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삼성’에 대한 환상이?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메르스 환자가 몇 명인지 살펴보는 일이 벌써 한 달째 계속되고 있다. 2015년 6월 16일 현재 메르스 환자는 154명, 사망자는 19명, 격리자는 5,6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계속 진행되는 주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삼성과 메르스’로, 자고 일어나면 삼성과 메르스 관련 뉴스로 세상이 한 번씩 뒤집힌다.
이번 메르스 확산은 전 국민에게 삼성에 대한 환상을 깨게 해주는 것은 물론, 삼성의 본질을 다시금 알게 해 주는 사건이다. 삼성자본이 어떻게 메르스 확산에 기여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삼성자본은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한 메르스 14번 환자가 5월 27~29일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조속한 확인 및 격리조치를 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5월 20일 응급실에 왔던 1번 환자에게 메르스 확진을 내린 바 있다. 그렇다면 5월 27일에 내원한 14번째 환자는 왜 5월 29일까지 그냥 응급실에 두었을까? 일주일 만에 1번 환자와 같은 지역, 같은 병원, 같은 층 병실에 있던, 비슷한 증세로 찾아온 환자에게, 그것도 거주지가 평택이고, 평택에서 막 도착한 환자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한마디라도 물어봤으면 되었을 것을, 그들은 아무런 문진도 하지 않았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6월 7일 기자회견에서 “응급실에 비치된 메르스 선별 문항지에 중동 여행력이나 메르스 환자 노출력이 없어 당시 메르스 의심환자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라며 정말 치욕스런 고백을 했다. 6월 4일 새누리당과의 간담회에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14번째 환자가 메르스 환자에 노출됐다는 정보를 5월 27일 내원 당시엔 환자도, 병원 측도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5월 27일 경이면 이미 평택성모병원에서 5월 15~29일 사이 3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또, 5월 29일 평택성모병원은 보건당국으로부터 폐쇄 당했다. 그런데도 14번째 환자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은 삼성서울병원 측이 거짓말로 자신들의 행동을 변호하는 것이거나, 환자를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산의 한 내과의원에서 부산 1호 메르스 환자를 발견할 때, 그 의원의 의사는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메르스를 확진했다. 일개 의사도 할 수 있는 일을 왜 거대독점병원이 못하는가?
둘째, 삼성서울병원은 5월 29일 이후에도 응급실을 전면 폐쇄하지 않았으며, 노출환자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지 않았다. 평택성모병원은 5월 29일부터 자진 폐쇄했고, 보건당국은 지난달 15~29일 평택성모병원 방문자를 전수 조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는 6월 13일까지도 응급실 폐쇄조차 하지 않았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계속해서 “아무 잘못이 없었다”, “국가가 뚫린 것”이라며 발뺌해 왔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14번째 환자가 메르스 의심환자로 통보받은 5월 29일부터는 환자 675명, 직원 218명의 격리를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결정적으로 6월 13일까지 응급실을 폐쇄하거나 병원을 폐쇄하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된 환자뿐 아니라 의료인력, 환자 가족, 병원 방문객들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 삼성서울병원 측이 공언한 “격리조치”가 허구였음이 드러난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은 6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1번 메르스 감염자에 노출된 인원은 환자 285명과 의료진 등 직원 193명으로 확인했으며, 14번 감염자에 노출된 인원은 환자 675명, 직원 218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이 1번 메르스 감염자에 노출된 환자와 의료진을 실제로 격리하기 시작했다면, 14번째 환자는 자연히 격리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격리하지 않았다. 송재훈 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대로 단지 “5월 29일 오후 9시 5분부터 14번 환자를 격리하고 응급실을 제한했”던 것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6월 14일 “신규 외래 입원 환자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며, 응급수술을 제외하고는 수술과 응급진료도 한시 중단한다”면서 ‘철저한 관리로 메르스 추가 확산을 막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 노출되어 병원의 방역망 밖에 있다가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된 사례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151번, 152번, 154번... 최근 발생한 환자일수록 삼성자본의 “방치”가 메르스를 확산시킨 것이다. “4차 감염”인 병원 밖 감염도 결국 삼성서울병원에 잠시라도 들렀던 환자 가족이나 방문객들에 의해 확산되고 있다.
셋째, 삼성서울병원이 정부로 하여금 메르스 노출 병원의 발표를 미루게 한 것이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한 요인이 되었다. 삼성의 힘은 정부가 자료공개도 하지 못할 만큼 가히 위력적이었다. 삼성이 자료공개를 거부한 것은 이번 메르스 확산에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삼성의 위력은 국가권력인 정부도 초월하며, 초국가적인 힘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1번 환자가 확진된 5월 20일 이후 6월 7일까지 19일 동안 은폐한 것은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삼성자본의 은폐 사례는 여러 번 있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노동자 백혈병’,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 등이다. 그동안 삼성자본은 ‘삼성’이라는 명예를 훼손시킨다고 보이는 그 어떤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백혈병 등 암 발생 사례가 속출하자 이를 은폐하는데 급급했고, 태안반도 기름 유출 시에도 기름을 유출한 당사자의 사과 하나 없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번 메르스 환자발생에 대한 은폐도 삼성 자본의 은폐 방식의 하나다. 삼성자본은 ‘삼성백혈병’에 더하여 ‘삼성메르스’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진실 은폐”하는 삼성자본과 박근혜 정부
이번 메르스 전염병의 유행 시기에 정부는 삼성만 바라보고 있었고, 지금도 역시 삼성만 바라본다. 메르스 사태가 악화되어 더 이상 그 진원지를 숨길 수 없게 되자,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6월 7일 오전 11시에 거의 동시에 발표를 했다. 아니 간발의 차로 삼성자본이 먼저 발표를 하고, 이어서 정부가 발표했다. 정부는 삼성자본에게 발표권마저 양보했다.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위원회”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과 동시 발표를 하기 전인 6월 5일에, 정부(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는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평택성모병원을 지목하고, 5월 15일에서 29일 사이 이 병원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환자가 발생했다고 했다. 즉, 정부는 삼성서울병원을 비호하기 위해 평택성모병원을 지목했던 것이다. 또한 6월 7일에도 환자들이 거쳐 간 여러 자잘한 병의원들을 발표함으로써 삼성서울병원이 진원지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물타기를 했다.
이렇게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자본과의 관계를 우선시했다. 이러한 박근혜 정부의 삼성바라기는 국민에 대한 무시로 점철됐고, 국민은 메르스에 감염되어 죽어나가야 했다. 삼성자본 하나 살리려다 국가 전체 경제가 파탄이 났다. 인간의 관계가 중심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관계가 더 우선시되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메르스 유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삼성서울병원의 태도에는 인간 생명 경시와 삼성재벌의 초국가적인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인도주의 측면을 차치하더라도, 이미 거기엔 이윤추구라는 필연적인 내재적 원인이 있다. 자본가는 인격화된 자본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이윤추구 운동만이 그의 진정한 목적이다.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삼성재벌과 같은 거대독점자본이 인간의 생명을 담보해야 할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이 폭발된 것이 바로 메르스 사건인 것이다. 대형병원일수록 환자의 치료보다 환자를 통한 이윤추구를 우선시한다는 것을 이번 사례를 통해 보여주지 않는가?
세계적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말한다. “메르스는 인간 사이에 퍼지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단 병원은 예외다” WHO 전문가들은 말한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감기와 같으니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네이처가 지적했듯이 병원의 자본주의 의료 시스템은 인간 사이에 유행하지 않는 바이러스도 유행하게 만든다. 감기와 같이 가벼운 증상을 일으킬 바이러스도 거대 재벌 독점 자본의 손에서는 무시무시한 병기로 변해버린다. 그 이유는 바로 그 자본이 인간을 무시하고, 돈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물신숭배사상 때문이다.
삼성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으며, 인간 경시가 깔려있다. 물신성이다. 우리는 이제 메르스 뒤에 박근혜 정부가 있음을, 박근혜 정부 뒤에 삼성자본이 있음을 보게 된다. 이제 정말 삼성자본에 대한 환상을 깰 때다. 거대 재벌 독점자본의 비인간적인 물신성에 과감한 반기를 들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메르스 위기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그 위기가 또 다시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병원에서는 질병 퇴치를 위해 최전선에 있는 병원 인력들이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5월 31일에 14번 환자에 노출된 의사(35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을 받았고, 이어 6월 14일에도 역시 14번 환자에 노출된 의사(138번 환자)가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이 두 의사는 모두 5월 27~29일 사이에 14번 환자에 노출됐으나, 서울삼성병원이 격리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례다. 6월 13일에는 병원이송요원(137번 환자)이 메르스 확진을 받았다. 그는 메르스 증상 이후에도 9일이나 환자이송 업무를 계속해 온 비정규직 직원으로, 삼성서울병원이 자체 관리해 온 메르스 접촉자 명단에는 포함되지도 않았다. 건양병원의 한 간호사(148번 환자)는 6월 3일 36번 확진자에 대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전염되었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지역사회로 돌아간 노동자들의 메르스 감염이 진행되면서 그 여파가 노동자들의 직장으로 전파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30대 노동자도 5월26일부터 6월1일까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장모를 병문안 갔다가 6월 13일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됐다. 결국 병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메르스 폭탄을 맞고 있는 집단은 노동자들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전염병관리 책무를 방기한 것이 이제는 전체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환원시켜야 한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6월 4일 새누리당과의 간담회에서 “메르스 전파를 막는 간단한 방법은 ‘격리’이며, 의심환자 격리만 제대로 시킬 수 있으면 전파 고리가 끊어진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말은 빈말에 불과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5월 29일 당시에 전국적인 메르스 유행의 진원이 된 삼성서울병원을 폐쇄해야 했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 원장의 빈말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역사적으로 공중보건은 공공의 힘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사적인 의료기관이 공중보건에 비용을 투자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러니 송재훈 원장의 빈말은 결국 의료의 공공화, 의료기관의 공공화는 사적 의료기관의 철폐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삼성서울병원은 삼성자본의 것이 아니라 병원에 종사하는 4,000여 명의 노동자들 것이며, 사회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볼 때 사회적인 것이다. 병원은 사회화되어야 한다. 사회에서 질병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재생산을 위한 사회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사적 소유의 병원을 전체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공적 소유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서울병원을 노동자와 국민의 것으로 환원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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