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뉴스에 부산에서 장애인 자식을 둔 아버지와 장애아들이 유명을 달리한 소식이 올라온다. 언제까지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할까? 그 생각에 온종일 멍한 채 시간을 보냈다.
아직 '장애'라고 하면 가족을 불행으로 몰아넣는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아들 균도와 보내온 시간이 이제 22년째이다.
당시 하던 사업이 부도나고 균도와 내가 아니면 다른 가족이 잘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생사의 갈림길에서 결정하려 했다. 하지만 마시는 소주 한잔에 균도는 스스로 그 끈을 놓지 않았다.
"아빠 살려주세요." 울부짖는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사는 방식을 달리하였다. 아무리 부모라고 하지만 그 부모의 결정이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 수는 없었다.
어제 일어난 가족의 참사가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에서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기에는 세상이 우리를 너무 모른다.
그래서 고등학교 졸업을 하는 아이와 함께 시작한 것이 '균도와 세상걷기'이다. 발달장애인 바로 알리기.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역사회에 살아남기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부산 기장지역 9회 기장군민대상에서 균도가 수상을 했다. 향토봉사부문의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지역에서는 '균도와 세상걷기'가 기장지역의 큰 향토사랑이라고 이야기한다.
발달장애인 자신을 세상으로 밀어 넣어 장애인도 지역사회에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다. 어린 시절 아빠의 판단으로 세상을 등졌다면 과연 이런 성과가 있었을까 생각한다.
균도는 지금 부산 기장의 한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균도로 인해 공무원들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장애인 부모로 감히 이렇게 제안한다. 죽음을 결심한 그 막바지의 마음으로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같이 길을 나서자. 그 길에서 우리와 함께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맞이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의 미래를 우리가 가로막을 수는 없다. 우리는 단지 아이의 미래를 우리 손으로 개척하고 선도하는 자세가 되어야 한다. 내가 이루어낸 것보다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는 사람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단언하건대 장애가 있는 아들마저 선택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그들의 결정이어야 한다.
오늘의 참담함을 글로써 이야기하지 못하겠지만 마음은 무겁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 곁으로 나아가보자. 이것이 우리의 사명이다.(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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