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영세사업장 불안정노동자의 삶에 주목하자

[기획연재]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권리찾기(1)

[편집자주] 전체 노동자의 83.7%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노동자 조직률은 1%도 채 안 된다. 대부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이 장시간 노동으로 부족한 임금을 메우고 있다. 혹시라도 잔업이 없어지면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니 물량을 따라 이곳저곳 이동한다. 대다수인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가 권리를 찾지 못하면 노동자의 미래는 없다. 노동자들의 노동이 즐겁고 권리가 충만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이제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고 힘을 쏟아야 할 때이다. 총 다섯 차례에 걸쳐 글을 싣는다.

노동의 불안정성, 중소영세사업장에 집중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고용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5~29인 사업장 노동자 비중은 1999년 36.7%에서 2012년 42.2%로 약 5.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5인 이상 사업장 기준). 반면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비중은 1999년 24.9%에서 2012년 현재 20.1%로 약 4.8%포인트 하락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안정으로 상징되는 대기업의 고용비중이 줄어들고 상대적 저임금과 고용불안으로 상징되는 중소영세기업의 고용비중이 증가하는 ‘고용의 하향이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중소영세사업장의 고용조건은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압도적 다수는 중소영세기업에 집중해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 한국사회에서 본격화한 노동의 불안정성 심화 현상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그 모순을 집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간접고용 확산

중소영세사업장이 집중된 공단지역에선 인력소개업을 통한 불법파견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반월·시화공단의 실태조사결과를 보면, 이 지역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용역회사가 난립하면서 파견노동, 직업소개, 불법적인 인력수급 행위가 주요한 노동력 공급방식으로 자리잡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신규 고용 대부분이 파견, 직업소개, 불법용역을 통해 고용된 것으로 보인다(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외, 2010, <안산지역 실태조사>). 이와 같은 간접고용 관행은 2000년대 들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했고, 2000년대 후반부터 전국화하면서 대다수 공단지역의 주요 인력공급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직접채용의 관행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높은 이직율과 최저 수준의 임금, 근로기준법 위반

이렇게 간접고용이 확산하면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공단지역이나 기타 영세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들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근속년수가 지나치게 짧고 물량에 따라 노동자들이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소영세사업장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고착화되었다. 성별로 임금이 다르지만, 매년 결정되는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동일하다. 이러한 낮은 임금수준에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장시간 노동이 필수다. 이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한편, 중소영세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위반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2011년 하반기 민주노총이 전국 7개 공단지역 1,8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응답자가 절반수준인 50.8%에 그쳤다. 한편,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경우 유급 주5일제 적용을 받는 노동자는 응답자의 절반도 안 되는 43.3%에 불과했다.

대기업을 정점으로 중층적 모순 전가

이렇게 노동 불안정화의 모순이 중소영세사업장에 집중되는 현상은 오늘날 대기업 주도의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기업은 외부에서 생산된 잉여가치를 자신의 몫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강화해왔다. 그 일환으로 대기업은 기존에 자신이 담당하던 하위생산기능들의 상당부분을 외주화했으며, 또한 외주화되지 않은 부분은 사내하청을 비롯한 다양한 비정규직의 활용을 확대해왔다. 더불어 대기업은 최종재 시장에 대한 독과점을 강화함과 더불어 연구개발과 기획, 투자, 마케팅 등의 전략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산업 내 다른 기업에 대한 통제와 지배를 강화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대기업은 하청기업이 생산한 가치를 자신에게로 이전하는 것에 주력해왔는데, 그 결과 외주화가 확대될수록 대기업으로 보다 많은 가치가 이전되며, 그만큼 하청기업의 수익성 압박은 심해진다.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받는 수익성 압박에 대응하여 하청기업들은 내부구조조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이를 위해 하청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전략은 외주화와 비정규직화이다. 그 과정에서 하청기업들은 원청 대기업이 취하는 단가인하나 각종 불공정거래 행위를 외주화한 기업에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원청 대기업으로부터 하위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이고 중층적인 하청구조와 비정규직화가 진행되는데, 그로부터 발생하는 모순은 하청위계의 하위고리를 구성하는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 결국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모순이 집중되는 현상은 본질적으로 저성장기 자본축적 전략의 모순과 위험, 비용부담을 노동에 대한 착취의 강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자본 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중소영세사업장 조직화, 자본의 모순전가를 넘어서는 핵심 고리

이렇게 오늘날 대기업은 중층적인 하도급 구조를 형성하고 불안정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그에 따른 노동자 분할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대기업은 축적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의 노자간 모순을 외부로 전가하여 중소영세사업장 및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를 강화함으로써 자신의 수익을 획득해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것은 자본의 비용과 위험의 전가, 노동자 분할을 무력화할 수 있는 핵심 지점이 될 것이다.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조직화, 주체화하기 위한 새로운 실천들이 요청된다.

연재 순서

1. 중소영세사업장, 불안정노동자에 주목 - 김철식(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로 산다는 것 - 윤정호(반월시화공단 노동자)
3. 전략조직화 사업을 조직문화 혁신으로 - 오상훈(서울남부전략조직화사업단)
4.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를 조직하는 사람들 - 기획취재
5.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조직화가 운동 -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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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불안정노동 , 중소영세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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