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19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현재까지 기초연금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또한 공약 후퇴 이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행복연금 방안 역시 국민연금 가입자와의 역차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공적연금에 대한 민중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민간연금 강화로 이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참세상>은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연금 방안과 한국의 공적연금에 대한 민중적 조명, 신자유주의 연금개혁 논리에 대한 비판과 향후 대안을 모색해 본다.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 도입 배경
지난해 12월 치러진 제18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 이슈는 노인 ‘기초연금 도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며 공약을 내걸었고, 야당의 유력 대선후보였던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의원 역시 기초노령연금액을 2배로(약 20만원) 인상시키는 공약을 발표했었다. 두 후보군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기초연금 도입은 포퓰리즘적 공약으로 비춰질 수도 있었으나, 기초연금 도입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인해 우리사회가 선택적으로 수용할 문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숙원 과제였음을 알 수 있다.
첫째, 급속한 고령화와 심각한 노인빈곤의 문제이다.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가 되면 고령화사회, 14%는 고령사회, 20%에 도달하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기간을 국가 간 통계자료를 통해 분석해보면 독일(78년), 영국(91년), 미국(88년), 프랑스(155년) 등이 오랜 기간을 거쳐 고령화를 진행해온 반면, 우리나라는 26년 동안 이 과정을 속성으로 겪어야 한다. 국가 및 개인 차원에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급속한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와 노인자살율 1위를 기록했다는 우울한 통계가 위의 급속한 고령화 현상과 무관치 않음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둘째, 2007년도 국민연금법 개정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에 따른 정치권의 약속 불이행이다. 당시 여야는 국민연금의 제2차 재정계산을 빌미로 소위 ‘기금고갈’ 명분을 내세워 공포정치를 감행해 국민연금 급여율을 1/3씩이나 삭감하고 그 보완재로써 기초노령연금(약 8만4천원)을 도입했다. 2007년도 국민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 지급률은 2007년도 60%에서 2008년도에 50%로 삭감된 후 2009년도부터 매년 0.5%씩 인하되어 2028년에는 40%에 도달할 예정이다. 반면 기초노령연금법은 국회 내 제도개선위원회를 통해 기초노령연금액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두 배까지 인상토록 규정해 놓았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0.1%’도 인상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치권이 국민들에게 제시했던 약속 불이행에 대한 부채의식 때문이라도 두 당의 대선후보들은 기초노령연금액 인상 또는 기초연금도입 공약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권,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제도의 내용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는 활동기간 중 언론을 통해 기초연금 도입방안을 제시하였으나 언론과 여론의 질타로 인해 수차례에 걸친 수정을 반복하다 다음과 같은 최종안을 발표하였다.
첫째, 기초연금 지급대상자 선정에 대한 보편적 원리를 도입하였다. 단, 특수직역연금(공무원, 군인 등) 수급자와 그 배우자는 국가적 차원의 노후보장 장치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제외시켰다.
둘째, 일반국민들 중 65세 이상 노인을 소득 기준으로 하위 70%와 하위 30%로 나눈 후 국민연금 수급여부를 기준으로 다시 다음과 같이 네 집단으로 분류하였다. 소득하위 70% 중 ① 국민연금 미수령자에게는 월 20만원을 지급하고, ② 국민연금 수령자에게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따라 월 14만원 ~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많이 지급되도록 하였다. 소득상위 30% 중 ③ 국민연금 미수령자에게는 월 약 4만원을 지급하고, ④ 국민연금 수령자에게는 가입기간에 따라 월 4만원 ~ 1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되 역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더 많이 지급되도록 하였다.
셋째, 기초연금 재원조달은 조세로 하되 국비와 지방비로 분담토록 하였다. 인수위 활동기간 중 기초연금 재원을 현행 국민연금 기금으로 활용한다는 언론보도 후 세대간 갈등이 증폭되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강한 반발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기초연금 재원을 조세로 마련하겠다며 쐐기를 박으며 인수위 최종안으로 확정하였다. 단,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조세 중 국비 뿐 아니라 지방비로 분담시킴으로써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재원을 부담토록 하였다.
박근혜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 정책에 대한 평가 및 제언
인수위 연금개혁안은 국민연금제도와 기초노령연금을 통합하며 ‘국민행복연금’을 도입하는 것이었으나, 국민연금제도의 발전방안은 배제시킨 채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자 확대와 금액의 일부 인상에 그치고 말았다. 인수위 최종안으로 발표된 기초연금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몇 가지 제안을 당부한다.
첫째, 보편적 노후소득보장 체계가 도입되는 기틀을 마련하였으나 현재의 국민행복연금방안은 국민들에 대한 명백한 약속 위반이다. 공적부조 차원에 머물던 기초노령연금을 보편적 사회보장 체계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상징적 개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식도 하기 전에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이란 약속을 폐기하고 말았다. 증세를 주장하지 않으면서 기초연금 20만원을 제시했던 대선공약은 애초에 지킬 의향이 없었던 것으로 의심될 수밖에 없으며 향후 제도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는 대선 공약대로 65세 이상 모든 노인들께 기초연금 20만원(국민연금 균등부분“A값”의 10%)을 지급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부자증세 등을 통한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해주길 바란다.
둘째, 원칙이 결여된 제도연계에 대한 부작용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확대와 기초연금제 도입의 목적을 훼손할 수 있다.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노인이 전체의 약 25%에 불과하고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1인당 최저생계비 57만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약 30만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차등지급(삭감)은 저소득계층의 국민연금 가입유인을 저하시켜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확산시킴으로써 노후소득보장 체계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다. 국민연금 수령자 중 가입기간이 길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지급받는다면 공적연금이 지니는 소득재분배 기능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다.
형평성 제고를 위해 기초연금 지급시 국민연금 가입여부 및 가입기간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국민연금제도를 보완하며 두 제도를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기대한다.
셋째, 기초연금 재원의 지방비 분담 전가는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구조를 악화시킬 뿐이다. 현행 기초노령연금 재원의 약 75%를 국비로 지급하고 25%를 지방비로 충당하고 있다.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지방비의 분담증가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지자체의 예산확보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지자체들의 재정자립도가 더 열악한 지역별 고령화 지수를 감안했을 때 지방비 부담증가는 지역갈등 유발과 제도의 지속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정부는 기초연금 시행을 위한 구체적인 증세 방안을 제시하고, 지방비 매칭 방식이 아닌 전액 국비 지원의 재정방안을 수립함으로써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민행복연금’을 설계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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