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02년 강남구에 방범용 CCTV가 도입된 후 많은 논란을 거쳤지만 한국 사회에 CCTV가 크게 확대된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흉악 범죄에 대한 대책에서 CCTV는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관련 통계에서 CCTV가 범죄를 방지했다는 근거는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범죄가 발생한 사후에 범죄 수사 및 검거에 기여를 하고 있다. CCTV가 범죄 예방을 위한 것인지 범죄 수사를 위한 것인지에 따라 설치 장소와 사용 근거도 달라질 수밖에 없고 무엇보다 범죄 대책으로 CCTV 에 의존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CCTV는 집회시위에 대한 감시, 노동감시의 주요 수단이 되면서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현재 CCTV 관련 인권 침해 논란과 관련 법제도 현황을 살펴보고 개선책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 연재 순서
1. 집회 시위의 자유와 CCTV (백신옥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2. 노동 감시와 CCTV (조현주 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
3. CCTV와 범죄 (이호중 교수,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4. CCTV와 개인정보보호법 (이은우 변호사, 개인정보보호위원, 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지금 어디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가. 지하철, 버스, 거리, 사무실, 공장, 백화점, 시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이 글을 읽고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주변을 살펴보자. 주변에 영상정보처리기기, 소위 CCTV가 있는가.
하루 동안 직장으로 출근하여 근무하고 퇴근하고 또는 아이들 돌보고 장 보는 등 일상 속에서 CCTV를 발견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만약, 내가 스쳐 지나가는 장소가 아니라 내가 일하는 장소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나를 계속 촬영하고 상급자가 CCTV를 통해 나를 감시하고 있다면 어떨까. 얼굴 표정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 입모양 하나하나 조심스러워지고 경직되고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2011년 9월 30일 “개인정보의 수집·유출·오용·남용으로부터 사생활의 비밀 등을 보호함으로써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증진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후 오히려 사업장 내에 더 많이 CCTV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1년 7월 1일 복수노조 시행 이후 직장폐쇄, 제2노조 설립과 맞물려 CCTV가 설치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모 언론기관은 사무실 내부에 직원들 책상을 비추는 웹 카메라를 몰래 작동하였다 발각되고 직원들이 문제제기하자 대놓고 CCTV를 설치하여 직원들 책상을 촬영하였다. 상급자는 촬영한 영상을 근거로 근무태도를 지적하였고 노동감시를 당했던 노동자들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노조의 항의로 CCTV 위치는 사무실 출입문을 비추는 것으로 이동되었지만 여전히 노동감시는 현재 진행형이다.
모 금속산업 사업장에서는 직장폐쇄 직후 공장 부지 내부에 CCTV를 설치하여 직원들 움직임과 노조사무실 출입을 촬영하였다. 노조가 항의하자 노조사무실을 비추는 CCTV에 가리개를 하여 노조사무실을 촬영하지 않는다며 생색을 내고는 여전히 사업장 내에서 노동자들의 움직임을 촬영하여 감시하고 있다.
모 휴게소에는 식당 중앙 기둥에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TV스크린이 아니라 식당 안 조리 노동자들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주고 있다. 어디에도 무슨 이유로 CCTV가 설치되었고 누가 촬영 영상을 감독하고 있는지, 개별 노동자들이 동의를 한 것인지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사용자들은 어떤 근거로 CCTV 설치·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걸까. 회사의 답변은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의해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안전 및 화재 예방을 위하여 설치하였으므로 정당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용자의 주장이 타당할까. 답은 아니다. 사용자의 위와 같은 주장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여 스스로의 법 위반을 합리화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는 “공개된 장소”에 “범죄의 예방 및 수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시설안전 및 화재예방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 영상정보처리기기 설치·운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장관이 개인정보보호법에 근거하여 제정한 표준 개인정보 보호지침(행정안전부예규 제45호) 제2조 제11호는 “공개된 장소”란 “공원, 도로, 지하철, 상가 내부, 주차장 등 정보주체가 접근하거나 통행하는 데에 제한을 받지 아니하는 장소”를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장소에서만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따라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보통 사업장에 CCTV가 설치되고 있는 장소는 주로 사업장 부지 내, 공장 건물 내부, 사무실 내부이고, 촬영범위 또한 사업장 내 이동경로, 건물 출입구, 작업현장 등이다. 보통 생산현장인 사업장 부지, 건물의 출입구에는 경비실이 설치되어 있고 경비실에서는 사업장에 출입하려는 사람, 자동차 등의 신원을 확인하고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직원이 아닌 외부인이 사업장 부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원을 밝히고 기재한 후 사용자의 허락을 득하여야만 사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사무실 내부는 더욱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된다. 따라서 보통 사업장 내는 명백히 불특정 다수가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는 “공개된 장소”가 아니다. 따라서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를 근거로 CCTV를 설치하였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사용자가 사업장 내, 공개되지 않는 장소에 CCTV를 설치·운영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제15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해야 할 것이고, 정보주체 동의 없이 설치·운영하고 있는 CCTV에 대하여는 당장 촬영을 중지하고 철거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설치된 CCTV에 대하여 촬영대상이 되는 정보주체의 열람, 삭제, 처리정지 요구권을 규정하고 있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실제로 노동자들이 동법에 근거하여 개인정보 열람, 삭제, 처리정지 등을 요구하였으나, 사용자는 이를 거부하고 CCTV 촬영을 지속하고 있다.
개인정보주체의 열람권은 사용자가 CCTV로 어느 범위까지 촬영하고 있는지, 녹음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안전하게 보관하고 폐기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 이전 설치된 것이므로 해당 없다든지, 정보주체별로 열람이 어렵다는 등 핑계를 대며 이를 거부하였다. 개인정보 삭제, 처리정지 요구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 이용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범죄행위이다.
사용자들의 막무가내식 사업장 내 CCTV 설치·운영에 대하여 안전행정부 산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에 신고를 한 사례도 있으나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는 1년이 다 되어 가도록 아무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안전행정부가 개인정보침해에 관하여 처리할 기관을 둘 수 있도록 하고 그 기관에 수사기관 고발권, 책임자 징계권고, 개선권고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이러한 권한은 권한인 동시에 막중한 의무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동감시 주무부처인 안전행정부는 노동감시가 노동자들의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인격권, 노동3권 등을 침해하고 위축시키는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감시 문제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 고민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일하는 동안 누가 나를 계속 보고 있다면 감시한다면 어떨지. 그러한 방식이 정말 노동자들이 최선을 다해 노동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올바른 방식인지, 아니면 노동자들을 위축시키고 업무 외 스트레스 가중으로 업무효율을 떨어뜨리는 일종의 폭력일지.
필자는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들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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