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도시민박 지원정책’으로 '사회적 경제' 시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지원정책은 서울시의 ‘공유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지원정책 중 하나다. 공유경제는 재화 나눔에 기초한 수익활동들을 좋게 이르는 신조어다. 중고차 매매나 ‘아나바다’ 운동을 떠올릴 사람도 있겠으나 이 단어는 최근 5년 새 세계 주요도시들에서 인기를 모은 한 가지 신생사업과 반드시 함께 이야기된다. 바로 온라인 ‘주거공유’ 중개업이다. 웹사이트에서 빈 방의 유료 임대차 절차를 돕고 거래성사 시 수수료를 챙기는 수익모델이다. 처음 이 사업을 선보인 ‘에어비엔비(Airbnb)’의 젊은 창업자들은 대안경제의 선구자로 칭송되고 있다.
위의 설명만으로는 셋방살이나 룸메이트가 전에 없던 것도 아닌데 굳이 주거공유라는 새 이름이 쓰이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집을 공유하고자 한다는 것도, 주택 소유관계를 근거로 돈이 오가는데 공유라 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 글은 그런 질문들에 대한 하나의 답변으로 작성되었다. 덧붙여 도시민박이 주거공유에 붙은 한국식 이름이라는 점에서 이번 도시민박 지원정책의 의미를 풀어보고자 한다.
주거공유라는 이름의 지하경제
주거공유 중개업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빈 방을 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 둘 다에게 금전적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득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주거공유의 모호한 시장위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주거공유는 빈 방을 임대차하지만 임대업은 아니다. 임대차계약서가 없기 때문이다. 법적 권리와 의무도, 관습도 없다. 자연히 빈 방은 관광객들에게 돌아간다. 관광객은 세입자보다 시간당 더 비싼 방값을 지불하면서도 거래하기에 훨씬 덜 까다롭다.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주거공유는 호텔보다 싸지만 공동침실형(도미토리)보다는 편안한 숙박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숙박업인데 이게 또 정식 숙박업은 아니다. 중개업체가 숙박업 등록증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주택 실소유자가 아니어도 된다. 사실 주거공유에서 법적인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다. 자연히 지켜야 할 규제도, 소득신고와 세금청구서도 없다. 다시 말해 주거공유는 임대업과 숙박업의 법적 장치들이 작용하지 않는 임대 겸 숙박시장이고, 그렇게 법적 틈바구니에서 이득을 낳는 지하경제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가장 뜨겁게 응답한 곳은 집도 많고 관광객도 많은 전 세계 대도시들이었다.
주거공유 수입이 어쩌다 생기는 자잘한 돈이라면 불법이나 지하경제 딱지가 억울할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 중개 서비스의 등장은 주거공유 시장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에어비엔비 발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사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총 850만 명에 달하며, 현재 등록된 50여만 개의 숙박정보는 총 192개국, 3만 3천여 개 도시에 걸쳐 있다. 독일 내 주거공유 실태를 다룬 슈피겔 기사(2013.8.14)는 낡은 아파트 하나가 휴가철 3천 유로(한화 약 430만 원)의 월수입을 낳는다고 전했다. 이 모두가 중개업체들이 마련한 온라인 만남의 장소 덕분에 가능해진 수치들이다. 그곳의 뜨거운 인기는 대안경제라는 찬사로까지 이어졌다.
주거공유의 불법성 논란
그러나 세금 없는 시장이 공동체의 합의를 얻기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최근 주거공유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분출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현재 독일과 캐나다 퀘벡 등이 법리를 검토 중이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공청회까지 열렸다. 지난 5월 뉴욕 시법원은 불법임대로 고발된 주거공유 집주인에게 2천4백 달러(한화 약 260만 원)의 벌금형을 내려 화제가 됐다. 주거공유를 새로운 가치창출 모델로 보는 이들은 지금의 소동을 단지 관련법이 없어 생긴 문제로 치부한다. 현재 참조되는 법 조항이 임차인보호를 위한 것들(한 달 이내 단기임대 금지, 임대료보다 비싼 전대 금지 등)에 몰린 만큼, 이번 분쟁을 계기로 주거공유가 단독의 시장 정체성을 보장받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의 법적 분쟁은 주거공유와 얽힌 이해관계들을 수면 위로 올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가격경쟁에 불리한 호텔업계와, 관광객의 주거지 유입으로 불편을 겪게 된 이웃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하지만 가장 강력한 목소리는 세입자연합에게서 나왔다. 세입자연합은 임대되던 다가구주택이 주거공유용으로 통째로 탈바꿈되는 형편에까지 이르자 정부의 제재(대표적으로는 집주인의 주거공유 수입에 대한 과세)를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에서는 사민당이 이들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읽은 에어비엔비는 공공정책 전문가를 고용해 대처에 나섰다. 이들은 호텔보다 주거공유가 지역경제에 더 많이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거공유와 지역경제’라는 주제는 관광숙박시장 못지않게 부동산시장을 참고해야 한다. 주거공유가 월세수입이 아쉬운 부동산 소유자에게는 새로운 수익형 임대업으로, 월세가 버거운 세입자에게는 월세부담을 덜 기회로 다가올 것임을 예측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로 집주인은 자신의 주거공유 경험을 금전 수익과 연결짓는 경향이 있다.
에어비엔비는 주거공유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과대평가됐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주거공유가 개개인이 동원하는 시장전략임을 이해한다면 지금의 주거공유 열풍이 언제 어디로 폭주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부동산시장은 가장 공통된 필요와 가장 특별한 욕망이 뒤섞이는 한 사회의 거울상과도 같다. 그 안에서 주거공유는 기존의 소유공식을 결코 깨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며, 다만 개개인의 추가수익원이나 안전망으로만 공식에 대입될 뿐이다. 주거공유라는 이름이 역설적인 이유다.
민간업체 끼고 서울시가 조장하는 주거공유
그렇다면 서울시 사정은 어떤가. 해외 사례들과는 반대로 서울시에서는 관이 앞장서 주거공유를 권하고 있다. 그 출발점으로 관광진흥법(2011.12.30 개정)이 도시민박을 관광편의시설로 인정해 숙박업 등록대상인 호텔과 구분지었다. 호텔에 비해 세율이 훨씬 낮지만 세금문제는 해결한 셈이다. 시설조건도 제한된다. 건물면적이 230㎡(약70평) 미만이며 사업자가 실제 거주하는 일반주택이어야 한다. 이 기준을 벗어난 주거공유 사례들을 철저히 단속해 정부가 주거공유 시장을 통제할 수만 있다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 단속이 잘 될 것 같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지금 전 세계에 불고 있는 주거공유 열풍은 온라인 중개 서비스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그 서비스가 키워놓은 엄청난 수요는 또 어떤가. 이것들을 통제하지 못하면 등록제도 다 소용이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도시민박 홍보사업을 민간 중개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서울시가 주최한 ‘도시민박 사업설명회’에서는 중개업체 직원들이 직접 나서서 홍보성 내용을 발표하고 홍보부스도 운영했다. 서울시 정책관계자 역시 도시민박업 등록을 하든 안 하든 중개 서비스는 이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유경제를 칭송하는 해외보도들에 사로잡힌 나머지 외국 비즈니스모델을 그대로 정책에 옮기면서도 정작 그 부작용은 검토하지 않은 것 같아 우려되는 행보다.
집까지 나눠 행복해지라고 권하는 사회
끝으로 우리는 주거공유가 각광을 받고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사회가 과연 더 나은 사회인지를 똑똑히 물어야 한다. 가장 사적이고 편안해야 할 보금자리를 면식없는 이들과 나눠야 할 정도로 주택 수가 모자란 것은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문제는 돈이다. 그러니 나눠 쓰는 집을 공유경제로 포장하는 자들은 좀 수상하게 살펴야 한다.
대체로 이들은 공유의 문화적, 정서적 이점만을 강조한다. 한 예로 지난 4월 SBS TV의 한 프로그램은 주택자금이 부족한 이들이 큰 전셋집에 모여 사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설파했다. 욕심을 줄이면 저들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만한 전세자금도 없어 반지하방을 나눈 대학생들에게도 우리는 똑같이 행복하냐고 물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소유와 공유, 사생활과 공동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삶은 모두의 바람이다. 다만 현실에서는 누군가는 반지하방을 나누고, 누군가는 고급브랜드 아파트의 주민시설을 이용하며, 또 누군가는 근사한 공동부엌이 설치된 주택 협동조합에 입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주거공유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시장과 사회안전망 관리에 책임이 있는 국가와 지자체가 시민들에게 집까지 나눠 행복해지라고 권하는 사회는 어쩐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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