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회가 세월호였다
오늘 우리 모두의 삶이 세월호다
자본과 그 권력은 이미
우리들의 모든 삶에서 평형수를 덜어냈다
사회 전체적으로 정규적 일자리를 덜어내고
비정규직이라는 불안정성을 주입했다
그렇게 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노동자세월호에 태워진 이들이 900만명이다
사회의 모든 곳에서
‘안전’이라는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할 곳들을 덜어내고
그곳에 ‘무한 이윤’이라는 탐욕을 채워 넣었다
이런 자본의 재해 속에서
오늘도 하루 일곱 명씩이 산재라는 이름으로
착실히 침몰하고 있다
생계비관이라는 이름으로
그간 수많은 노동자민중들이 알아서 좌초해가야 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이들이 지하선실에 가두어진
이 참혹한 세월의 너른 갑판 위에서
자본만이 무한히 안전하고 배부른 세상이었다.
그들의 안전만을 위한 구조변경은
언제나 법으로 보장되었다
무한한 자본의 안전을 위해
정리해고 비정규직화가 법제화되었다
돈이 되지 않는 모든 안전의 업무가
평화의 업무가 평등의 업무가 외주화되었다
경영상의 위기 시 선장인 자본가들의 탈출은 언제나 합법이었고
함께 살자는 모든 노동자들의 구조신호는
외면당했고 불법으로 매도되고 탄압당했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한 자본의 이동은 언제나 자유로운 합법이었고
위험은 아래로 아래로만 전가되었다
그런 자본의 무한한 축적을 위해
세상 전체가 기울고 있고 침몰해가고 있다
그 잔혹한 생존의 난바다 속에서
사람들의 생목숨이 수장당했다
그런데도 가만히 있어라고 한다
돌려 말하지 마라
이 구조 전체가 단죄받아야 한다
사회 전체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이 처참한 세월호에서 다시 그들만 탈출하려는
이 세월호의 선장과 선원들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 위험한 세월호의
선장으로 기관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나서야 한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평형수로 에어포켓으로
다이빙벨로 긴급히 나서야 한다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이 자본의 항로를 바꾸어야 한다
어제(5월 16일)는 대한문 앞에 있었습니다. 코오롱, 콜트콜텍, 쌍용차, 기륭전자, 보건복지개발원, 재능, 세종호텔, 유성기업, 한성운수, 서울지하철, 공항, 철도... 각각의 사업장은 달랐지만 그간 자본의 탐욕에 의해 작은 세월호들이 되어야 했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함께 세월호에서 숨져간 이들을 추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우리 같은 작은 세월호들이 앞장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진정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말하고, 실천해나가자는 노동자공동행동도 함께 했습니다.
사실 세월호가 있기 전부터 침몰해간 작은 세월호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 많았습니다. 말이 산재지, 그 내용은 들춰보면 운송수입료를 위해 평형수를 빼거나 결박 장비비를 아끼기 위해 안전은 뒤로 미뤄두고 무조건 앞으로 했던 세월호의 내용과 다를 게 정말이지 하나도 없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경쟁교육, 말하자면 교육현장을 일부의 학생들만이 살아 탈출할 수 있는 생존경쟁의 세월호로 만들면서 한해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저 난간 위에서 저 까마득한 아래로 추락해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나의 아이만 그 생지옥에서 살아나기를, 다른 아이들의 죽음을 딛고 승자가 되기를 암묵적으로 묵인해 왔습니다.
밀양에서는 국민의 안전은 뒷전인 핵마피아들의 송전탑에 밀려 침몰해 가신 고 유한숙 어르신의 장례도 못 치루고 있습니다. 국가와 100% 결탁한 핵자본들의 안전을 위해 수많은 공권력들이 동원되어 ‘가만히 있어라’라고 하고 있습니다. 밀양에서 공사 강제집행을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르내리는 그 많은 헬리콥터들이 세월호 사람들을 구하는데 쓰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핵발전소는 그 자체로 핵무기에 다름 아닙니다. 하나만 잘못되어도 세월호 참사의 수백배 수천배의 재앙이 한국사회를 덮칠 것입니다. 그런 핵발전소가 이 작은 나라에 몇 십개인데, 더 짓겠다고 지금 밀양의 주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의 미래를 서서히 침몰시켜가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의 원자력 산업은 위태위태합니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원자력 유관 4개 사업장(한국수력원자력, 한전 KPS, 한전 원자력연료, 한전기술) 노동자 1,771명을 대상으로 설문과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자력 노동자 중 72%가 지난 5년에 걸쳐 수행업무의 종류가 증가했고 67%가 심각한 피로를 호소했습니다. 노동자 64%는 현장에 충분한 인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인력 부족으로 과거와 같이 꼼꼼한 안전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는 의견이 80%에 달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은 회사의 수직적, 위계적 질서로 인해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독자적으로 작업 중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실제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작업을 중지할 수 있냐는 물음에 48%정도만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 중 20%는 자신이 속한 부서(팀)내 팀원들과 안전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없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보복성 징계에 대한 두려움 없이 안전관련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의견도 40%에 그쳤습니다. 원자력 발전설비는 늘어나지만 적절한 인력 충원은 안 되고, 다중의 하청구조로 얽혀있는 민간회사들이 납품과 건설 수주에 혈안이 되어서 각종 부적절한 경쟁과 로비를 벌이고 있어서 불량 부품이 들어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제장치도 거의 없습니다. 현실은 더 심각합니다. 실제로 일을 하는 것은 이 노동자이 아니라 대다수의 하청 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원자로 작업은 대다수 하청 노동자들이 하청의 재하청 구조로 작업을 합니다. 안전관리자를 현장에 입회시켜서 작업을 해야 하지만 안전관리자도 없고 안전교육도 받지 않고, 비상상황 매뉴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상태로 일을 합니다. 그런데도 막상 사고가 벌어지면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한전KPS라는 자회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이 자회사는 하청업체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개인 과실로 몰아갑니다. 이렇게 원청이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작업을 마구잡이로 시키는 것입니다.”(이하 인용, <위험의 외주화> 중에서, 김혜진)
철도민영화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공공철도를 민영화, 외주화, 사기업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도 이 정부와 철도공사는 열차 안전의 필수 업무인 정비업무도 외주화했습니다. 철도안전을 담당한 외주회사인 코레일테크는 90%가 비정규직입니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는 무엇보다도 승객의 안전을 우선해야 합니다. 이 고속열차에는 기관사를 포함하여 6명의 승무원이 타지만 승객안전을 담당하는 노동자는 열차팀장 단 한 명입니다. 그 외의 승무원들은 코레일관광개발이라는 자회사 노동자들로서 승객안전 업무를 담당할 권한이 없는 비정규직입니다. 철도공사는 이 노동자들이 ‘안전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승무원으로서의 비상대비 훈련도 시키지 않습니다. 이 노동자들이 안전업무를 하게 되면 중요업무가 되므로 외주화에 대한 논란이 생길 수 있고, 정규직 열차팀장과 함께 안전업무를 하게 되므로 불법파견이 인정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지방지하철과 도시철도는 1인승무제로 운행됩니다. 부산대경영연구소의 연구용역결과에서도 1인승무는 2인승무에 비해 사상사고는 2배, 주행장애율 7배, 연차지연율은 8배나 높았습니다. 도착감시와 출입문개방, 개방확인, 출발신호, 승강장이상유무 확인 등을 모두 기관사가 혼자 다 해야 합니다. 그리고 CCTV나 후사경으로는 전체 승강장의 상태가 확인되지 않아서 승객이 타고 있는데 그냥 출발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사고라도 나면 안내방송도 해야 하고, 사령보고, 사고 현장에 가는 것, 목격자를 찾아서 진술 확보하는 것 등 모든 업무를 혼자 다 해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특히 도시철도공사 기관사들은 1인 승무로 인해 기관사의 정신건강 업무가 심각하게 위험에 처해있기도 합니다. 햇빛 한 줌 없는 지하터널을 혼자서 운전하면서 온갖 일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노동자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모두 비용절감을 위해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상왕십리역에서 지하철 열차 추돌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신호기 오류였는데 이 원인인 신호연동장치 데이터 수정작업은 민간 용역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기관사 업무를 제외하고 신호와 안전업무 등 정비 관련은 거의 외주화가 돼 있습니다. 안전에 대해 인원과 비용투자는 점차로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정비 인력은 2008년도에 외주화된 이후 122명이 감축되었습니다.”
나중에 철도라는 세월호가 다시 전복하면 이 고통과 아픔을 또 겪어야 하겠습니까. 어떤 책임도 합당한 역할도 주지 않은 비정규직 노동자들만, 그들 스스로가 강제로 이 비참한 세월호에 태워진 비참한 승객일 뿐인 그들만 구속하고 말 것입니까. 도의적 책임을 물을 것입니까.
의료민영화 똑같은 이야기입니다. 공공의료를 자본의 진수성찬으로 내어주겠다는 것입니다. 환자의 안전, 누구나 이 국가로부터 ‘저렴하게’. 더 존중받으면서 구조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의 평형수를 아예 몽땅 드러내서 자본가들에게 주겠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전기 및 시설과 설비를 외주화했습니다. 외주를 받은 업체는 노조탄압을 위해서 조합원들을 무원칙하게 순환배치하면서 2009년 태풍 곰파스로 인한 전기공급 중단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2014년 서울대병원은 비용을 절감한다면서 도급금액을 낮췄고 새로 들어온 용역업체는 14명의 시설관리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했습니다. 결국 수술실에 불이 나거나 병동에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공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천공항에서 항공기와 부대시설 화재사고 등에 대한 1차 초기진압을 해야 할 소방출동대기자는 단 60여명에 불과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부지와 공항 내 123개에 달하는 대상물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3조2교대로 일하는 180명뿐인 것입니다. 이 노동자들에게는 소방을 위한 자율적인 권한도 주어져있지 않습니다. 이 노동자들은 용역노동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1위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공항이지만 비정규직을 고용함으로써 매출을 늘리고 안전에 대한 책임은 용역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습니다.”
이 뿐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에서는 그간 백혈병 등 산업재해로 100여분이 침몰해갔지만, 이제야 사과정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무너지던 시간에도 현대중공업에서 몇 척의 사람들이 이 지상 위에서 좌초되어갔습니다. 현대중공업 사측과 경찰은 그 분향소 설치마저 막아섰습니다. 전북버스에서는 이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모든 노동자민중들을 죽이고 있다는 마음으로 국기게양대에 목을 걸고 현재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해고자 진기승 님이 계십니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함께 살자고 외쳐왔던 쌍용자동차에서도 또 한 분의 세월호가 침몰되었습니다. 벌써 25번째 희생자입니다.
제2의 세월호는 이렇게 도처에 깔려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과 분노로 온 사회가 상갓집이 되고, 모든 이들이 상주가 된 오늘도 여전히 ‘잘’ 운항하고 있습니다. 도리어 세월호의 아픔이 크니 ‘가만히 있어라’라는 참주선동이 판을 칩니다. 그 모든 세월호에 대한 문제제기로 현재가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저들의 의도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으니, 어제 유가족대표단을 청와대로 불러 눈물쇼를 합니다. 청해진 하나만 박살내고, 다음 단계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겠다고 합니다. 넌지시, 생계에 대한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면 이 정부가 도와주겠다고 했다 합니다. 어떻게던 세월호의 분노가 전체 사회의 안전점검과 구조변경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으려는 저들 나름의 안간힘입니다. 이제 안되니 진도 앞바다의 세월호로만 한정하는 ‘특검 실시’와 ‘특별법 제정’에도 나설 수 있다고 흘립니다. ‘개각’도 고려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진정한 진상규명을 가리려는 착시전법일뿐입니다. 광장과 거리의 분노를, 진정한 진상규명을 국회 안으로 끌어들여 연착륙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에서 무마하고 ‘다음 참사’로 넘어가자는 달콤한 회유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범정범이 되자는 더러운 손짓입니다.
저도 대한민국 세월호의 선장으로 이 모든 참사와 구조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박근혜호 전체의 퇴진과 구속을 요구하고 있지만, 우린 개인 몇 명을 바꾸자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체 사회를 자본의 이해와 천문학적인 축적을 위한 부실 세월호로 만들어 온 책임을 묻는 거고, 그 구조와 세계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대한민국 세월호 전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그 진정한 책임자에게 정당한 책임을 묻지 않고, 구조변경에 나서지 않고, 다시 적당히 이 세월호를 결박하고 운항에 나서자는 것은, 이렇게 무거운 독점자본들의 탐욕을 그대로 실은 채로 다시 이 세월호를 출발시키자는 것은 세월호에서 죽어간 그 수많은 분들의 죽음을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합심’해 침몰시키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다음 참사’때는 더 가만히 있겠다는 공모확인서가 되고 맙니다.
진도의 세월호에서 살아 돌아온 선장과 선원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지 마십시오. 그들 역시 그 생사의 기로에서 약할 수밖에 없었던 한 비참한 개인들입니다. 어디에서도 우리 모두에게 역사적 인간,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인간의 존엄과 연대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는 사회입니다. 구조는 놔둔 채 너무나 약할 수밖에 없었던 몇 개인에게만 돌을 던져라는 또 다른 주홍글씨에 마음 한 자락도 내줄 수 없습니다. 세월호를 한 번 더 침몰시키겠다는 더러운 음모입니다. 세월호는 진도 앞바다에서만 침몰했다고 은폐 축소하려는 잔인한 음모입니다. 구조신호가 이 국가에 접수되고 난 8시 54분 이후의 책임은 민관군에 대한 절대적 통수권을 가지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라는 임무를 띠고 있던 대한민국 세월호의 선장. 박근혜 당신이 져야 합니다.
돌려 말하지 맙시다. 현재 대한민국 전체가 세월호입니다. 우리는 그 세월호에서 시나브로 죽어가면서도 ‘가만히 있는’ 참 착한 승객들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세월호’라는 하나의 침몰에만 말하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말라는 말에 알았다고 그러겠다고 해선 안됩니다. 하여, 5월 18일 다시 2차 만민공동회에 나갑니다. 청계광장 3시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시대의 평형수가 되자고 나아가는 날입니다. 그렇게 수없이 많은 우리 시대의 평형수들이 기울어가는 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나서고 있습니다. 그런 한 날입니다. 다름이 있다면 세월호 참사의 책임에서 혼자만 탈출해 나가려는 선장 박근혜 씨를 단죄하러 청와대로 분명히 가는 날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 선장실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선장실이 보호되어야 이 대한민국에서 모든 이들의 삶 자체를 항상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대신 모든 평형수를 다 빼어먹고 사는 자본가집단 1%가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그 안전을 지키기 위해 진도 앞바다엔 없었던 수많은 공권력들의 적극성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도 이 세월호의 안타까운 선원들에 불과합니다. 그날만큼은 박근혜 씨와 그 선원 일부만의 안전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함께 하리라 봅니다. 만약 다시 이런 평형수들의 분노를 가로막겠다면, 잡아가겠다면 그렇게 하라는 날입니다.
5월 18일입니다. 1980년 광주에서 군부구테타를 막기 위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름없는 수많은 이들이 숨져간 날입니다. 그날도 지킬 것이 많은 이들, ‘가만히 있어도’ 편안하고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이들이 먼저 광주를 빠져나갔습니다. 추모에 의해서만 광주의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진상규명 투쟁이 한국사회를 그 비탄으로부터 건져 올렸습니다. 다시 34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세월호라는 또 하나의 참극과 그 참극을 지속시키려는 이 시대의 위정자들을 향해 나아갑니다.
박근혜 씨에게만 책임을 물으러 가는 날이 아닙니다. 분명히 해야 합니다. 미안하지만 국민의 정부라는, 참여정부라는 전 정부들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자본의 탐욕만이 융성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을 향한다는 항로는 대동소이했습니다. 나 자신을 포함해 사회운동을 한다는 진보세력들 역시도 자신의 진정성들과 순박함, 시대적 책임감들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며 스스로 적당히 침몰해 왔던 세월이기도 합니다. 그런 우리 모두의 책임을 다시 점검해보고, 우리 모두가 새롭게 존엄한 사람들로 태어나자는 날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우리 시대의 선장으로 갑판원으로 조타수로 다시 나서는 날입니다.
정당한 투쟁만이 우리들의 아픔을 정화시켜줄 거라 믿습니다. 정당한 분노와 간명한 실천들이 우리 모두를 구할 거라 믿습니다. ‘함께 나서서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함께 나서서 이 자본호의 과적을 덜어내요. 이 지상에서라도 우리 모두의 안전을 지켜내요. 들어봐요. 우리의 소리를. 난 살고 싶어요. 도저히 나는 들을 수 없어요. 저 바다 속 세월호에서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들을. 당신들의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통해 2014년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났고, 자본의 무한 탐욕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과 존엄이 바로 세워졌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