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정투위 동지들을 여전히 응원중

[코오롱 불매 연속기고(7)] 불매 산행에서 얻은 희망

2014년 4월 20일,삼성 SDS 과천센터에 화재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데이터 손실을 우려하고 있을 때, 나는 다른 이유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바로 그 곳,경기도 과천시 범양동 코오롱 본사 앞 작은 농성 천막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최일배, 김혜란 코오롱 정리해고 분쇄투쟁위원회 동지들.

2005년 코오롱 사측이 전 현직 조합간부와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던 노동자 78명을 표적 해고한지 10년째. 과천 본사 점거 농성, 위원장의 17일간의 단식, 한 달이 넘는 송전탑 고공농성, 회장 집 앞에서의 자해,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의 나날들을 거쳐 본사 앞 천막에 둥지를 튼지도 벌써 2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방만하고 부도덕한 경영으로 인한 위기와 고통의 분담을 철저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며 정리해고의 칼날을 휘두른 사측에 맞선 지 10년이 다 되도록 단 한번도 화해의 제스쳐를 취한적 없었던 코오롱 사측은 그사이 듀폰사와의 영업기밀 유출관련 소송에 휘말리는가 하면,,리조트 붕괴 사고로 젊은 생목숨들을 앗아갔으며 세월호 참사를 발빠르게 마케팅에 이용해 보려다가 전국민의 공분을 사 결국 지역의 한 매장이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는등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인 탐욕스런 자본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파렴치한 코오롱 자본이 가장 두려워 하는 일, 투쟁으로 단련된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은 담금질된 분노의 칼날을 어디에 꽂을지 안다. 사측이 두려워 하는 건 기업 이미지의 악화, 매출 부진으로부터의 이윤 하락을 것이다. 코오롱이 선불 맞은 멧돼지마냥 전국 102개 유명산에 불매운동을 위한 등산을 금지할 것을 골자로 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며 평정심을 잃고, 자충수를 둔 것이 증거가 아니겠는가?(2013년 6월)

SNS를 통한 불매 인증샷, 불매 계란을 이용한 선전전, 불매 산행까지, 내심 회의가 없는건 아니었다.
‘되겠어? 정말 될까?’
두어 번의 불매 산행을 함께 하며 의심은 곧 희망이 되었다. 분홍 몸자보를 보고 소비촉진 캠페인인 줄 알았다며 “왜 불매 운동을 하느냐?”, “정리 해고는 왜 당한거냐?” 관심 있게 물어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불매 리본을 가방에 묶도록 기꺼이 등을 내어 주셨다.등산객들의 호응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고무적인 반응이었지만 더 놀랍고 보기 좋았던 건 최일배 위원장에게서 볼 수 있었던 생기와 열기였다.

기꺼이 불매 등산을 함께 하고, 걷는 내내 정담을 나누고 ,이리저리 뛰며 선전전을 하고, 정성스레 도시락을 준비해와 함께 나누던 사람들, 다정하고 헌신적인 그들 역시 경이였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어내는 코오롱 정투위 동지들을 나는 여전히 응원중이다.

불매운동? 코오롱이 해고 노동자들에게 대화의 창구를 열고, 지난 10년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들이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날까지,나아가 코오롱이 민주노조 혐오증을 극복하고 노동자를 상생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그날까지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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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란

    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자본가들의 민주노조 혐오증이란 말 딱 맞는 말씀..

  • 김헌주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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