UNC-CFC의 작전지휘체계를 보면 육군, 공군, 특수부대의 지휘권은 미측에 있는 반면, 해군만은 지휘권이 한국 측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 해군 사령관과 유엔사령부 해군 구성군 사령관은 동일인이며, 이 문건의 주는 맞게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서 교수의 글을 보면 창비주간논평에서는 유엔사령부 해군구성군 사령관으로 썼다가 레디앙에서는 한국 해군 사령관으로 고쳐 썼는데 오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교수가 인용한 바로 밑에서 문건에는 NLL의 성격에 대해 추가로 설명하고 있다. “남한 측에서는 NLL을 비무장지대(DMZ)가 바다로 확장된 것으로 남북 간의 사실상 경계선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NLL은 국제법 상의 법적 근거가 없고, 그것의 거리에 있어서 해역의 영토 분할과 관련한 최소한의 규정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오직 한국 해군사령관의 지휘 또는 작전통제권 아래 있는 군사력에만 의존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북한이 NLL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어떠한 증거도 없다. 남한은 북측이 NLL을 1953년 휴전협정 이래 존중해 왔다고 주장하지만, NLL이 1960년 이전에 있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떠한 문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쓰여져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측의 12마일 한계선은 서해5도의 접근권을, 남측의 3마일 한계선은 해주항으로의 접근권을 해쳐서 양측에 모두 문제가 되므로, “사실상의 주권에 기초하고, 현행 국제법과 관행에 일반적으로 부합하는 중간선(Median Line)을 북한의 해안(섬을 포함하여)으로부터 그리고 미군의 군사적 통제하에 있는 도서들로부터 같은 거리에”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문건은 1974년에 작성되어서 2000년도에 비밀이 해제되었으며, 최근에 공개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만 보면 사실상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그 오랜 기간 비밀이 되어 왔다는 것이 거꾸로 놀라울 뿐이다. NLL이 애초에 국제법적인 근거가 없고, 분쟁의 소지가 있으며, 새로이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미국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오히려 남북간 긴장 관계를 그대로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 문건이 사실이라면, 1953년 정전협정 시 유엔군 사령관의 선포에 의해 NLL이 그어졌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기존의 설명들은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문건에서 지적한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는 두 곳, 백령도와 연평도 근해에서 최근의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발생한 수없는 분쟁들은 우리의 ‘영토’에 대한 북측의 도발이 아니라 ‘분쟁 지역’에서의 남측의 도발에 대한 북측의 대응이라고 설명되어져야 한다. 분쟁 지역의 규정을 받아들인다면, 연평도 포격은 분쟁 지역이 아니라 분명한 우리의 영토에 대해 공격한 것이므로, 오히려 중차대한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문건에서 제시했듯이 국제법 및 관습에 기초하여 중간선을 긋는 것과 같은 해법을 찾는다면, 근거없이 설정된 NLL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분쟁지역에서 지속되는 적대행위 속으로 젊은이들이 내몰려 싸우다 죽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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