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헌법은 노동자들이 단체로 회사의 영업을 방해하여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바로 노동자의 쟁의권이다. 만약 노동자들이 사람이 아니라 돈 밖에 모르는 기계라서, 봉급만 주면 주말근무건 철야건 회사가 시키는대로 하는 존재라면 쟁의권은 필요없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쟁의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노동자는 기계가 아니고, 그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권리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할 권리를 제약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조의 쟁의권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노조가 너무 파업을 해서 회사가 망한다’고 생각하지만, 노동자들도 눈 앞의 이익만 보지는 않기 때문에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할 때, 임금삭감안과 노동시간 단축안을 회사측에 제시하기도 한다. 요즘은 오히려 회사를 멋대로 팔아치우거나 정리하려는 쪽이 사측이고, 그에 반하여 일터를 지키려는 쪽이 노동자 쪽인 경우가 많다. 사측은 회사의 존속을 단지 비용의 문제라고 보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 직장은 단순히 돈을 버는 곳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코오롱은 10년 전, 78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해서는 안 되었다.
당시 노조가 희망퇴직과 임금단축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정리해고만은 막자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임의로 점수를 매겨서, 낮은 점수를 받은 노동자들을 강제로 내보내는 제도이다. 회사에서 청춘과 땀을 바친 노동자들이 “당신은 점수가 다른 이들보다 낮으니 나가시오.” 라는 말을 듣고 납득할리 없다. 그들은 회사를 나가게 되더라도, 웃으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며 나가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들을 억지로 쫒아내니 갈등이 안 생길 수 없다. 코오롱 정투위가 10년 동안 투쟁한 과정을 생각하면, 회사는 정리해고가 불러올 갈등의 크기를 너무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회사는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고 난 다음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했나? 그것도 아니다. 정리해고 당시 코오롱의 재계순위는 23위였다. 그랬던 것이 2013년 기준으로 31위로 떨어졌다. 노조를 무력화하고 정리해고를 하면 회사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앞에 쓴 말의 반복이지만,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들을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다룬다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회사에 복수한다. 그것이 관리자들의 눈에 드러나는 방식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기업의 목표는 이윤추구라고들 한다. 그것은 일부만 맞는 말이다. 이윤추구보다 더 큰 목표는 기업의 존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꾸준히 만들어내야 한다.
가치는 재화나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후대에도 전해질 수 있는 문화적 가치를 만들고, 노사 갈등을 줄이며, 시민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코오롱의 상황을 보면, 이 회사가 어떤 좋은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상수도민영화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4대강 사업에 입찰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모든 걸 포기해도 좋다고 여기는게 아닐까? 그런 노력이 좋은 결과를 맺을리 없다.
그런 회사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 시민사회의 불매운동이다. 코오롱스포츠 불매운동은 10년 째 투쟁하고 있는 코오롱정투위가 주도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쟁의행위를 통해 회사에 의도적으로 손해를 끼칠 수 있듯이, 시민사회 또한 사회에 해가 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함으로서,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경고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자의 쟁의권과 시민사회의 불매운동은 닮은 점이 있다.
정리해고 강행이 10년 후 불매운동으로 돌아왔다. 코오롱은 이런 상황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회사 스스로가 이윤추구 이외엔 아무런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결과가 오늘날 불매운동으로 돌아온 것이다. 코오롱이 우리 사회에 좋은 가치를 가져다주는 회사로 오랫동안 남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결자해지의 자세로 코오롱정투위와 대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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