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말]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입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이 대책이 현실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현재 정부는 어떻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연속기고를 합니다. 네 번째로 파견허용업종이 확대될 경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권리 없는 현장에서 일하게 될 지에 대해서 싣습니다.
지금 나와 내 동료들이 일하고 있는 부평공단은 불법파견이 만연해 있고,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파견업체와 원청의 행태 때문에 파리목숨으로 살고 있다. 제조업은 파견이 안된다고 하는데 공단노동자들은 누구나 파견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 파견이 불법이라는 사실보다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쉽게 해고되는 현실이 그저 바뀌기를 바랄 뿐이다. 파견노동자들의 이런 마음과는 달리 파견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파견확대인가?
내가 있는 공단은 노동자가 30인이 넘으면 파견업체를 통해서 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회사에서 직접 채용공고를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규모가 아주 작거나 나름대로 노무관리가 잘 되어 있다고 자신하는 기업 말고는 대부분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충원한다. 본래 제조업은 파견금지 업종이라는데, ‘임시․간헐적 사유’의 경우에는 6개월까지 허용된다는 파견법 조항을 교묘하게 이용해 6개월마다 파견업체만 바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는 파견노동자로 일하면서 예전보다 더 살아가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파견직은 고용도 쉽지만, 해고는 더 쉽다. 많은 회사가 파견직을 쓰는 이유는 채용과 해고가 편리하고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파견업체에 전화 한 통하면 다음날 바로 사람을 채용할 수 있고, 해고할 때에는 문자나 전화로 통보하면 된다. 기업들은 파견법에 따라 3개월, 그리고 3개월 더해서 모두 6개월로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퇴직금이나 연차휴가도 안 주고 다른 노무관리 비용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좋아한다. 노동자도 문자나 전화로 해고되면 기분이 정말 나쁘다. 그래도 다음날 내가 소속된 파견업체에서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준다. 그러니까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별로 제기할 생각을 못한 채 다른 일자리로 일하러 간다. 해고가 일상화되고 이것에 익숙해진다.
파견업체는 소위 ‘발품값’을 받는다. 불과 4~5년 전까지만 해도 파견업체에서 입사 후 ‘3일’ 안에 퇴사하면 그 노동자에게는 파견업체의 발품값 명목으로 임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사이 파견업체 발품값이 3일에서 ‘5일’로 표준화되고 있다. 즉, 5일 안에 퇴사하면 임금을 안 주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5일은 일을 해야 임금을 주니까 노동자들은 적어도 5일은 버티려고 한다. 노동조건도 나쁘고, 노동강도도 너무 세고, 관리자가 부당한 대우를 해도 일단 악착같이 버티게 된다. 또 파견업체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주기적으로 폐업과 창업을 반복한다. 업체 이름과 대표자만 돌려가며 폐업하고 비슷한 이름으로 창업한다. 이메일, 전화번호, 사무실, 직원도 그대로지만 다른 회사라 주장한다. 주기는 보통 1년 이내인데, 이는 퇴직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가 일할 때 우리를 직접 관리하고 작업지시를 내리는 사람은 정규직 관리자다. 파견업체는 인원만 채워주고 월급은 통장으로 넣어준다. 그런데 누가 다치기라도 하거나 해고되면, 원청은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며 파견업체에 떠넘기고, 파견업체는 원청회사를 핑계대고 책임을 회피한다. 파견노동자는 다치거나 해고돼도 따질 곳이 없다.
분명히 법에는, 파견은 임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사유로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내가 일하고 있던 곳의 라인은 90%가 파견직이었다. 한 마디로 파견직으로만 라인을 운영하고 있었던 셈이다. 설령 임시적이거나 간헐적인 사유로 파견을 쓴다 하더라도 3개월 계약을 하고 노동자가 동의하면 3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6개월 계약서를 쓰고, 6개월이 지나면 파견업체를 바꿔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다. 일하는 곳도, 하는 일도 같지만, 파견업체만 6개월마다 갈아타는 것이다. 6개월이 되는 날 파견업체 두 곳이 와서 사직서와 입사지원서를 받아간다.
심지어 이러한 파견업체 중 일부는 미등록인 업체인 경우도 있다. 파견업체 중 일부는 다른 업종으로 등록해 놓고, 생산직에 파견한 직원을 사무직으로 등록해 놓은 경우도 있었다. 어떤 경우는 아예 유령회사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지만 파견노동자는 이 회사가 유령회사인지 미등록회사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실업급여를 타러 갔는데 이직확인서를 떼주지 못하는 미등록회사라는 것을 알게 되거나, 계속 모르는 상태로 회사를 다니는 등 개인이 정말 관심이 있어서 따로 조사해보지 않는 한 노동자가 알기는 어렵다.
그런데 정부는 파견을 확대한다고 한다. 고령자에 한해서 업종 제한 없이 파견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무직이나 전문직에도 파견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단다. 파견이 확대되면 우리와 같은 처지의 노동자들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것이 불법인지 아닌지,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로 그냥 파견으로 일하게 되는 노동자도 많아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쉽게 고용되었다가 더 쉽게 해고될 것이고, 불안정함이 일상이 될 것이다. 또, 그 때문에 삶의 질은 추락할 것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니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열심히 일해봤자 이곳에 내 미래가 없으니 그냥저냥 살아갈 뿐이다. 폭언이나 비인격적인 처우도 당하지만, 이런 일자리라도 지켜내려고 침묵하고 일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공단 전체에 만연하다보니 사람들은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내가 노력해서 이 파견에서 벗어나자’고 생각하지, 이것이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못한다. 더 많은 사람 장사가 판을 치고, 가만히 앉아서 노동자를 사고 파는 것으로 배불리게 될 것이다. 또, 원청회사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노동자를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게 될 것이다. 파견을 확대하면 정말 끔직한 지옥이 따로 없는 세상이 된다. 지금 공단의 현실이 그렇다. 고용노동부는 파견확대 운운하기 전에, 자신들이 눈감고 있는 사이 파견이 확대되어 고통받고 있는 공단노동자의 현실을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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