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가 청소노동자에게

[연속기고](3) 행복할 권리를 꿈꾸는 청소노동자

[편집자주] 오는 6월 14일 오후 4시 30분, 여의도 문화마당에서는 ‘행복할 권리를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4회 청소노동자 행진이 개최된다. 2010년 6월 5일 1회를 시작으로 매해 6월 개최되는 청소노동자 행진은 이 사회의 유령처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노동자들의 존재와 요구를 알리는 장이며, 청소노동자의 밥과 장미의 권리를 위한 행진이다. 노동조합과 여러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4회 청소노동자 행진 준비위원회는 행복할 권리를 찾아 나선 청소노동자 행진의 의미와 취지를 알리고자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속 기고를 진행한다.


안녕하세요.저는 경희대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백영란이라고 합니다. 얼굴은 서로 모르지만 같은 청소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먼저 저의 이야기를 조금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2011년 3월 경희대학교에 청소노동자로 입사를 했습니다. 아이들 뒷바라지도 다 했으니 내 용돈이나 벌 심사로 말이죠. 그런데 한 달 임금이 87만원. 정말 딱 제 용돈이었어요. 월급에 비해 일은 너무 힘이 들었고 관리자들의 폭언과 용역회사의 횡포에 억울함과 불만이 날이 갈수록 싸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노동조합을 알게 됐고 경희대 청소노동자들이 모여 2011년 10월 6일 노동조합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노동조합이 출범한지 1년 6개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우리의 힘으로 월급도 50%이상 올렸고 부당한 노동조건들도 많이 바꾸어 놓았습니다. 내가 일하면서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내 힘으로 조금씩 찾아가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 여러분, 우리 조금만 생각을 바꿉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용돈이나 반찬값에 보태려고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우리가 억울하고 아쉬운 것이 있어도 이 나이에 이정도 일자리가 어디냐고 했던 생각을 말입니다. 우리 생각의 작은 변화가, 작은 행동이 나의 일에 당당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 첫 시작입니다.

청소라는 직업이 아무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던가요? 건강하지 못하고 성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청소노동자들은 이 사회에서 대단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노동자입니다.

40만 청소노동자가 뭉치면 이 사회는 바뀝니다. 다 같이 뭉쳐서 외칩시다. 생활할 수 있는 임금을 달라! 고용불안에 떨지 않게 해 달라!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해 달라!

이게 바로 우리가 행복해 질 수 있는 권리들이라는 것을 40만 청소노동자가 함께 모여 외칩시다. 바로 6월 14일 제 4회 청소노동자 행진에서.

6월 14일, 여의도 공원에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가득 울려 퍼지길 기대하며
경희대 청소노동자 백영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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