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이 다가옵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구미시가 경축분위기를 알리듯이 구미시청 건물과 나무, 잔디밭을 태극기로 도배해놓았습니다. 구미시청에 걸려 있는 태극기를 보고 마음이 미어지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기업 아사히글라스에서 문자 한 통을 받고 쫓겨난 노동자들입니다. 구미시청이 걸어놓은 태극기가 쫓겨난 노동자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습니다. 저희는 구미시청 앞에서 매일 집회를 하는데 시 청사에 걸린 대형 태극기를 보니 억울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2004년에 구미시가 특혜를 주면서 유치한 기업입니다. 12만 평의 구미 4공단 부지를 50년간 공짜로 쓰고 5년간 관세, 법인세, 지방세 등 세금 한 푼 안 내는 특혜를 받은 일본기업입니다. 아사히글라스에서 일한 노동자들은 9년간 최저임금을 받았습니다. 현장에서 작업하다가 조금만 잘못해도 징벌로 고문관을 알리는 조끼를 입었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저임금이고 인권침해가 심각한 사업장입니다. 저희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인간답게 살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노동조합을 만들자 한 달 만에 아시히글라스에서 문자 한 통으로 170명의 노동자를 대량해고했습니다.
아사히글라스 대량해고 사태는 구미시에 책임이 있습니다. 구미시와 아사히글라스가 2004년도 투자협정을 맺으면서 합의한 문서에는 이런 조항이 있습니다. “아사히글라스는 공장건설, 고용 등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경상북도의 지역경제와 지역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모범적인 법인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이 문구는 사기가 되었습니다.
일본기업에게는 특혜를 주고 구미시민의 문제는 팔짱만 끼고 있는 구미시가 광복절이 다가오니 구미시청 건물과 온 마당에 태극기를 걸었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제 나라 국민의 생존을 내팽개친 일본기업으로부터 시민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구미시가 진정으로 자축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구미시는 아사히글라스와 어떤 관계이기에 약속을 위반하고 지역사회발전에 저해하는 짓을 해도 눈감은 채 모른 척하고 있습니까? 시청에 걸린 태극기를 보면서 절망하는 노동자들의 심정을 알기나 합니까. 저희에게는 광복절이 광복절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구미시가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하여 걸어놓은 태극기를 보니 억장이 무너질 따름입니다.
일자리를 빼앗긴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대형태극기로 위장된 구미시의 행태에 아픈 마음이 더욱 깊어집니다. 광복 70년을 기념하고 싶은 것이 진정이라면 일본기업으로부터 생존을 짓밟힌 아사히 사내하청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합니다. 대형태극기가 감동을 주지 못하는 현실이 더 아픕니다.