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죽이기에 나선 박근혜 정부
박근혜 정부는 지난 9월 23일 전교조에게 10월 23일까지 규약 시정 및 해직자의 활동 배제를 요구하고 이를 시정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전 이명박 정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박근혜 정부 또한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전교조의 규약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해고자의 조합원 인정여부는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사안이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노동조합 스스로 조합원의 자격을 결정하도록 권고하였고, 올해 3월에는 한국정부에 긴급개입조치를 통해 전교조의 설립 등록 취소와 규약개정 위협을 즉각 중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왜 전교조를 탄압하는가? 그 의도는 무엇인가?
전교조를 죽여야 교육시장화를 완성할 수 있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은 한마디로 교육시장화를 그 끝까지 밀어붙여 완성하려는 것에 있다. 이는 몇 가지 사례로도 충분히 확인된다. 이들은 전사회적인 비판여론에도 불구하고 소수 특권계층을 위한 학교인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를 유지하려 한다. 또한 교원평가와 성과급 등을 통합하여 교사들을 등급화하고 통제하는 수단을 전면화하고 있다. 여기에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내세우며 학교 내에 각종 비정규직을 더욱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한편 대학교육은 어떠한가? 대학 설립자라는 명분을 들어 사학자본의 이익을 더욱 보장하고 있으며, 대학구조조정을 통해 부실한 대학운영의 책임을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여기에 대학에서 생산되는 지식과 정보를 사유화하여 자본의 이윤창출기제로 편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승인도 모자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우익인사를 임명하는 등 반역사적이며 반교육적인 교육정책을 전면화하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을 비판하고, 나아가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해 실천해왔던 전교조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통치위기! 국면전환을 위한 희생양이 필요하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의 배경에는 집권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해 온 지배집단의 위기의식도 한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국정원이 만든 대통령이라는 오명, 국정원 해체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온 촛불시민들, 여기에 연이은 대선공약 파기 등 총체적 난맥을 겪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초기의 포퓰리즘적인 수사조차 내던져 버리고 이석기 내란음모죄 적용과 같은 공안몰이와 전교조 탄압이라는 상대적으로 손쉬운 그러나 매우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고 있다. 즉, 일종의 노이즈 마켓팅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진짜 목표는 노조를 분열시키고 노동운동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규약 시정명령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전교조를 분열시키고 무력화시켜 종국에는 민주노조 운동전체를 더욱 약화시키는데 있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올 상반기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규약시정명령 압박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았다. 즉, 공무원노조는 노동부의 권고에 따라 규약개정을 하였으나 그 설립신고조차 반려되었고, 현재 어려움에 처해 있다. 만일 전교조 또한 정부의 압박에 굴하여 규약개정명령을 스스로 받아들이게 되면 전교조 자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나아가 전교조가 민주노총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는 곧 노동운동과 민중운동 모두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임은 너무도 명약관화하다.
전교조 선택은?
그러면 전교조의 상황은 어떠한가? 알려진 것처럼 지난 9월 28일 대의원대회에서 "노조설립취소 저지를 위해 총력투쟁을 전개하고 조합원의 총의를 모으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한다"는 안이 참석 대의원 대다수의 찬성을 얻어 통과되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대부분의 노동조합처럼 전교조 또한 조합원들의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과 정치의식은 불균등하다. 게다가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전교조는 규약시정 명령 압박에 대해 제대로 된 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법률적 해결에 주로 의존해왔다. 심지어 전교조 내에는 규약시정을 받아들이자는 경향도 분명히 존재한다. 때문에 이런 어려운 조건일수록 지도부의 분명한 태도와 단호한 의지 표명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찬반투표로 규약시정명령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도박이자, 어려운 판단과 결정의 부담을 대의원들이 조합원에게 떠 넘겼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를 반증하는 것이 보수언론의 태도이다. 이들은 “전교조가 조합원 찬반투표가 연가투쟁을 위한 투표가 아니라 규약개정을 받아들일지 말 것인지에 대한 투표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당초 총력투쟁으로 나서겠다던 강경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진짜 투쟁은 이제 부터이다
그러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전교조는 오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조합원 총투표를 그리고 19일에는 전 조합원 집중 상경투쟁을 예정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의원대회 결정에 대한 수다한 논란이 아니다. 이제는 노조설립 취소저지를 위한 총력투쟁에 더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고, 총투표에서 전교조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아래로부터 솟구쳐 나오도록 활동가들이 그야말로 신발 밑창이 닳도록 뛰어야 한다. 만일 총투표에서 규약개정 명령이 거부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조합원 대중의 힘으로 탄압을 뚫어내는 무기가 될 것이다. 때문에 바로 이를 너무나 잘 아는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조합원 총투표는 1/2이 아니라 2/3로 결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압박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필요한 것은 전교조를 지켜내기 위한 광범위한 연대투쟁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단지 전교조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폭거이며, 국민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파괴하려는 책동이며, 노동기본권조차 부정하는 만행이다. 그렇다! 전교조 탄압에 맞서 더 많은 세력이 광범위하게 연대하자! 그리하여 박근혜 정부가 오판하였음을 나아가 유신독재가 그러했듯이 그 결말은 참담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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