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기고] 세월호 이후, 인간 존엄 지키고 공동체 회복해야 (2)

‘안전’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영토나 재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것이다.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가치를 사회적 가치로 만드는 것이다. 재난과 사고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것이 바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는 점을 직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그런 역할을 포기하고, 오히려 기업이 안전을 무시하는 데 편승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정부가 시민의 존엄과 생명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존엄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

기업의 탐욕 규제하고 책임자 처벌해야

기업의 이윤이 사회의 최고 가치가 되면 안 된다. 기업의 탐욕을 사회가 용인하고 정부 정책이 용인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사람들의 생명과 존엄을 해친다. 기업의 탐욕을 용인하면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노동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늘어나고, 기업이 개발이익을 앞세워서 원주민과 세입자의 권리를 파괴하거나 환경도 파괴하는 등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 그 비용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감당해야 한다. 그 대가로 기업과 결탁한 정치인들은 정치자금을 받고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한다. 그렇게 해서 사고가 나거나 사람들이 죽거나 환경이 파괴되어도, 그것을 가능하도록 법을 만든 이들이나 그런 짓을 저지른 기업의 최고책임자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따라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은 ‘안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키지 않는 책임자들에 대해서 엄격하게 책임을 물리는 길이다. 지금부터라도 안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안전사고와 재난에 대한 책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권리가 있어야 한다

세월호에 탑승한 노동자들이 이 배에 문제가 있으니 출항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었다면, 안전관리를 담당한 한국선급 노동자들이 적당히 넘어가라는 상급자의 요구에 저항할 수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러나 그것은 뒤늦은 후회이다. 위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은 그 위험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위험에 대해 이야기하면 오히려 왕따를 당하거나 해고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내부제보자에 대해서 보호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고, 이야기를 해도 고쳐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위험을 알아도 말할 수 없고, 위험하다고 생각할 때 작업을 멈출 수 없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려면 전문가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 위험을 가장 잘 알고 있는 노동자들이 ‘위험작업을 멈출 권리’를 가져야 한다. 현재도 작업중지권이 있지만 민사상손해배상 등으로 작업중지권은 있으나마나한 권리가 되고 있다. 위험작업 중지권을 현실화해야 한다.

통제가 아니라 참여가 안전사회를 만든다

정부는 안전한 사회 만든다고 하면서 통제를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청운동사무소 앞에 CCTV로 가족들을 비추는 것을 안전 때문이라고 말한다. 차벽 설치도 안전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이야기하는 안전은 ‘숨죽이고 모두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저항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짜 안전은 시민이 직접 참여할 때 지켜진다. 시민들이 위험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그 위험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우리 동네에 어떤 유해하고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기업이 있는지 알 수 있다면 그 기업을 감시하고 위험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대중교통의 안전에 대해서 점검하고, 위험요소를 고쳐나갈 것이다. 대중교통의 이용자로서 다중이용시설의 이용자로서, 노후화된 원전이나 산업시설로부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당사자로서 이러한 위험에 대해서 정보를 요구하는 등 알권리, 알권리에 근거해 위험상황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감시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세월호 특별법은 안전사회를 만드는 시작

‘4.16참사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요구한 특별법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 특별법을 통해서 안전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호소를 해왔다. 대한변협에서 세월호 특별법 초안이 나왔을 때 유가족들은 그 법안에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했고, 문제제기를 받아서 안전사회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논의해왔고, 논의 결과가 이 특별법에 반영되어 있다.

[출처: 최인기]

수사권·기소권 통해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지금까지 여러 가지 재난과 사고에서 책임이 제대로 규명된 적이 없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이나 피해자들이 나서서 애를 써야만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진실의 일면이 조금씩 드러나곤 했다. 춘천 인하대생 산사태 참사의 원인을 제대로 밝혀낸 것은 바로 유가족들이었다. 2000년 대구 지하철 공사 지반 붕괴사고의 원인을 재조사하도록 압력을 행사해서 책임자를 구속시킨 힘도 유가족과 함께한 시민단체들의 힘이었다. 지금도 태안해병대 캠프 사고의 유가족들은 재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사회 대부분의 재난은 구조적인 문제, 돈을 밝히는 사회 구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고 그들은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책임은 은폐되어왔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이다. 160일이 지나도록 대규모 참사를 만들어낸 원인은 전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유가족들이 원하는 바,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함으로써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법안은 이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구조적인 원인을 밝혀야만 안전한 사회가 된다

세월호 사고는 공무원의 잘못된 관행, 그리고 국회의원이 만든 규제완화에 관련된 법,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재난안전시스템 등 무수히 많은 구조적인 원인이 얽혀있다. 국회의원들이 선령을 완화하는 법을 만들고, 안전관리를 한국선급 등에 외주화할 수 있도록 한 점, 재난사고의 컨트롤 타워가 불분명하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한 점 등 다양한 구조적인 원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면 아무리 책임자를 처벌해도, 이런 제도와 관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 누군가는 재난과 사고에 의해 희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한다는 것은 누가 직접적으로 사고에 책임이 있는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어떤 구조와 제도와 관행이 이런 사고를 만드는가를 밝히는 것이다. 그와 연관 있는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책임은 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상의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제대로 하고 청문회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그 이유이다.

안전사회 소위원회 역할

세월호 유가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에는 세 가지 소위원회가 있다. 그 중에서 ‘안전사회 소위원회’가 있는데, 소위원회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제3조
3. 동일·유사한 재난 예방 및 대책 수립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한 조사, 연구, 정책대안 등의 마련
4.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대한 조사 및 대책 수립

제5조
④ 제2소위원회(안전사회 소위원회)는 제3조 제2항 제3,4호의 업무와 이에 필요한 조사 및 연구를 담당하며, 아래의 각 호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1. 과거 주요 재난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과 향후 대책 권고 등과 관련하여 사후 대책 수립 및 이행 여부
2. 안전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정책 참여 및 참여 구조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
3. 다중 위험시설 및 관련 직업 종사자의 위험요인 등 안전에 대한 제보, 제안 접수, 법령 등 제도개선, 정책 수립에 필요한 조사 및 연구
4.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시민안전관련 부서와 재난 방지·대응 시스템, 안전 정책 수립 및 실행, 제도 개선 등에 대한 조사 및 연구


안전사회소위원회의 역할을 이렇게 규정한 것은, 지금까지 참사 대응에서 우리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법과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이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존엄한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한 대안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바로 특별위원회의 안전사회소위원회가 하는 일이다. 특히 안전사회소위위원회는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위험작업을 멈추고 위험에 대해 알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일한다. 또한 안전에 대해 잘못된 법과 제도를 바꾸고, 안전에 대한 정부의 의무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만들어낸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의 안전사회소위원회가 하는 역할이다.

세월호 이후, 돈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만드는 것은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특별법은 단지 진실을 규명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법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일 뿐이다. 그 법이 현실에서 힘을 가지려면 또다시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한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돈보다는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법에만 관심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특별법에 담긴 의미를 지금부터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의 위험에 대해서 살펴보고, 안전에 대해 알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찾으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세월호 특별법의 의미를 현실화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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