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코오롱이 환경상을 받을만한가?

[기고] '환경재단'의 씁쓸한 시상 이유

지난 연말 곳곳에서 시상식 소식이 들렸다. 서로의 공로를 인정하고 북돋는 훈훈해야 할 상을 주고받는 일 때문에 부끄럽고 염치없고 화도 나는 일이 몇 가지 있었다.

내가 일하는 <녹색연합>이 산악잡지인 『사람과 산』으로부터 ‘제10회 환경대상’을 받았다. 국내 환경보존, 특히 올해 가리왕산 보호활동의 공헌을 인정해 수여한다는 상패의 문구에 우리는 기쁘기보다는 부끄러웠다.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동계올림픽 조직위 등이 기어이 가리왕산 벌목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마치 바리캉으로 민 것처럼 산비탈이 벌목 당한 모습을 떠올리면 과연 우리가 이 상을 받을 수 있나 싶어 수상의 기쁨보다는 부끄러움이 먼저일 수밖에 없었다. 상을 받은 만큼 더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니 상은 격려보다 채찍의 의미로 느꼈다.

앞서 지난해 10월21일 환경부가 ‘한국전력’을 대한민국친환경대상 1위로 선정해서 상을 수여한 일이 있었다. 한국전력은 밀양송전탑 건설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법을 숱하게 위반했고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폭력과 인권침해 행위를 저질렀다. 다른 곳에서 주는 다른 공로의 상이라면 몰라도 한국전력이 친환경대상을 받은 사실은 ‘환경’이라는 말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더구나 바로 다음 날, 10월22일은 밀양송전탑건설을 반대하며 자결하신 고 유한숙 어르신의 장례식을 돌아가신 지 300여 일만에 치른 날이기도 했다.

환경부가 한국전력에 상을 준 것만으로도 부끄럽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데 지난 연말 환경재단이 제정한 ‘그린플래닛어워드’라는 상을 ‘삼성전자’와 ‘코오롱’이 수상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환경재단은 우리나라 환경운동의 일 세대라 할 만한 분들이 만든 공익재단이다.

‘재단’이기 때문에 녹색연합 같은 환경운동단체처럼 기업과 대립해서 싸우는 일보다 기업과 손잡고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왔다. 사실 이마저도 기업의 ‘그린워시’에 불과하다고 비판할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에서 기업의 사회공헌이 이렇게라도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코오롱에 환경재단의 이름으로 ‘그린플래닛어워드’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의 상을 수여하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여전히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면서 얻은 병으로 투병중이거나 사망하신 분의 유가족들이 투쟁 중이다. 더구나 이 일은 작업환경의 문제로 빚어진 직접적인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코오롱은 부당 해고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이 십년 넘게 이어지고 있으며 최근엔 40여일 넘게 단식투쟁을 벌였다.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을 수도 있고 이에 대한 감사를 전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은 조금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특정한 공로를 인정해 상을 주더라도 그 특정 사안 과 기업의 여러 가지 행위를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환경재단이 환경상을 주면서 반환경 문제로 인한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점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무엇보다 투쟁현장에 계신 분들을 생각하면 환경운동가들로서 이 소식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일이다. 이 마음으로 여러 환경단체에 소속한 환경운동가 58명이 환경재단에게 ‘삼성전자와 코오롱이 그린플래닛 어워드를 수상한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선정과정에 대해 답해 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돌아온 답변의 주요 내용은 두 기업 모두 환경재단이 벌이는 중요한 환경보호활동에 큰 기부를 하고 있는 곳이라 감사의 의미로 상을 수여했고 환경재단은 환경단체와는 ‘다른’ 가치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은 환경재단을 같은 가치로 일하는 곳이라 여겼다. 환경재단이 ‘우리는 다른 가치로 일하는 곳이다’라고 하니 더 씁쓸해졌다. 환경운동가들이 지녀야하는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한 연말이었다. (출처=금속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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