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0일 경향신문 모 기자는 ‘통진당 경선의 진실’이라는 온라인판 기사에서 “분위기에 매몰돼 하이에나처럼 물어뜯기 바빴지 진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 논란이 이는 가운데 유능한 검찰 공안부에서 이들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례 부정경선 과정을 비판한 기사들을 두고 물어뜯었다고 표현하고 사과를 한 것이다. 그는 통합진보당 경선부정 문제는 모든 언론뿐 아니라 진보언론까지 난타했던 사안이라며 진보언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통진당 경선의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기에 ‘진실’이라는 단어를 썼을까. 당시 제기됐던 여러 문제들은 공안 검찰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을 기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 소설인 것일까.
그가 분위기에 매몰돼 그냥 물어뜯기만 했을지 몰라도 <참세상>은 진보정치의 상식을 근거로 구 당권파로 불리는 경기동부연합 정파의 패권주의 문제와 당비대납 페이퍼 당원 문제, 당내 민주주의 문제, 지역구 후보 예비경선 과정에서 당원 빌려주기 등을 취재·보도했다. 이 가운데는 보도하지 않은 심각한 내용도 있었다. <참세상>은 이런 사실을 찾아 보도했고, 진보정치 세력의 자기혁신을 기대했다.
경향 기사가 검찰 수사를 기반으로 사과를 했기에, 검찰이 낸 수사 보도자료를 꼼꼼히 살펴봤다. 보도자료에는 부정선거를 제기한 참여계에서 부터 구 당권파 그룹까지 대부분 정파와 지지자들이 조직적이든 그렇지 않든 페이퍼 당원 가입 혐의나 상당한 대리투표가 이뤄진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돌이켜보면 애초 통진당 부정경선 진상조사 결과는 ‘어느 정파의 어떤 후보가 부정을 저질렀다’가 아니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당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던 조준호 부정경선 진상조사위원장이 “총체적 부실에 기반한 총체적 부정이 있었다”고 한 대목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조준호 공동대표는 노동운동의 당권파 세력의 지지로 민주노총 위원장이 됐고,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이 분당된 후에도 민노당 당대회 당의장을 맡았다. 당권파들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하면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직까지 맡았던 그는 민주노총 위원장 시절 주도한 파업 때문에 피선거권이 없어 공직에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런 그가 총체적 부실과 부정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총체적 부실의 바탕 위에 부정행위인지도 모르는 정파들의 관성적 표몰이 경쟁 행태를 제대로 풀지 않는다면 진보정치의 미래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3개 정치세력의 통합은 한시적으로 5천원만 내면 페이퍼 당권자를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적절하게 관리할 수 있는 부실한 당원 관리 체계를 일시적으로 형성했다. 이 속에서 비례대표 경선 이전부터 당권자 수의 몇 %만 얻으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공식은 나와 있었고, 여성명부나 일반명부 모두 1번과 2번을 배정받는 1위를 하지 못하면, 전략명부 때문에 당선 안정권에 들 수 없을 가능성이 컸다. 과열 경쟁체제를 만들어 낸 것이다. 각 정파 세력 또는 비례후보들과 연관있는 지역단체와 노동조합 같은 조직들이 집단입당이라는 방식으로 대거 신규당원을 가입시켰고, 이 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손쉬워 졌다.
물론 당권파들은 억울할 수 있다. 비례대표가 되지 못했던 오옥만 전 후보 등은 부정경선 문제를 제기해놓고 나중에 보니 그들이 직접 부정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을 비롯한 탈당 비당권파들(현재의 진보정의당)은 총체적 부실과 부정은 당 전체가 책임을 지고 국민에게 비례후보들이 일괄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다시 진보정치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이석기·김재연 의원이 통진당 비례경선 부정사태의 원흉이라고 한 게 아니다. 그들은 비례경선 논란 내내 특정인을 거론하지 않았고 지금도 같은 입장이다.
눈물의 의원직 사퇴, 윤금순 전 의원도 불기소
최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여성명부에서 1위를 차지해 비례 1번으로 의원에 당선됐다 눈물의 사퇴를 한 윤금순 전 의원도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다. 윤금순 전 의원은 사퇴 당시 약속대로 다시 여성농민으로 돌아가 국제 농민단체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윤금순 의원은 <참세상>과 통화에서 ‘기소되지 않아 의원직 사퇴가 더욱 억울할 것 같다’는 질문에 “저는 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해 출마한 것”이라며 “저의 사퇴로 여성농민들이 억울하지 저 개인이 억울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여전히 주변 농민들이나 지인들은 윤 전 의원의 사퇴를 안타깝게 보고 “왜 사퇴했느냐”고 한다고 한다.
윤 전 의원은 당시 사퇴과정을 두고 “당이 분당되지 않기를 바랐고, 당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국민의 마음을 다시 얻기 위해 사퇴했다”며 “(그 문제가 잘 풀렸으면) 진보정치의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윤 전 의원 역시 자신의 부정선거 논란은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보정치가 권력을 놓는 모습을 보여야 살 수 있다는 판단에서 사퇴를 한 것이다.
진보의 잣대보다 못한 새누리·민주당의 자격심사가 자격있나
통진당 비례경선 논란은 절차적 민주주의와 진성당원제라는 직접 민주주의의 가치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진보정치의 기반이 흔들린 사례다. 노동·진보정치는 법이나 대중의 관습보다 더 엄격한 진보적 잣대를 기반으로 공안 몰이 속에서도 대중의 지지를 받아왔다.
그런 진보의 엄정한 기준은 때로 진보정치인에게 권력과 자본 앞에 가혹하다 할 만큼 금욕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세력이 기반한 진보정치는 오염된 기성 정치를 정화하는 작용을 했고, 이를 기반으로 지지를 얻었다.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현 통합진보당이 당시 과정에서 악마화 된 건, 보수언론들의 종북몰이가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 진보정치의 미래를 위해 의석을 버리고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해결방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은 핵심 집행부 누군가의 잘못이 드러나면 위원장을 포함해 해당 지도부 전체가 총사퇴를 하면서 책임을 져왔다. 조준호 대표와 윤금순 당선자는 그런 진보운동의 오랜 전통으로 진보정치를 살리자고 한 것이었다.
또한 당권파들의 패권주의와 한대련 대학생들까지 뒤엉킨 중앙위 폭력사태는 국회의원 배지를 놓고 벌이는 권력의 아귀다툼으로 보였다. 진보정치 세력들은 4년 임기의 비례대표도 2+2년으로 하고 순번을 돌리자는 제안도 할 정도로 의원직 사유화와는 다른 길을 제시했던 사례도 있다.
진보정치에 대한 엄정한 잣대는 노회찬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에서도 드러났다. 노회찬 전 의원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다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노동운동과 지역운동을 해온 배우자 김지선 씨가 후보로 나선 것을 봐줄만 한데도 강한 세습 논란에 부딪히는 것은 진보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자격심사를 할 자격은 없다. 자격심사 발의 안에 서명한 박범계 민주당 의원(자격심사 소위 위원장)은 두 의원이 자격심사를 통해 오히려 부정선거 논란을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성당원제나 민주적 당운영의 기본토대조차 갖추지 못한데다 성추행 의원 등 각종 문제 의원조차 제대로 심사하지 못하는 거대 양당에 통진당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볼 안목이나 있는지 의문이다.
또한 박범계 의원 말대로 자격심사로 논란이 해명되고, ‘기소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 것도 적절치 않다. 민주적 토대를 잃지 않기 위해 작동됐던 엄정한 진보의 잣대가 구부러져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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